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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장류, 사이보그 그리고 여자 - 자연의 재발명 ㅣ Philos Feminism 4
도나 J. 해러웨이 지음, 황희선.임옥희 옮김 / arte(아르테) / 2023년 9월
평점 :
한창 한국SF에 푹 빠져서 과제까지 이걸 주제로 레포트를 작성한 적이 있다. 그 과정에서 알게 된 게 ‘포스트휴머니즘’이었고 ‘사이보그 선언’이었으며 ‘도나 해러웨이’였다. 그때부터 도나 해러웨이의 책을 꼭 읽어보고 싶었다. 그러나 워낙 어렵다는 말을 많이 들어 시작은 못하고 언젠가는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만 하고 있었는데 펀딩 소식이 들린 것이다. 표지도 강렬하면서 명확한 것이 계속 아른거려 결제했다. 책을 받고 나서는 여유가 생기면 읽겠다고 미뤄두었다. 그러다 아르테 북서퍼에 선정된 거다. 마감일이 확정되자 두려웠지만 페이지를 넘기고 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어려웠다. 하지만 뿌듯했다.
『영장류, 사이보그 그리고 여자』는 해러웨이의 저술 10편을 주제별로 묶은 책이다. 1부 ‘생산과 재생산 체계로서의 자연’에서는 영장류학의 발전을 바탕으로 인간이 영장류 사회를 바라보는 시각과 사회 통념이 서로 얼마나 영향을 주고 받았는지를 다룬다. 2부 ‘경합하는 독법들: 서사의 성격’에서는 남성중심적인 영장류학 이론이 페미니즘과 혼합되는 과정을 설명한다. 그리고 그 이론의 설득력을 위해 서사, 즉 말하는 방식에 심혈을 기울였음을 강조한다. 3부 ‘부적절한/부적절해진 타자를 위한 차이의 정치학’에서는 앞에서 살펴본 이론들이 자유주의 페미니즘의 영향을 많이 받았음을 지적하고 새로운 조류인 사회주의 페미니즘이나 래디컬 페미니즘의 전략을 설명한다. 그리고 유색인 여성, 레즈비어니즘 등 정체성이 교차하는 부분들을 짚어내며 ‘사이보그’라는 새로운 주체를 등장시킨다.
책을 읽는 내내 과연 잘 이해하고 있는지 의심이 끊이지 않았다. 내용이 어렵다는 건 부정할 수 없다. 난해함에도 불구하고 해러웨이가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 알고 싶은 마음이 사라지지 않는다. 집에 해러웨이에 대한 책을 사두었는데, 그 책을 읽고 다시 차근차근 읽고 싶다. 정체성 정치가 부각되는 사회에서 살아가고 SF라는 장르에 매력을 느끼는 사람으로서 제대로 공부하고픈 학자임에 틀림없다.
영장류부터 사이보그까지, 페미니즘이 과학에서 어떤 논의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지 해러웨이는 질문하고 있다. 영장류, 사이보그 그리고 우리. 우리는 자기자신을 누구라 명명할 수 있을까?
🔖우리, 사이보그가 되어 지구에서 살아남아 보자! (P.15)
🔖페미니즘은 과학의 분명한 성차별적 편향에 응답하는 논변에서조차도 생산과 재생산에 대한 적절한 최종 이론을 만들어 낼 것이라고 기대해서는 안 된다. 그런 이론들은 여전히 우리를 비껴간다. 왜냐하면 우리는 이제 우리가 과학 이론을 조립하는 데 쓰일 규칙들을 정식화하는 정치-과학적 투쟁에 가담하고 있기 대문이다. (p.81)
🔖이와 같은 관행이 자연을 이론화하는 우리를 이끄는 만큼 우리는 계속 무지하며, 우리는 과학의 실천에 개입해야만 한다. 이것은 투쟁의 문제이다. (p.123)
🔖픽션 읽기는 또한 여성들 가운데서 연결과 분리를 지도화하고, 지역적/지구적 세계에서 그들이 구축하고 그들이 참여한 사회운동을 지도화하는 테크놀로지로 기능할 수도 있다. (p.206)
🔖나는 이러한 사이보그가 우리의 사회적•신체적 현실의 지도를 그리는 픽션이자, 매우 생산적인 결합의 가능성을 제시하는 상상적 자원이라고 주장하려 한다. (p.273)
🔖사이보그 이미지는 우리 자신에게 우리의 몸과 도구를 설명해 왔던 이원론의 미래에서 탈출하는 길을 보여 줄 수 있다. (중략) 이것은 기계, 정체성, 범주, 관계, 우주 설화를 구축하는 동시에 파괴하는 언어이다. 나선의 춤에 갇혀 있다는 점에서는 마찬가지지만, 나는 여신보다는 사이보그가 되겠다. (P.328)
*아르테 북서퍼 활동으로 책을 제공 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