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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이런 말이 생겼습니다 - 만들어지고, 유행하고, 사라질 말들의 이야기
금정연 지음 / 북트리거 / 2022년 4월
평점 :

요즘의 말에 대한 에세이이다. 2020년 1월부터 2021년 12월까지 2년동안 독서평설에 '말 많은 세상 이야기'으로 연재했던 내용을 묶은 것이라고 한다. 요즘 청소년과 대화를 하면 말이 잘 통하지 않을 때가 있다. 물론 아이들이 나를 생각해서 나에게는 신조어를 잘 사용하지 않지만, 내가 이해하지 못하는 말을 아이들은 많이 쓴다. 줄임말도 많이 사용해서 알고 있는 말이지만 이해 못하는 경우도 있고, 모르는데 이해한 척 할 때도 있다. 그래서 신조어를 검색해서 무슨 뜻인지 찾아보기도 한다.

'만들어지고, 유행하고, 사라질 말들의 이야기'라는 말이 요즘 언어의 급속한 변화를 그대로 나타내어 준다. 유행처럼 금방 생겼다 사라지는 말은 요즘의 문화를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은어, 비속어는 사용하지 않는 것이 좋다고 여겼던 생각이 무색할 만큼 많은 사람들이 유행어나 신조어를 사용한다. 그래서 저자는 이 책의 제목이 '미래 사어 사전'이 될 수도 있었다고 했다. "어떤 단어가 새로 생겨난다는 것은 언젠가 사라질 것이라는 뜻이다. 어떤 단어가 유행한다는 것은 언젠가 유행이 끝나고 사라질 것이라는 뜻이다."라는 말처럼 이 책을 통해 우리는 사용하는 '말'을 좀 다른 관점으로 바라볼 수 있다. 말이 있어서 쓰고, 사람들이 쓰니까 나도 쓰는 그런 말이었는데 내가 지금 쓰는 말은 얼마 후에 아무도 쓰지 않는 말이 될 수도 있다.

책에는 요즘 많이 사용하는 유행어, 신조어와 관련하여 그 말을 사용하게 된 과거와 오늘날의 문화를 이야기한다. '플렉스'라는 말은 미국 힙합 문화에서 부나 귀중품을 과시하다라는 의미로 쓰이다가 우리나라 힙합 래퍼들이 사용하면서 인기를 끌었다고 한다. 비싼 옷을 망설이지 않고 사는 것이 플렉스이다. '부'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관점이 달라졌다는 것이다. 과거에는 '플렉스'했으면 비난했을지 모른다. 이것은 능력주의 사고방식과 관련되어 있다.
'손절'이라는 마음 아픈 단어도 있다. 사회적 동물인 인간은 누군가를 만나고, 헤어짐을 반복한다. 나의 상황에 따라서 가까이 하는 사람이 변하기도 하고, 그 사람과 물리적 거리가 멀어지게 되었을 때 관계를 계속 이어나가려면 많은 에너지가 소모되는 것을 안다. 하지만 단 한번도 '손절'이라는 관계를 생각해본 적은 없는데 요즘 SNS에서 이런 친구가 있어요...라는 글이 있으면 손절하세요...라는 답이 달리는 것을 보고 나도 누군가에게 손절 당하지 존재가 아닐지 걱정하게 된다. 가깝다가 잠시 멀어졌다가 하는 것이지 인간관계에 무를 자르듯이 끊어버리는 손절이 있을 수 있을까. 저자도 '손절'에 대해서는 나의 생각과 비슷하다. 이별을 손절이라고 바꿔 부르는 세태가 더 슬프다는 생각.
그런데 이런 유행어나 신조어 중에서 특정 대상을 부정적으로 일컫는 말이 많아 보여서 안타깝다. 틀딱, 맘충, 한남, 이대남처럼 그 말을 쓸 때 그 대상을 좋은 의도로 바라보지 않는다. 예쁘고 좋은 말이 계속 생겨나면 그 언어를 쓰는 우리도 좀더 긍정적이고, 너그러워질 수 있을 것 같은데 말의 테두리에 갇혀 부정적으로 대상을 바라보지 않을까 염려스럽다. 우리의 긍정적인 마음을 가득 담은 아름다운 신조어가 많이 만들어지기를...
*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읽고 쓴 후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