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
요나스 요나손 지음, 임호경 옮김 / 열린책들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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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세게 운 좋은 할아버지와 함께 하는 100년 여행...

- 책 제목에서 이미 밝혔다시피 할아버지는 100세 생일날 양로원을 탈출한다.

고단했던 생을 뒤로 하고 죽을 날만 기다리던 할아버지는

자신의 쿨한 성격대로... 별 생각 없이, 100세 생일 파티를 준비하는 사람들에게 아무 말 없이 그렇게 훌쩍 길을 나선다.

여기서 죽으나 저기서 죽으나 크게 상관있나?... 뭐 이런 식...

꾸며낸 허구라는 걸 뻔히 알면서도 할아버지의 여정에 몰입할 수밖에 없는 건 시대별로 실존인물들이 등장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20세기 초반부터 생을 살아온 할아버지의 스펙타클한 사건들은, 다사다난했던 우리의 현대사를 고스란히 보여준다.

어디 하나 빠지지 않고 굵직한 사건엔 빠짐없이 등장하는 건 타고난 시대와, 폭발물을 다룰 줄 아는 할아버지의 능력 때문인데

세계대전부터 시작해서 이념적 대립까지- 후덜덜했던 그 시대와 할아버지가 엮이는 상황은 크게 억지스럽거나 쌩뚱맞게 느껴지진 않았다. 

에이~ 말도 안 돼- 하면서도 꼭 이런 사람이 없으리라는 보장 또한 없으니. 

할아버지 만큼이나 읽는 나도 다소 단순 명쾌해지는 느낌이었다. 

#종교와 정치 얘기를 싫어하는 할아버지. 

-할아버지의 특징을 꼽자면 정치와 종교 얘기에 굉장히 거부반응을 보인다는 것이다. 

어디가 옳든, 그르든 할아버지는 그들이 주장하는 것들에 대해서 신경을 끄고 살아왔다.

그래서 좌든, 우든 그 상황에 맞게 살아남을 궁리를 했었고 

 어쩌다보니 스탈린 앞에서 실수를 해 강제 노동 수용소까지 가게 된다. 

[ 세 공산주의자가 자신들의 사상에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는 사람이 휴가를 보낼 수 있는 장소에 대해 매우 창의적인 토론을 벌이는 동안, 알란은 돈을 보내 준 트루먼에게 속으로 감사 인사를 보냈다.]  p. 350

이 부분에서 느꼈던 건 인간 세상에서 정치와 종교라는 게 너무 쓸데 없이 복잡한 것이 아닌가 라는 것이었다.

종교와 정치라는 포장을 벗겨내고 그냥 순수한 인간 대 인간으로 만났을 때 - 우리는 조금 덜 싸우고 조금 더 쉽게 누군가와 친구가 될 수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

이 책의 등장인물들은 모두 알고 보면 다 괜찮은 사람들이었고, 실은 우리 모두가 다 비슷비슷하지 않을까 싶었다.

좋은 친구와 파라솔 아래에 누워 맛있는 칵테일을 마실 수 있는 곳에서 우린 얼마나 사악할 수 있을까?

하지만 어쨌든 이 세상은 좌 아니면 우로 나누려고 하고 , 종교로 갈라지려고 하고 있다. 무엇 하나 선택하지 않으면 비겁하다고 째려본다.

그런 세상에 어쩔 수 없이 살고 있다는 게 조금은 슬펐다. 인간이 필요 이상으로 복잡하다는 게 마냥 좋게 느껴지지 않았던 것 같다.

# 100살 할아버지도 나서는 길

-오히려 이 나이가 되면 나도 거칠 게 없어질 것 같은데? 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역시 그건 변명일 뿐이고. 실천력? 같은 걸로 따지자면 이 할아버지보다 내가 더 노인 같이 느껴졌던 게 사실이다.

미루고, 귀찮아 하고, 안주하려고 하고, 드러눕고 싶어하는 내 자신을

너무 타박하지 않으면서도 찔리게 만드는 할아버지.

너무 많은 걸 바라지 않고, 단순하게 세상과 소통하는 모습은 꼭 배우고 싶었다.

할아버지가 창문 너머로 도망가서 만난 친구들.

잠시 예쁜 언니의 호숫가 집에서 그려진 평화로운 일상은 물론 네버 어게인의 조직원들이 불쌍하긴 했지만.ㅠ 굉장히 이상적이었다.

누구나 이 할아버지처럼 긴 시간을 허락받고 살진 않기 때문에- 이 책을 덮고 어딘가로 나가고 픈 충동은 누구나 들 것 같다.

# 다양한 인물을 만나는 즐거움

- 레닌부터 시작해서 아인슈타인의 배다른 동생, 장개석, 마오쩌둥, 스탈린, 그리고 김일성-김정일 부자, 윈스턴 처칠등등...

특히 의심많은 꼬마 김정일은 먼 나라의 작가가 묘사해 낸 모습이라 더 묘하고 재밌게 다가왔던 것 같다.

할아버지의 여정도 그렇지만, 1900년대 초부터 일어난 여러 가지 사건들까지 같이 훑어볼 수 있다는 건 이 '소설' 의 큰 장점 중 하나가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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