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인 하프 위크 - 개정판 에디션 D(desire) 3
엘리자베스 맥닐 지음, 공경희 옮김 / 그책 / 2013년 2월
평점 :
품절


우리는 얼마나 가혹한 믿음을 선택할 수 있는가?

-그가 나를 사랑하는 한 나는 구원된다.

 

무슨 사이비 종교에 빠진 여자의 말 같지만

9주 반 동안 한 남자를 만났던 여자가 한 말이야.

뉴욕에 사는 똑똑하고 젊은 여자가 어느 새 자기 할 일을 모르고 갈팡질팡 하게 될 때...

그는 차갑고 차분한 목소리로 할 일을 말해줘.

 

꼭 거미줄에 묶인 벌레같이 여자는 한 번 빠져버리자 어쩔줄을 모르는데

남자는 너무 아무렇지 않고, 당당하고, 더 끌어당기지.

여자는 남자가 시키는 걸 하지 않을 수 있고, 아니다 싶으면 영원히 떠날 수 있었는데

짐가방을 싸고, 택시를 부르는 남자의 다리를 붙잡고 울었어.

시키는대로 다 하겠다고 말이야.

 

원래 나쁜 걸 빨리 배우듯

남자가 여자에게 하는 행동들도 그랬던 것 같아.

이 남자와 함께 있을 땐 평소의 내 모습이 아닌, 전혀 다른 내가 되어야 한다는 것.

그 엄청난 자극은 쉽고 빠르고 깊이 중독 되고 어느 새 원래의 나는 없어지고 있어.

날 이렇게 만든 그에게 점점 집착하고 있지만  바보같은 짓이지...

내가 떠나도 그는 다른 여자를 쉽게 자신의 아파트로 불러들일거야.

그리고

나는 이미 침대에서 남자에게 받을 수 있는 자극의 한계를 맛봤기 때문에...

"남은 문제는 내 감각의 온도 조절기가 망가졌다는 점이었다. 몇 년이 지났는데도 내 몸이 다시 미지근한 정도를 넘어서게 될지 가끔 궁금할 때가 있다."

 

솔직히 감정이입을 하기가 겁날 정도로 이 남자는 여자를 변태적으로 다뤄. 하지만 이 남자는 이미 익숙한 듯 여자 마음을 아주 맘대로 갖고 놀지... 그래서 빠져들면 답이 없어. 

늦은 밤 무심히 말한 블루베리를 사오거나 , 아팠을 때 지극정성으로 돌보는 남자의 모습은 그래서 무서울 정도였어... 이건 진심이 아니라 길들이는 것의 하나였잖아...  

 

누구나, 어떤 특별한 자극이나 (특히 性적인) 또 다른 내가 나타나길 갈망하고 있는 걸까?

나의 몸과 마음을 흔드는 대상이 언제나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것일 거라고... 속단할 수 있을까?

사람의 몸을 길들이다보면, 결국 정신까지 마비시킬 수 있는것일까?

 

느닷없이 이 남자가 나타나고, 하루 이틀... 사랑을 나누다가

불현듯 미친놈이라고 욕 한 바가지 퍼부어주고 귀싸대기 날릴 여자가 몇 명이나 될지 궁금해졌지.  

혹은 이렇게 가학적인 게 아니라도... 남자가 말도 안 되는 짓을 해도 빠져나오지 못하는 여자들을 볼 때가 있어... 그 경우도 다르지 않다고 생각해...

빠진 사람이 손해야... 그걸 깨닫는데 시간이 오래 걸리는 건 물론이고.

 

 

그와의 만남을 한 마디로 표현하자면 "불량식품" 이라고 말하겠어.

맛있지만 몸에 나쁜...

피해야 하지만 피하기 쉽지 않은 것...

자극과 이성 사이에서 인간은 오늘도 내일도 영원히 갈등하고 속고 속이며 살아가겠지.

 

다들 어떤 불량식품을 곁에 두고 있는지 모르겠다.

너무 자극적이고 일탈된 것은 몸에 안 좋아...

정신줄 놓고 싶을 때도 있겠지만 나는 피하려고 노력할 것 같아.

그리고 노력에 따라서 피할 수도 있다고 믿고 싶고.

 

그 강렬하고 짜릿하고 상상조차 하기 힘든 쾌락의 끝은... 이 책을 본 것으로 대신해도 충분해...

굳이 나도 빠져보고 싶진 않다...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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