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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올리니스트의 엄지 - 사랑과 전쟁과 천재성에 관한 DNA 이야기
샘 킨 지음, 이충호 옮김 / 해나무 / 2014년 6월
평점 :
DNA 의 다양한 이야기들을 기본적인 이론부터 그 뒷 얘기들까지 빼곡하게 담은 책이다.
앞부분은 과학과 떨어져 지낸지 한참 된 사람들, DNA 문외한들이 접하기에는 살짝 부담스러울 수도 있겠다. 나도 이과랑 친하지 않은 문과여서 ... 종종 시간을 잡아먹은 부분이 있었다.
복잡한 용어들이 수시로 머리를 DNA 의 구조 만큼이나 어지럽히곤 했었다.
뒷부분으로 갈수록 내용이 더 말랑해진다고 해야 하나? 각각의 주제들 중에 흥미롭게 느껴지거나 궁금해지는 부분부터 읽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되지 않을까 싶었다.
처음부터 너무 진을 빼는 것보다는 ‘뇌가 클수록 머리가 좋을까?’ 부분에서 아인슈타인의 뇌조각 사진을 보면서 그 궁금증을 해결한다든지, 무솔리니의 뇌 절반을 챙겨 가면서 무엇이 혁명가를 혁명가로 만드는지 알아내려 했던 나라가 미국이었다는-
또 스탈린이 승인한 실험인 인간 유전자와 침팬지 유전자를 합치려 했던 이야기도 흥미로웠다.
이바노프가 소련의 연구비를 지원받은 계기부터-
우리가 침팬지와 교잡을 하며 지낸 기간이 100만년이라는 영장류 유전학자들의 가설은 좀 믿고 싶지 않지만 사람 DNA 와 침팬지의 DNA 가 서로 함께 섞이는 걸 좋아한다니...
한 끝차이로 인간으로 살 수 있음에 감사해야 하는것인지...
어쨌든 RNA 타이클럽의 넥타이 모양은 신기했고
처음 DNA 의 존재를 파악하기 위해 분투하던 연구자들의 모습은 대단하게 느껴졌다.
실험실에서 초파리들을 모으기 위해 바나나를 매달아 놨을 그 어수선한 광경이 눈 앞에 펼쳐지는 듯 했는데- 실제 실험실 사진과 연구진들의 실제 모습도 볼 수 있어 더 와닿았던 것 같다. 그들의 성향이라든지. 예를 들어 바람둥이였다든가, 제대로 대접을 못 받았다던가 하는.... 이 책이 아니면 몰랐을 재밌는 뒷이야기들이 종종 들어있어 아주 따분한 이론서의 느낌보다는 대중들에게 다가가기 위해 애쓴 작가의 노력이 엿보였다.
세포 속 꼬이고 꼬인 DNA 의 엉킴 방지 역할을 해주는 위상 이성화 효소의 존재는 처음 알았는데 정말 신기했고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서 이중으로 피폭된 일본 양반의 케이스에서 볼 수 있었던 DNA 의 특징도 흥미로웠던 것 같다.
단순히 운이 좋았다고 할지, 아니면 DNA 의 능력은 인간의 상상초월인지...
지프의 법칙을 적용한다든지 쇼팽의 음악과 대입을 해본다든지 해서 어떻게든지 DNA 의 실체를 파악하려고 애썼던 여러 흔적들을 보니
지금 우리가 쉽게 말하고 쓰고 있는 이 DNA 라는 이름을 위해 노력하고 머리를 굴리고 또 굴렸을 많은 연구자들의 노력이 새삼스레 느껴졌던 것 같다.
파가니니가 수월하게 바이올린을 연주할 수 있도록 이상할 정도로 유연했던 손은 콜라겐을 많이 만들지 못하는 엘러스-단로스 증후군이라는 유전 질환 가능성이 제기되지만-
장단점들을 살펴보니 바이올리니스트로서는 좋을지 몰라도 건강하게 일생을 영위하는데는 별 도움이 안 되는 질환이었기에 마냥 부럽지만은 않았던 것 같다.
또 근친으로 유명한 합스부르크 왕가의 사례는 (이르게 사정을 하는 경우가 많았고 나중에는 불능상태가 되어 후계자를 낳지 못하게 되는) 유전의 실체를 더 궁금하고 신비롭게 느껴지게 했던 것 같다.
나랑 엄마는 외모와 목소리까지 닮았다고 얘기를 많이 들었는데 , 여태 그것을 당연하다고 치부했었다면 이 책을 접하고나선 좀 더 깊숙하게 생각해볼 수 있게 되었다.
따지고 보면 신기한 것 투성이고 , 모르는 게 무궁무진한 세계였는데 여태 별 관심 없이 지내고 있었다니- 지금이라도 이해 안 된다고 대충 넘어갔던 부분을 차근차근 다시 읽어보고 싶은 책이다.
너무 과학쪽 얘기라고 어려울 것 같다며 부담을 느낀다면 그러지 않아도 될 것 같다. 이건 바로 모든 생명체에 대한 얘기이며, 나와 내 주변 사람들의 얘기고 , 과거와 현재 미래... 등 간과하고 넘어가기엔 아까운 내용들이 많이 있다.
" 우리 유전자에 문신처럼 새겨진 증거는 인류 계통은 하마터며 여러 차례 멸종할 뻔 했다고 알려준다."
/P 2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