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사랑하지 않는 자, 모두 유죄 - 개정판
노희경 지음 / 북로그컴퍼니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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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솔직히 그녀의 드라마를 많이 보진 못했다. 

그래도 내 뇌리에 아마 영원히 잊혀지지 않을 것 같은  드라마 장면을 만들어 낸 작가가 바로 노희경 작가다.

꽃보다 아름다워... 였나.

엄마 역할로 나왔던 배우 고두심이 치매 증상으로 가슴이 아프다며 그 분홍 내복 위에 시뻘겋게 빨간약을 바르던 모습...

지금 새삼 생각해보니 어떤 결핍을 느껴보지 못한, 풍족하고 행복한 삶을 산 작가라면 그런 장면을 그려낼 수 있을까 싶다.



에세이 속에서 알게 된 노희경 작가는 독했다.

그녀는 아픔의 시간을 견뎌냈고 , 아픔이 많을수록 좋다고 말하는 사람이다.

지독한 후회의 시간을 보냈고 그 상처를 잘 수습해서 자신처럼 방황하는 또 다른 사람에게 괜찮아, 라고 말해줄 수 있는 사람이다.

그러니까... 이제 웬만한 일이 오더라도 크게 흔들리지도 휘둘리지도 않고 의연하게 대처해 나갈 것 같은 사람처럼 보였다.


그래서 지금의 내 나이에 벌써 작가의 커리어를 착실하게 쌓고

인생에서도 이런저런 굴곡과 아픔을 겪고 벌써 딱지가 생긴 그녀가 대단해보였다.

"운명의 파도를 당신에게 이롭게 이용하세요" 라는 말이 떠올랐고. 그녀는 자신의 운명의 파도를 잘 이용한 것 같았다.

책의 제목이 나에겐 좀 뜨끔했다. 남녀간의 사랑에 국한지은건줄 알았고- 나이 서른이 넘도록 어느 남자에게 내 사랑을 미친듯이 쏟아부었던 기억이 없기 때문이다.

그래 나는 죄인이다, 라는 심정으로 책을 펼쳤는데

의외로 이성간의 사랑이야기도 있지만 가족 얘기도 많았고, 동료-친구의 이야기도 많았다.

그러니까 제목에서 말하는 사랑은

온 인류에게 다 해당되는 것 같다.


조금은 아팠던 작가의 가족사를 보며 내 가족을 돌아보게 되고

그녀의 신신당부...

살아계실 때 잘 하라는 그 말을 되새기게 된다.

그녀가 집필한 드라마의 뒷얘기들과 배우들의 이야기는 , 혹은 작가의 태도 같은 것들은 작가 지망생들 뿐 아니라 이 나라 미생들에게도 조금은 힘이 될 것 같고.

바그다드 카페, 화양연화, 봄날은 간다... 등 나도 좋아했던 영화들을 그녀 관점에서 읽는 것도 흥미로웠다.

다 20대 때 본 영화들이라 다시 한 번 보고싶어져서 조만간 다시 보려고 한다.


조금은 날긋하게 닳은 여자에게 순수는 반갑지 않다. 순수가 사랑을 얼마나 방해하는지 모르는 사람만이 순수를 동경한다.

(봄날은 간다 p193)


따뜻하고 예쁜 일러스트도 감성적이었고

무엇보다 이 책을 소장하고 싶었던 이유는

앞으로 내게 닥칠 순간순간의 희로애락에서 이 책이 조금쯤 위로와 힘이 될 것 같았기 때문이다.

괜찮다고 시간이 다 해결해줄 거라고-

너무 호들갑떨지 말고 정신차리라고-

착하게 살라고...

축하한다고...

누구보다 진심으로 먼저 말을 건네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읽기 편안하고 쉬워서 나도 훗날 내가 이렇게 철이 없고, 뭘 몰랐구나. 하지만 지금 이렇게 성장했구나... 라는 걸 느낄 수 있도록

따라서 에세이를 써보고 싶기도 했다.


인생은 사랑하고 행복하면, 더는 다른 목적 없이 끝나도 좋은 것

이라는 말이

누구에게나 와닿았으면 좋겠다.

지금 곁에 있는 사람들이 고맙고 소중하게 느껴지던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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