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훌륭한 군인 - 가장 슬픈 이야기 ㅣ 문예출판사 세계문학 (문예 세계문학선) 105
포드 매덕스 포드 지음, 손영미 옮김 / 문예출판사 / 2013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생소한 작품인데 여러 추천서, 필독서 리스트에 많이 들어가 있는 작품이다.
화자는 자신의 얘기를 편하게 들어달라고 말한다.
자기는 이렇게 슬픈 얘기를 들어본 적이 없다며...
이 소설은 기승전결이 명확한 형식이 아니라
정말 누군가가 해주는 얘기처럼 두서없이 진행된다.
말을 하다가 잘 설명을 한 건지 되짚어보고, 더 보태기도 하고, 빠진 게 생각나면 다시 돌아가서 말하기도 하고... 그러듯이.
그래서 처음에는 책 읽는 속도가 영 더뎠는데 어느 순간 이 책에 푹 빠져들게 됐다.
# [ 사람들은 왜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없을까? 세상에는 우리가 원하는 것이 모두 있는데 자기가 원하는 게 아니라 뭔가 다른 걸 갖게 되는 것이 인생이다. 여러분은 그 이유를 이해할지 몰라도 나는 전혀 모르겠다]
각자 좋아하는 사람과 좋아하는 것을 누리면서 사는 세상이 과연 있을까, 하고 묻는다.
책 후반부 쯤 나오는데 나오는 등장인물들이 모두 원하는 것을 못 갖고 어긋한 상태에서 하는 말이다.
미치도록 원했던 무언가가, 놀리듯이 쏙 빠져나가 다른 사람 손에 들어가 있고- 혹은 저 멀리 날아가 있고....
자신의 손엔 뭔가 엉뚱한 게 쥐어져있다.
인생은 대체 왜 이런것일까...
특히 사랑이란 더 그런 것이다...
신분, 성격, 종교, 외모, 나이... 이런 게 적당히 잘 어울리는 남녀가 적당한 타이밍에 만난다는 게 쉬운일일까? 그런 남 녀가 서로 영원히 사랑한다는 게 쉬운 일일까?....
# [사랑이 이루어지면 남자는 적어도 어느 기간 동안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다. 그는 연인에게서 용기와 힘을 얻고, 고독에서 해방되며, 자신이 괜찮은 사람이라는 확신을 얻게 된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마치 태양이 해시계를 지나가듯이 이런 것들은 서서히 사라진다. 슬프지만 그것이 현실이다. 책 속의 페이지가 신선함을 잃고, 아름다운 모퉁이가 너무 많이 돌아서 그 매력을 잃는 것이다. 이 이야기는 정말 슬픈 내용이다.
하지만 남자에게는 드디어 어떤 여자가, 아니 이런 식으로 말하면 안 되지. 어떤 남자든 살다보면 그의 상상력에 봉인을 찍는 여자가 나타나 최후의 봉인을 찍는 순간이 온다. 그 사람은 더는 여행을 떠나거나 배낭을 메지 않을 테고, 그런 장소나 생활에서 영원히 은퇴할 것이다.]
한 여자가 한 남자를 만나 결혼했을 때
살다보니 처음의 뜨거웠던 감정이 식는다는 것
그리고 남자, 혹은 여자가 다시 다른 사랑을 찾아 눈을 돌린다는 것...
# [그녀는 인생이라는 것이 아내를 배신하고 싶어하는 남편들과, 결국 남편을 되찾고 싶어 하는 아내들의 끝없는 양성 전쟁이라고 생각했다. 그녀는 결혼에 대해 그렇게 서글프고 소박한 생각을 갖고 있었고, 남자는 때때로 탈선하고 무리한 짓을 저지르며, 외박하고 발정기를 겪는 일종의 짐승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쉽사리 끝내지 못하고 괜찮은 척... 그 끝이 어딘가 한 번 보자는 식으로 주인공 부부는 위태로운 결혼생활을 이어나간다.
벌써 끝났지만...
남 앞에 그런 꼴사나운 모습을 보일 수도 없고
여자는 남자가 언젠가 자신에게 돌아올 거라 믿는다.
남자도, 여자도... 서로 너무 다르면서 소통은 단절되어 있고 각자의 고집은 너무나 세다.
사랑이 변할 때... 우리는 종교나 신분, 남의 이목등을 앞세워 그 관계가 계속 유지될 수 있도록 애를 써야 하는걸까?
누군가 나가떨어지기 전에... 파멸하기 전에
퇴색되고 빛바랜 사랑은 빠르게 정리하고 서로 원하는 사랑을 찾아 하루빨리 떠나야하는걸까?
글쎄, 지금도 영국 기득권층의 이런 문명을 빙자한 오만함? 고집?... 같은 것들이 있는지 모르겠다. 그리고 그걸 갖고 싶은 플로렌스 같은 사람과, 그걸 천박하게 여기는 구교 사람들의 모습이... 그리고 셔틀콕처럼 껴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사람이...
1904년부터 9년동안
특유의 영국 구교-신교 부부의 모습과 그걸 바라본 미국인 남자의
가장 슬픈 이야기...
시대와 배경이 주는 독특함과 인간의 사랑을 깊이있게 그려낸 작품이었다.
왜 우리는 원하는 것을 가지지 못하는건지.
인간탓인지, 운명탓인지...
많은 생각을 할 수 있었다.
각 캐릭터들마다 충분한 개연성을 주어서 누구도 욕할 수 없고 탓할 수 없다... 그저 타고나길 저마다 다르게 타고났기 때문에-
전개가 좀 복잡하긴 하지만 굉장히 짜임새 있어서 읽다보면 그 매력이 충분하다!!
묘사도 아름다웠고...
추천할 만한 좋은 고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