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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드
카를로스 푸엔테스 지음, 김현철 옮김 / 민음사 / 2013년 7월
평점 :
절판
단편소설 같은 이 블라드를 읽으면서 느낀 건...
인간의 나약함이었다.
잔인한 싸움... 그리고 영원에 대한 갈망...
꼬챙이 황제 블라드의 횡포를 잠깐 보자면
< .. 암라스 마을에서는 여자들의 젖가슴을 잘라 남편들에게 강제로 먹였다. .. 코들레아 마을에서는 어린 아이들의 목을 잘라 그 머리를 어머니들의 질 속에 쑤셔 넣고 그 다음에 여자들을 꼬챙이에 꿰어 죽였다. 블라드는 꼬챙이에 꿰인 사람들이 꼬챙이 위에서 '개구리처럼' 몸을 비비 꼬며 자지러지는 모습을 좋아했다.>
왜 그랬게?
블라드는 역사에서 결코 지워질 수 없는 명예와 업적을 남기고 싶었단다..
인간에게 있어 영원이란 게 뭐길래...
아무튼 블라드는 결국 생매장을 당하게 되고, 한 소녀에 의해 뱀파이어가 되고, 그렇게 원하던 영원을 갖게 되었다.
그리고 영원을 원하는 누군가에게 언제든 다가가려고 한다.
이런 히스토리를 가진 블라드가 지금 겉보기에 평온했던 한 가정에 소리없이 다가온다.
변호사 이브 나바로와 부동산 중개소를 하는 아순시온 부부
그들에겐 예쁜 딸도 있고
여전히 사랑하는 것 같고..
별 문제가 없어보이지만 사실은 몇 년 전, 아들을 한 명 잃었다.
죽은 아들은 그만 잊고 잘 살고 싶은 이브도 이해가 가고
그 아들을 못 잊고 계속 가슴에 품고 있던 아순시온도 이해가 간다.
인간은 망각의 동물이기도 하지만,
모성이라는 엄청난 감정은 또 어떻게 설명을 해야 할까..
그러면서 한결같은 이브의 사랑을 따분하고 답답한 감옥쯤으로 여기고, 자극적이고 강렬한 블라드에게 넘어간 아순시온의 모습까지...
블라드 라는 비현실적인 캐릭터를 지극히 현실 속에 투입시켜 인간의 본성을 적나라하게 드러낸 작가의 노련한 필력에 새삼 감탄했다.
생의 마지막 작품이라고 하던데...
그는 이 작품을 쓰면서 그래, 인간에게 영원은 어쩌면 저주일지도 몰라... 라는 생각을 했던걸까.
나 또한...
나중에 죽음이라는 게 가까이 다가와 무섭다고 느껴질 때..
이 책이 생각날 것만 같다.
블라드가 찾아와 나와 함께 영원히 살지 않을래~? 라고 딜을 한다면... 나는 어떤 선택을 할까.
영원을 선택할 그 누군가가 있는 한...
정말 어딘가에 블라드가 살아서 그 특유의 집을 꾸며놓고 기다리고 있진 않을까...^^
햇빛이 들어오지 않는 커다란 집, 곰팡이 냄새가 나는 동굴, 배수구가 수두룩한 바닥...
블라드의 집을 구체적으로 묘사한 상상력도 재밌었던 것 같다.
이 책은 인간의 부질없는 영원의 탐욕을 짧지만 강렬하게 표현한 수작이었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