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책을 읽다 - 미술책 만드는 사람이 읽고 권하는 책 56
정민영 지음 / 아트북스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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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경_번역된 도자기)
 

미술을 좋아하시나요? 

저는 그림을 정말 못 그립니다. 학교 다닐 때 미술 시간은 그림 잘 그리는 짝꿍이 많이 도와줬었어요. 소질이 없으니 미술 시간을 좋아했던 기억은 별로 없습니다. 

그러다 언제부터 종종 혼자 미술관에 가게 됐는지, 그걸 좋아하게 됐는지 이 책을 읽다가 곰곰이 생각해 봤는데 도저히 생각이 안 났습니다.  


현대미술관에서 저 작품을 본 건 몇 년 전이었습니다. 번역된 도자기. 

우리에게 아름다운 도자기란 매끈한 곡선을 자랑하고 최대한 깨진 곳 없이 보존이 잘 된 모습일 텐데 저는 저 작품을 보고 순간 압도 당하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깨지고 불완전한 조각조각들이 저 같았습니다. 그런데 어딘가에 치워지고 버려진 게 아니라 금빛으로 이어져 당당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으니 저 도자기는 꼭 저와 세상의 부서진 모든 존재를 위로해 주는 듯 했습니다. 



"그림은 우리에게 뭔가를 말하게 하는 대신, 머릿속을 데우고 식히면서 사고의 온도를 변화시킨다."(제임스 엘킨스 그림과 눈물에서)

 지금까지 권위 있는 작품 해석에 짓눌렸던 감상자라면, 이제 필요한 것은 '닥치고 감동' 이다. 자신의 감동에서 미술품 감상을 시작하면 된다. 

(p. 81) 


미술에 대해 잘 모르니 지금도 자신감이 없습니다. 지금도 저는 작가가 저 도자기 조각을 어떤 생각으로 모았는지 잘 모릅니다. 그래도 오래 내 기억에 남고 위로를 받았으면 된 것 아닐까. 그렇다면 모든 미술을 이런 태도로 대하면 될까.  


『미술책을 읽다』에 소개 된 미술책들의 리뷰를 보면서 일단 세상엔 참 좋은 미술서들이 많구나 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저자는 세상 모든 사람들이 미술을 편하게, 거부감 없이 대하면 좋겠다는 바람을 바탕으로 쉽고 읽기 편한 미술책들을 엄선한 것 같았습니다. 

이 책들은 다양한 얘기들을 건넵니다. 


드로잉을 한 번 해보는 게 어때, 그건 단순한 낙서가 아니라 삶을 더 자세하게 바라보는 일종의 철학이 될 수도 있어. 

우리가 지나치는 거리 곳곳에 얼마나 많은 예술이 있는지 아니? 

미술은 너의 관심사와 그리 멀리 있지 않아. 

삼성 일가의 컬렉션에 대해 궁금하지 않니 

등등... 

 





저자는 오랫동안 옛 그림에서 삶의 지혜를 구해왔다. 그런데 이번에는 위대한 성인의 발자취에서 '잘 사는 법'을 묻는다. 저자에 의해, 석가모니 부처는 옛 그림의 부축을 받으며 다시금 지혜의 보고이자 위대한 멘토로 호출된다. 

(p.173) 


부처와 옛그림을 어떻게 연관지었을까, 단순히 옛 그림을 보는 법을 설명하는 게 아니라 부처를 통한 삶의 지혜까지 엮어낸 미술책이 있다는 소개를 받았으니 꼭 한 번 찾아보고 싶었습니다. 부처의 생과 우리의 옛 그림 소개, 친숙한 저자의 삶이 조화롭게 어우러진 이 책을 읽으며 좋은 책을 잘 소개 받았다는 생각에 기뻤습니다. 


이렇게 한 권, 한 권 저자의 진심어린 또 직접 발품을 팔아 구입한 나름의 객관적인 기준에 따라 골라낸 미술책들을 만나다 보면 어느 순간 저는 끄적끄적 드로잉을 하며 세상을 더 자세히 보려고 할 테고, 서촌을 거닐다가 청와대 그리면 안 된다고 경찰서를 들락거리던 한 옥상 화가를 떠올리며 미소를 지을 테고. 박물관에 가서 그저 흘깃 보고 말았던 「백자도 6첩 병풍」앞에 서서 자식이 잘 되길 바라는 부모의 마음이 담긴 상징들을 하나하나 찾아보는 재미를 느끼는. 

어떻게 미술을 좋아하게 됐는지는 잘 생각이 안 나지만 적어도 앞으로 미술을 더 애정어린 눈으로 바라보는 사람은 될 것 같습니다. 


흔히 미술은 어렵다고 한다. 미술은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고도 한다. 또 미술은 우리 삶과 무관한 세계라고들 한다. 편견이다. 편견의 벽은 견고하다. 이 책은 그것이 편견임을 일깨우기 위해 다양한 주제와 포즈로 무장한 대중서들로 독자에게 접근한다.

(p.15) 


어느 순간부터 미술서는 대중에게 끊임없이 손을 뻗고 있었습니다. 미술은 그렇게 벽을 쌓고 수준 높은 교양이나 지적 허영심 같은 걸로 무장한 것이 아니라고. 

쉽고 재밌게 당신에게 미술에 대해 얘기해 줄 수 있다고. 

다만 우리가 너무 어렵고도 데면데면하게 미술을 대했던 것은 아닐까. 우리를 위한 훌륭한 가이드북이 이렇게나 많았는데 말이죠. 


미술을 좋아하시나요? 라는 질문에 저는 언제나 그렇다고 대답하고 싶습니다. 그 대답에 힘을 실어줄 든든한 지원군 책들을 많이 소개 받은 것 같아서 반가운 마음이 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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