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드러지는 봉황의 색채
이윤하 지음, 조호근 옮김 / 허블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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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국은 라잔제국의 지배를 받고 있다. 화국인 기엔 제비는 방위성 예술가로 일하게 된다. 자동인형들이 치안을 유지하는 사회, 방위성의 여름 궁전에서 제비는 일반 자동인형의 기능은 훌쩍 뛰어넘는 기계 용 아라지와 조우한다. 방위성 장관 대리 하판덴은 제비에게 아라지가 그들의 명령을 수행할 수 있는 문양을 그리라 명한다. 반강제로 끌려온 방위성 지하 여름궁전에서 제비는 많은 고민을 하다가 마음을 다잡고 아라지와 함께 탈출을 시도한다. 제비는 탈출을 위해 자신의 감독관인 베이와 가까워지는데, 그럴수록 커지는 감정에 혼란스러워 한다.


이 책의 매력 포인트는 세 가지다. 배경, 제비의 변화, 그리고 사랑. 먼저, 배경은 역사적 배경, 기술적 배경, 그리고 세계관으로 나누어서 생각해 볼 수 있다. 라잔 제국에 지배당하고 있는 화국, 화국 독립군의 존재, 라잔 제국이 주창하는 서양의 위험성을 보고 있자면 일제강점기라는 우리나라의 역사가 생각날 수 밖에 없다. 작가는 그 당시의 역사를 소설 속에 정말 잘 녹여냈다. 기존의 사실과 다른 지점들은 기술적 배경과 세계관이라고 볼 수 있다. 라잔은 자동인형을 이용한다. 자동인형은 가면에 그려진 문양과 그 안료의 종류에 따라 기능이 달라지고, 라잔에겐 그런 안료를 만드는 마법의 절구가 있다. 이런 특이한 설정은 작가의 전작인 『나인폭스 갬빗』의 역법이 떠올리게 했다. 또한 SF 장르에서는 흔치 않는 '달나라'가 존재하는 세계관이라는 점도 신선했다. 여러모로 배경 설정의 측면에서 흥미가 생기는 부분들이 많은 작품이다.


역사와 SF, 판타지가 뒤섞인 책 속 세상에서 제비의 심경의 변화를 지켜볼 수 있다는 점도 이 책의 매력 포인트라고 생각한다. 제비는 그림을 그리며 살 수 있다면 라잔어로 이름을 바꾸고 라잔의 기관에서 일하는 걸 거리끼지 않는다. 친구인 학이 라잔인들과 교류하는 것 역시 문제로 느끼지 않는다. 이런 관점이 언니 봉숭아와의 갈등을 만들고, 충동적으로 집을 나오게 되면서 제비는 방위성에서 일하게 된다. 그러나 방위성에서 마법 절구로 연료를 만드는 법의 비밀을 목격하고는 충격에 빠진다. 또한 라잔이 문법을 수정해서 아라지(기계 용)을 악용할까 우려스러운 마음을 드러내고, 악용을 막기 위해 탈출을 감행한다. 그러는 와중에 베이와 깊은 관계를 맺게 되고, 베이에 대한 감정 역시 변화를 맞이한다.


그리고 주요 등장인물들의 신념은 결국 사랑으로 귀결된다. 봉숭아 역시 지아가 죽은 뒤에 사랑하는 지아와 화국을 위해 활동했다. 그리고 이후에는 사랑하는 동생 제비를 위해 제비를 보내주는 선택을 한다. 베이도 라잔의 행동이 잘못된 것을 알았으나 직접적인 개입은 하지 못하고 하판덴의 밑에서 기회만 엿보다 제비의 탈출 시도를 기점으로 전면에 드러나 행동하기 시작한다. 이들은 모두 사랑을 원동력 삼아 움직인다. 인생에 있어 중요한 선택에 사랑이 작용을 셈이다. 그만큼 사랑이란 감정이 얼마나 강력한지 보여주기도 한다.


*출판사 서포터즈 활동의 일환으로 책을 제공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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