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종
미셸 우엘벡 지음, 장소미 옮김 / 문학동네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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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사가 내 개인적 삶에 계속해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이 놀랍고도 조금은 역겨웠다. (p.142)

유럽, 그 중에서 프랑스에서 선거를 통해 이슬람 정권이 들어선다면?


이 책을 이끌어가는 주인공은 남자, 대학교수 프랑수아이다.

만약에 여자가 화자였다면 어떤 식으로 소설이 갔을지 잘 모르겠다.

너무나 마초적이라는 평가를 본 것 같은데 왜냐하면 지적능력이 있는 남자가 이슬람 정권 안에서 산다는 건 그의 마지막 대사처럼 '후회할 일은 아무것도 없을'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맛있는 식사를 위한 요리 잘하는 후덕한 부인과, 밤의 쾌락을 위한 어린 첩을 몇 명 둬도 아무렇지 않을테니 금방 권태를 느끼는 그에겐 나쁘지 않을것이다.

이슬람으로 개종을 하면 높은 연봉의 교수직을 유지할 수 있고, 여학생들의 선망의 시선은 덤이다.


철저한 남성중심 사회에서 의무교육은 초등학교까지로만 제한되고 여성의 사회진출이 막히니 가시적인 실업율은 현저하게 내려간다. 거기다 석유강국의 자금 지원으로 인한 경기 활성화.

어느 연회장에 가도 여자를 볼 수 없다.

기득권 남자들이 이슬람 정권으로 이끄는 세상이 어떨지, 이 소설로 처음 상상해보았고 르디제가 이슬람 세계를 합리화 시키면 시킬수록 이 소설의 정체를 생각해보게 됐다.

 ​심지어 우리와는 거리가 있다고 느꼈다가 중국 등 아시아까지 거론할 때의 그 섬뜩함은 소설 속에서 오랜만에 느껴본 감정이다.

여자가 읽은 <복종> 은 그 어떤 소설 속의 가상현실보다 끔찍했던 것 같다. 온 몸을 시커먼 천으로 둘둘 싸매고 중매쟁이를 통해 남자들의 선택을 기다려야만 한다.

집이 부자가 아닌 이상 수준 높은 교육을 바랄수도 없고

종교와 정치가 설정해놓은 이상의 수단이 되어버리는 느낌이 들 때.

어렸을 때부터 세뇌되어있지 않아서일까...

프랑수아가 펼쳐놓은 그 세계는 솔직히 이슬람 세계에 대해 우호적일 수 없었다.

그것이 이 세상을 위한 유일한 해답이라는 듯 자신만만해 하던 그들의 태도는 정말 픽션일까, 아니면 우리가 언젠가 지켜볼지도 모를 일일까.

내가 흥미롭게 봤던 건 이 모든 게 선거라는 민주주의 절차에 의한 것이었다는 것. 무엇이 이슬람 정권에 '복종' 하게 만들었는지, 그리고 그것은 어떻게 국민들의 눈과 귀를 가리면서 합리화 시킬 것인지다.

개인적으로 종교가 없어서인지 종교가 이렇게 전면적으로 나서서 세상을 휘두르려고 하는 모습이 보기 좋지 않았다. 

종교는 종교로 남아 한 인간이 좌절에 빠졌을 때 도움이 되는 존재로 남길 바라지 이익집단과 손을 잡고 자신의 종교를 믿지 않는 사람들을 차별하면서 개인의 개성을 짓밟아버리는 게 과연 옳은것인가 싶었다.

돈과 종교적 세뇌와 힘... 이것이 모든 문제의 해결점은 아니기에

그런데 그 배경이 유럽 중에서 프랑스라는 강대국이었기에 만만하게 다가오지 않았던 것 같다.

프랑스는 이 책이 발간된 날 샤를리 에브도 테러 사건이 일어났고, 칼레 지방에 난민들의 문제로 시끄러웠던 걸로 안다. 인류가 평화롭게 공존하는 일은 유럽 뿐 아니라 여러 나라가 다 마찬가지일 것이다.

우리나라도 점점 다문화 국가가 되어가는 이상 정치적으로 어떤 변수를 맞을지 모를 일이다.

이 책을 통해 종교, 정치가 내 삶에 아무 영향이 없으리라는 보장은 없다는 것, 특히 우리나라는 더 정신차려야되지 않을까 생각했다.

어느 날 이런 강력한 종교가 , 소설속에서도 난민이나 젊은층을 공략했듯이 스며들어와 우리가 상상할 수 없는 세계로 이끌지 모를 일이기 때문이다.

우린 어떤 곳에도 복종할 수 없다. 그래선 안 된다.

따끔한 주사를 맞은 듯한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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