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자 구보 씨의 세상 생각
문성원 지음 / 알렙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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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처음 받았을 땐 

구보라는 낯설지 않은 인물과 함께 어렵지 않게 읽힐 거라고 생각했는데 

기대, 혹은 예상과 다르게 쉽지만은 않았던 것 같다. 

 

구보씨가 우리도 함께 생각해보길 원했기 때문에 자신의 생각을 먼저 얘기했겠지? 

누드, 뱀파이어, 동물.. 크기에 대한 것 거기에 무상급식, 안철수까지- 

 

철학자 구보씨는 다양한 생각들을 이 책 속에 적어놓았고 

그걸 읽으며 공감도 하고 어려워도 했던 것 같다. 

 

 

# [먹는 일은 내가 아닌 것들을 부수고 찢어서 나의 일부로 재구성해 내는 절차다. ... 하지만 먹히는 것은 누구에게나, 어떤 존재에게도, 참혹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도 우리는 그저 무심하게 먹는 일에 열중할 수 있는 것일까.] 

 

구보씨가 한참 크기에 대한 얘기를 하다가 이런 얘기를 했다.

엄마 뱃속의 한 점에서부터 무언가를 먹으면서 이만큼 자란 나처럼

지금의 대국들도 처음부터 크진 않았을 것이고 그럼 국가에게도 먹잇감이라는 게 필요한 것일까.. 라는 생각...

 

먹는다는 게 즐거움인 줄만 알았지

때론 인간이 곰에게 먹힐 수 있듯 , 소국이 대국에게 먹힐 수 있듯...

난 지금 나를 위해 무언가를 파괴했다는 생각은 사실 많이 못해봤던 것이기에...

괜히 저녁에 신나게 먹었던 치킨이 더부룩해지는 느낌이었다.

 

#Y

 

조금은 까칠하고 수시로 구보씨에게 돌직구를 날리는 Y.

단순 명쾌함이 매력이라고 할 수도 있고, 구보에게도 끊임없이 자극을 주는 존재인 것 같다.

또 아마 지금 이 세상엔 Y 처럼 생각하는 사람들이 아주 많을 수도 있다 .

 

그녀는 구보씨가 한참 뭐라고 얘기했는데 딴 생각해서 못 들었다고 하고...

니들 철학자들은 왜 그 모양이냐, 라는 듯 구박 아닌 구박을 하기도 한다.

구보와 Y 의 대화 형식이 어느 정도 책에 생동감을 준 것 같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스스럼없이 구보씨와 얘기를 나누는 그녀가 부럽기도 했다^^ 사실 이런 철학적 대화를 일상에서 나눌 친구가 몇 명이나 되겠는가.. 

 

문득 구보와 Y 의 대화를 보면서 한 친구가 떠올랐다. 

우리는 구보와  Y 의 사이라기보다는.. 두 구보라고 하는게 맞을 것 같은데

종종 가벼운 수다로 시작해서 심오한 대화로까지 확장되곤 하는 사이다.

 

어느 한 주제로 얘기를 하다가 끝, 이 아니라 점점 이 얘기 저 얘기로 확장되는 .. 

꿈 얘기 하다가 가위 눌린 얘기, 귀신은 정말 있을까 신은 정말 있을까 종교란 뭘까.. 뭐 이렇게 얘길 나누다보면 시간이 훌쩍 가 있는... 

 

아무튼 얘기가 자주 횡설수설하다고 자주 Y 에게 구박받는 구보를 보며.. 같이 얘기를 나누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던 것 같다. 

나라면 얼마든지 삼천포로 빠져도 같이 빠져줄 수 있을텐데^^ 

 

 

 

 

#구보씨의 뱀파이어 얘기는 솔직히 책을 다 읽은 지금 머릿속에 남는 얘기가 별로 없다.

좀 여긴 나에게 어렵게 다가왔던 것 같고...ㅠ  

다만 영화 박쥐를 예롤 들었을 때 내가 박쥐를 제대로 보긴 봤나 싶어서 책을 덮고 바로 영화 박쥐를 다시보기했다.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것이 정말 저주스러운 갈증이고 저주스러운 욕망일까...

 

[... 박쥐의 상현을 봐. 그는 자신의 처지에서 벗어나고 싶어한다구. 어쩔 수 없이 욕망의 수렁에 말려들어가면서도 거기에서 끊임없이 벗어나려 하지.... 그리고 그런게 더 큰 악을, 파국을 낳을 수밖에 없다는 걸 깨닫자 태주와 함께 목숨을 버리는 쪽을 택하지.]

 

감히 인간이... 마치 신과 같은 완벽함을 추구하려고 하면 할 수록 더 깊은 수렁으로 빠지는 것 같은 느낌... 

인간이 인간답게 살아간다는 것은 뭔지

여기에 갈증을 느껴봤자 더 큰 절망만을 맛보는 것은 아닐지

 

몇 년전에 이게 무슨 영화지...? 김옥빈 예쁘네.. 정도... 별로 기억에도 없던 영화 박쥐를 이 책을 통해 다시 본 것은 큰 기쁨? 같은 거라고 생각한다.ㅋ 이 영화 진짜 좋은 영화였다...

 

아무튼 이 밖에 다양한 영화나 작품을 예로 들어서 더 재밌게 다가왔던 면이 있었고 여기에 소개 된 못 본 작품들도 한 번쯤 챙겨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 이 책은, 우리가 하루의 피곤을 씻고 내일을 위한 충전을 위해서 청하는 잠과

잠자는 숲속의 공주의 잠은 같은 잠일까?

나는 늙어서도 어떤 것에 매력을 느껴서 (구보씨는 그게 누드모델이었다)  그 위험을 감수할 수 있을 만큼의 사람인걸까?

혹은 무언가를 즐긴다는 것의 의미... 등 다양한 생각거리들을 분명 많이 제공받은 책이다. 최대한 쉽게 시작하고, 익숙하게 받아들여질 수 있도록 애쓴 흔적도 눈에 많이 보인다.  

 

하지만 중간중간 가볍게 읽기엔 다소 어려운 부분들도 있고 Y의 말처럼 애매하거나 잘 이해가 안 되는 부분들도 있었다. 책으로 정리된 것치고도 얘기가 이리저리 흩어질 때가 있다는 느낌을 받았었다.

하지만 말미에 역사 철학이나 문학 철학에 관해서 다시 독자들을 만날 수 있다는 여지를 남긴 것 같다. Y와 함께...^^ 

호기심이 가는 분야를 살짝 던지고 가신 것 같아서.. 다음의 얘기도 기대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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