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피니스트 - 산이 빚은 사람들
장재용 지음 / 드루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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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은 일을 해도 죽지 않았다."
하고 싶은 일을 죽음까지 생각해야 하나 아이러니했다. 책을 덮은 후에야 어떤 의미인지 알게 되었다. 산을 모르는 나에게 산을 미치도록 좋아하는 그처럼 두근거림을 느끼게 했다.


"길이면 가지 않는다"
_앨버트 메머리, 알피니즘의 커다란 웅덩이

알프스 봉우리들을 다른 길로 모든 봉우리를 다시 오를 것이라고 말한 그는 남들과 다른 방식으로 자기만의 길을 개척한다. 내가 가는 곳은 모두 길이라고 하는 것만 같다.


"이렇게 될 수밖에 없었다"
_헤르만 불이 말하는 불가능의 가능성
벌거벗은 산이라는 뜻의 낭가파르바트 정상에 발을 디딘 첫 사람이다. 8000미터 고봉을 산소 없이 홀로 등반한 유일한 사람이다. '어쩌면' 살 수 있을지도 모는다는 간절함의 언어인 '어쩌면'은 산 사람들이 좋아하는 부사라고 한다.


"다만 삶의 방향을 찾지 못하는 것이 두려울 뿐"
_게리 해밍적 몸의 언어

구조 중에 자신도 죽을 수 있는 위험에도 생명을 구하기 위해 홀로 깎아지른 거대한 벽을 오르는 그의 이야기는 뭉클한 감동을 준다.



앨버트 메머리, 에밀 자벨, 하인리히 하러, 헤르만 불, 게리 해밍, 크리스 보닝턴, 보이테크 쿠르티카
등 7인의 등반가가 보여준 행동과 들려준 말을 상세하게 기록해 두고 있다.

그들이 삶과 맞바꾼 산의 언어를, 죽는 줄 알면서도 목숨을 내놓고 올라가는 높고 험난한 산을 대상으로 모험적인 도전은 산의 매력에 빠진 등산가들이 산을 오르는 모든 것들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만 같다.



주간 보고를 작성하는 회사 인간과 산에 가고 싶은 산쟁이라는 딴짓을 서로 은밀하게 보완하고 받쳐주고 생계와 산 오르기 사이에서 균형을 유지하고 내세울 수 있는 딴짓이 오랫동안 이어졌으면 바란다.

등반가를 존경하는 마음이 산을 동경하며 예찬하고 자신의 삶을 다루는 이야기에 깊이 빠져들게 한다.


일상이라는 것이 존재를 갉아먹는 중에 우리의 허벅지 근육은 얇아지고 화는 늘어난다. 자식들은 그 와중에 잘도 커가고 벌려 놓은 살림은 구질구질하다. 잡동사니들은 제 자리를 찾지 못할 만큼 여기저기 흩어져 나를 비웃는다. 찾아오는 사람은 갈수록 뜸하고, 찾아가는 사람도 점점 없어진다. 스승은 없고 친구는 멀다. 불안과 걱정은 쌓여 가는 데 붉은 해는 잘도 뜬다. 아, 불안이 삶의 핵심이다. 109

닿을 수 없는 오지에 닿아 의젓한 인간의 모습을 보았다. 산에서 같이 코펠 밥 먹는 사람들, 서로에게 고운 말할 줄 모르지만, 사달이 나면 제 몸을 던져 너를 살리고 우리를 살리려 덤벼드는 인간. 사지를 지나온 그들 사이로 흐르는 잔잔한 끈끈함, 산의 영혼 같은 모습. 영원하지 않은 세계에 단명할 인간이 보여주는 진심이다. 1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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