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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 너머에 신이 있다면 - 2022년 제5회 한국과학문학상 장편대상
김준녕 지음 / 허블 / 2022년 8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2021 한국과학문학상 장편 대상작. 만장일치로 선정된 상작이라고도 하고, 개인적으로는 이번 한국과학문학상 수상 단편집이 기대치를 충족하지 못해서 장편 수상작을 손꼽아 기다리던 터라 기대가 높았다. 그래서 그랬을까, 이 작품 역시 기대치에 미치진 못한 것 같다. 아무래도 취향의 문제인 것 같다. 이야기의 구조나 흐름면에서는 깔끔하다. 속도감 있는 문장들과 어딘가 모르게 섞여 있는 유머들로 장편임에도 불구하고 빠르게 읽혔다. 아브만미르 시뮬레이션 프로그램의 탄생과 무궁화호 프로젝트의 시작, 그리고 그 무궁화호 탑승자들의 3-4세대의 이야기까지. 사이 시간의 공백으로 관련이 없어 보이지만 연결되어 있는 구조가 좋았다. 이러한 구조의 힘이 확실히 장편에서 독자들로 하여금 긴 호흡도 무사히 따라갈 수 있게 해준다는 것을 다시금 깨달았다.
희망이 없는 세상에서 인간은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 또 고립된 공간에서 인간은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에 대한 시뮬레이션 같았다. 무궁화호 프로젝트 이야기에서 등장하듯, 『파리대왕』이 떠오르기도 했다. 『파리대왕』이 인간의 본성을 아이들의 갈등 상황을 바탕으로 풀어낸 것처럼, 이 소설 역시 '무궁화호 프로젝트'를 통해 사용할 수 있는 생산량이 제한된 사회에서 인간이 어떻게 행동할 것인가를 보여준다. 지구에서의 희망 없는 삶에서 탈출하기 위해 무궁화호에 탑승한 아이들이 겪은 현실은 담당자들이 식량을 횡령함에 따라 제2의 지구와 다를 바 없어졌다. 극한으로 치닫는 상황 속에서 결국 무궁화호의 탑승자들은 철저한 통제 사회를 형성한다. 50살이 되면 자원으로 돌아가야 하는 삶. 그렇게 사는 삶이 과연 삶이 맞을까? '우리는 우리를 죽이고 먹으며 다시 태어나고 있다'라는 캐치프레이즈처럼, 이 끝없는 순환의 존재 이유는 무엇인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순환에 반기를 들어 반란을 일으킨 자들 역시 순환고리의 일부였을 뿐이다. 디스토피아가 따로 없다. 이육칠이 막을 향해 나아가는 마지막 순간, 컴퓨터에서 아브만미르 시뮬레이션 프로그램이 실행되고, 그것이 이 소설의 내용을 첫 장부터 구성한다. 그리고 이육칠이 막을 넘어가는 순간 뱉는 말이 컴퓨터에서 똑같이 출력되는 모습은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신』의 한 장면이 떠올랐다. 주인공이 점을 찍으면 책 페이지에 점이 찍혀있는 장면 말이다. 이 장면처럼 이 소설의 내용 자체가 아브만미르 시뮬레이션의 내용이고, 그 막 너머에는 그 시뮬레이션을 지켜보는 우리가 있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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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는 벨벳 코팅(?)(맞는지 모르겠음)에 박. 어느 행성 같은 바닥에 중앙에는 우주선 밖에서 지구를 바라보는 것 같은 창이 나있다. 그리고 가장 위에는 막을 연상시키는 무언가가 있다. 책에서 묘사하는 지구, 특히 한국은 식량자급률이 0%에 도달해 버린 극단적 식량부족 상태를 겪고 있고, 무궁화호도 식량을 배급받는 삭막한 사회다. 행성의 표면 같은 표지 밑부분은 이런 삭막한 소설 속 현실을 떠오르게 한다. 창처럼 생긴 표지 중앙의 그림은 무궁화호에서 바라보는 지구 같기도 하고, 학자들이 지켜보는 아브만미르 시뮬레이션 프로그램 속 지구 같기도 하다.
*서포터즈 활동의 일환으로 책을 제공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