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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퍼리얼 쇼크 - 이미지는 어떻게 세상을 지배하는가?
최효찬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1년 1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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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면 하나. 00아파트 베란다에서 행복한 모습으로 지나가는 평범한(?)사람들을 내려다보는 유명연예인의 아파트 광고

 

장면 둘. 땀구멍하나 보이지 않는 뽀얀 얼굴에 00화장품을 바르며 흡족한 표정으로 피부관리요? 별거 없어요. 00하나면 다 되거든요!’라고 외치는 마찬가지로 유명연예인의 화장품 광고

 

티브이를 거의 보지 않는 관계로 요즘 광고들은 어떤지 잘 모르겠다. 아마 요즘도 비슷할거라고 생각하지만 몇 년 전까지는 확실히 저런 광고들이 많았다. 아직 완공되지도 않은, 살아보지도 않은 아파트에서 살아서 행복해졌다고 웃으면서 구라를 치는 연예인(그리고 지나가는 사람들은 불쌍하다는 듯이 내려다본다, 또는 친구들의 부러움을 한몸에 받는다). 몇 천 만원짜리 피부관리를 받으며 광고찍기 전까지 써본적도 없는 그 화장품 덕이라고 구라를 치는 연예인(이쯤되면 화장품이 아니라 현자의 돌 수준이지요?).

 

이렇게 우리가 티브이라는 미디어가 당당하게 치는 구라에 무방비로 노출되어 있다. 그리고 그것이 구라인지도 모른채, 아니 알면서도 별 도리 없이 그 환상들을 손아귀에 넣기 위해 발버둥친다.

 

하이퍼 리얼 쇼크는 그러한 현상에 대해 분석한 책이다. 저자는 보드리야르의 말을 빌려 이러한 현상에 대해 설명한다. 핵심 메커니즘은 시뮬라르크가 시뮬라시옹을 거쳐 하이퍼리얼이 되는 것이다. 각 용어의 개념은 다음과 같다

 

p. 19

시뮬라르크 : 원본이 없는 이미지로, 실재보다 더 큰 영향력을 발휘하며 실재보다 더 실재적인 것이다.

 

시뮬라시옹 : 하이퍼리얼을 산출하는 작업. 실재가 원본도 사실성도 없는 하이퍼리얼로 전화되는 과정이다.

 

하이퍼리얼 : 시뮬라르크, 즉 원본 없는 이미지가 새롭게 지배적인 현실이 되는 것을 말한다. 시뮬라르크가 실재를 대신하고 거꾸로 현실에 영향력을 발휘한다.

 

, 살아보지도 않은 아파트에 대한 행복감(시뮬라르크)을 표출하는 유명연예인의 구라를 듣고 시청자는 ,, 저런데 살면 정말 행복하겠다..’라는 시뮬라시옹 과정을 거쳐 ‘00아파트에 사는 사람은 행복한 사람, 그렇지 못하면 조금 불행한 거에요라는 하이퍼리얼을 형성하게 되는 것이다.

 

학구열이 불타오르던 시절 장 보드리야르의 소비의 사회를 펼친 적이 있었다. 그 난해하기 짝이 없는 글 앞에서 좌절하고 애꿎은 역자만 탓하며 책을 덮고 말았다. 그래서 일까 제법 난해해 보이는 표지를 넘기자 등장하는 장 보드리야르의 이름을 보고 나는 덜컥 겁을 먹었다. 그러나 다행히도 저자는 나처럼 무지한 독자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다양한 사례를 곁들어주었다. 소비욕망의 주체도 모르고 소비하는 현대인들에게 자신의 욕망을 들춰보게끔 해주는 좋은 책이라고 생각된다.

 

다만 아쉬운 점이라면 책 안에서 같은 용어에 대한 설명(시뮬라르크, 라시옹, 하이퍼리얼)이 거의 매 챕터마다 나올정도로 과잉반복되어 독자로 하여금 지치게 한다는 점이다. 마치 매회 따로 따로 작성된 글들이 단순한 편집만을 거쳐 하나로 묶여 나온듯한 느낌이 들 정도였다(p.166에 나온 사르트르의 피투체는 정확히 4페이지 후에 또 등장한다. 그리고 그 전 페이지에도 나왔었다).

 

또 한가지는 하이퍼리얼의 부정적인 현상에 대한 해결방안을 다룬 마지막 부분에서 대부분의 책임을 개인에게 지운다는 점이다. 위키피디아와 같은 사례도 제시되지는 개인적으로 이는 아직은 매우 미약하고 앞으로도 크게 무언가를 변화시킬것으로 기대되지는 않는다. 개개인이 현명한 소비자가 되어야 한다는 저자의 결론?은 사실 가장 근본적인 답이긴하지만 누구나 알고 있으면서도 지키지 못하는 것이기도 하다. 하이퍼리얼을 만들어내는 미디어라는 거대한 집단 앞에서 개인의 의지는 무력하기만 하다. 그래서 나는 무언가 집단적인 제제를(허위광고 제제강화와 같은 법적 제제라던지) 기대하였으나 그렇지 않은 점이 아쉬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해하기 짝이 없는 장 보드리야르의 여러 개념들을 여러 사례를 통해 쉽게 풀이해주었다는 점에서 매우 유익한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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