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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봄이 돌보는 세계 - 취약함을 가능성으로, 공존을 향한 새로운 질서
김창엽 외 지음, 다른몸들 기획 / 동아시아 / 2022년 8월
평점 :
질병, 정신장애, 장애, 권리, 노동, 의료, 교육, 젠더, 혁명, 이주, 탈성장이라는 열 가지의 키워드를 바탕으로 '돌봄'에 대해 톺아보는 책이다. 개인적으로는 질병-의료/교육-탈성장으로 크게 두 파트로 구분된다고 생각했다. 질병-의료 파트는 '건강한 몸'을 당연하다고 여기는 사회가 '아픈 몸'을 가진 사람들을 '돌봄이 필요한 사람'이라는 한계에 가두어두고, 그들을 '돌보는 노동' 또한 평가절하하는 상황을 비판한다. 이러한 상황을 전복시키기 위해서는 사회의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 '아픈 몸'을 기준으로 하는 사회로의 변화 말이다. 교육-탈성장 파트는 돌봄 노동과 여성간의 상관 관계에 대해 긴밀하게 파고들어간 것 같다. 가부장제 사회에서 무급, 혹은 적은 보수를 받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는 돌봄 노동에 종사하는 이들이 대부분 여성이며, 이것이 돌봄 노동과 여성 모두에게 얼마나 악순환을 가져오는가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리고 이러한 가부장제 및 성장주의 사회에서 긍정적인 방향으로 발전하는 것은 더 이상 불가능하며, 따라서 탈성장이 효과적인 지향점이라고 본다.
나 역시도 지금 벌어지고 있는 대부분의 사회 갈등은 사회 구조 자체의 문제라고 보는 입장이다. 여전히 굳건하게 남아있는 가부장제와 경제성장을 위해서 무한 경쟁 속에 뛰어들게 하는 성장주의는 우리가 사회의 근본적인 문제를 바라보지 못하게 만든다. 이러한 체제의 부조리함을 직시하고, 변화를 꾀하기 위해서라도 우리는 잠시 쉬어갈 수 있어야 한다. 끊임없이 달리면 주변의 풍경을 잘 살피지 못하는 것처럼, 잠시 멈춰 서서 주변을 돌아볼 필요가 있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 책을 읽으면서 끊임없이 고개를 끄덕였던 것 같다. 아쉬웠던 점은 열 가지 키워드가 '돌봄'이라는 공통적인 주제로 느슨하게 묶여있지만, 각 필자들의 글을 모아놓은 것이기 때문에 글의 흐름의 일관성이 부족했던 것 같다. 각각의 글을 읽으면 거진 문제제기에서 내용이 끝나는 느낌이다. 후반부의 탈성장을 논하는 글은 목차의 끝에 위치한 만큼 결론으로 느껴지긴 했으나, 이게 첫 글부터 모든 글을 포함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래도 우리 사회에 '돌봄'이라는 중요한 화제가 단순히 '돌봄'이라는 덩어리 하나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그 속에 다양한 주제를 가지고 있음을 독자들에게 알려주기에 유효한 책이라고 생각한다.
*서포터즈 활동의 일환으로 책을 제공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