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고의 구멍 초월 3
현호정 지음 / 허블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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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아기가 늘 쌍둥이로 태어나는 마을에서 홀로둥이로 태어난 고고. 같은 시기에 홀로둥이로 태어난 노노와 한 '켤레'를 이루며 살았지만, 노노가 사라진 이후 마을에서 추방 당한다. 마을을 떠난 고고는 어느 날 자신의 가슴에 구멍이 생긴 것을 발견한다. 구멍을 메우기 위해 길을 나선 고고는 협곡으로 향한다. 협곡인들이 망울에 생긴 구멍인 크레이터를 메우는 일을 하기 때문이다. 협곡에서 고고는 비비낙안과 비비유지를 만난다. 하지만 협곡인들은 고고의 구멍을 발견하지 못한다. 협곡인들과 지내던 중, 고고는 비비낙안에게 호감을 느끼지만 비비낙안과 비비유지의 끈끈한 관계에 불안감과 불쾌감을 느끼며 어떤 장면을 목격하고 협곡을 떠난다.


고고는 구멍으로 바람이 통과하여 바람의 흐름에 따라 날 수 있었다. 그렇게 한참을 날아 도착한 남반구에서 고고는 소인 금을 만난다. 금은 고고의 구멍에서 지내게 된다. 둘은 감정을 공유하며 친밀해지지만, 너무 많은 영향을 주고받는 바람에 오히려 고통스러워지고 말았다. 결국 금은 고고의 구멍에서 나오게 된다. 금이 구멍에서 지낼 때에는 충만함을 공유했지만, 금이 구멍에서 나온 이후 고고는 또다시 앓기 시작했다. 구멍으로 먹은 것과 마신 것이 자꾸 빠져나왔기 때문이다. 금은 그런 고고에게 어쩌면 노노를 만나 구멍을 메울 수 있을지도 모른다며 새들이 사는 섬에 대한 이야기를 해준다.


금의 이야기를 듣고 고고는 새들이 사는 섬으로 향한다. 그리고 그곳에서 새가 된 노노를 만난다. 둘은 쉽사리 화해하지 못하지만, 이야기를 나누며 서로를 이해하고자 한다. 한편, 고고는 마을이 위험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그 소식을 전하기 위해 마을로 돌아가고자 한다. 다른 새들이 흔쾌히 도움을 제공하며 마을로 갈 준비를 하며 고고와 노노는 이윽고 화해를 한다.


고고가 마을의 위험을 막는 것에 성공했는지, 구멍이 메워졌는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고고가 구멍의 존재로 인해 다른 세상으로 발을 디딜 수 있었고, 협곡인과 소인 그리고 새를 만나며 성장했다는 사실이다. 비비낙안의 말처럼 상처는 스스로 아물지 않지만 남의 도움만으로 아물지도 않는다. 남의 도움을 받아 스스로 아무는 것이다. 노노가 떠나고 마을에서 쫓겨난 뒤 고고는 울지 않기로 다짐하는데, 아픈 노노를 돌보면서, 마을을 떠나 홀로 지내며 드러내지 못했던 상처가 실존하는 형태로 나타난 것이 바로 구멍이라고 생각한다. 구멍이 생기지 않았다면 고고는 계속 습지에서 홀로 지내는 생활을 했을 테지만, 구멍이 생겼기에 고고는 끝도 없는 고독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아무리 독립적인 사람이라도 결코 '혼자' 세상을 살아낼 수는 없으니까.


새로운 환경에서 새로운 관계를 맺으며 이전의 상처를 어설프게나마 치료하고, 스스로 성장하는 이야기를 작가는 '망울'이라는 독자적인 세계관 속에서 펼쳐 보인다. 매 장 마지막에 수록된 '망울의 창조 신화'는 고고가 겪는 상황과 맞물리며 신비로운 분위기를 만들어 낸다. 허블 출판사의 한국 SF 시리즈인 초월 시리즈 중 한 작품이지만 SF보다는 판타지에 가까운 이야기다. 이 이야기만이 풍길 수 있는 매력에 빠져보시길.


*서포터즈 활동의 일환으로 책을 제공받았습니다.



"그러나 마찬가지로 그 어떤 상처도 남의 도움으로만 아물지는 않거든. 모든 상처는 안팎으로 아문다.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서 스스로 아무는 거야." - P84

"미안함과는 달라. 미안하다는 건 내 잘못이라는 거잖아. 죗값을 다 치를 때까지는 앞으로 어떤 상황이 와도 행복하지 않겠다는 다짐이기도 하고. 그런데 나는 앞으로도 새로서 행복할거거든. 다만 힘과 지혜를 지닌 자로서 책임을 느낄 뿐이야." - P1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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