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정상가족 - 자율적 개인과 열린 공동체를 그리며, 개정증보판
김희경 지음 / 동아시아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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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으며 가장 부끄러웠던 점은 나 역시도 부모가 자식을 체벌하는 것이 잘못되었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나도 어렸을 때 많이는 아니지만 회초리로 맞고, 벌을 섰던 기억이 있기에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있었다. 작가가 여성에게 행해지는 폭력과 비교를 하며 설명하는 부분을 읽고 머리를 세게 맞은 기분이었다. 여성이 당하는 폭력과 비교하니 우리 사회가 아동 체벌에 대해 취하는 입장이 얼마나 이상한지가 확 느껴졌다. 모든 인간은 다른 인간이 행사하는 폭력에서 보호받을 권리가 있는데 어째서 우리 사회는 아동이 '체벌'이라는 명목하에 받는 폭력은 폭력이 아니라며 방기했는가.


나는 언제든 너의 몸에 손댈 수 있다는 가르침, 과거 여성에 대한 폭력도 같은 메시지를 깔고 있었다. 체벌을 비롯하여 친밀한 관계에 있는 타인에 대한 반복적 폭력은 모두 같은 메시지를 보낸다. 나는 언제든 당신을 통제할 수 있다는 권위주의적 메시지, 당신이 존재할 권리를 결정하는 사람은 당신이 아니라 때리는 사람인 나라는 주장, 그렇게 힘으로 상대를 침묵시키고 상대의 목소리를 부정하고 때리는 사람의 목소리를 상대 안에 심으려 하는 시도다. p.33

<유엔아동권리협약>에서 아동에 대한 체벌을 금지할 것을 규정하고 있다는 것도 이 책을 읽고 나서야 알았다. 우리나라는 2021년 1월에서야 민법에서 부모의 자녀에 대한 징계권이 사라졌다. 이는 양천 아동학대 사망사건의 영향이 아주 컸다. 아이들의 죽음이 없다면 쉽사리 바뀌지 않는 사회가 막막할 뿐이다. 그러나 징계권이 폐지되었다고 해서 법적으로 완전히 체벌을 금지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여전히 체벌에 관한 논란은 일어나고 있고, 나 역시도 징계권 폐지에 대한 것을 이 책을 통해 알게 되었으며, 이러한 사실을 모르는 사람들이 대부분일 것이다.

작가가 소개한 스웨덴의 선례에 따르면, 스웨덴에서는 정부가 나서서 법을 바꾼 이후, 해당 법안에 대한 국가적인 홍보와 교육을 통해 사람들이 '아동에 대한 체벌은 금지되어야 한다.'라는 인식을 가질 수 있게 만들었다. 우리나라도 이런 선례를 보며 '사회적 합의'가 있어야 법안이 제정될 수 있다는 입에 발린 말은 집어치우고 정부가 앞장서서 사람들의 인식을 바꾸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 책에서도 언급이 되었지만 특히나 '차별금지법'에 대한 정부의 미온한 대처는 아주 실망스럽다. 현정부에서는 가능할 줄 알았는데, 여전히 제정되지 않았다니. 또한 가족의 형태가 다양해짐에 따라 결혼 관계가 아니더라도 그에 상응하는 대우를 받을 수 있도록 제도적 기반을 만드는 '생활동반자법' 역시 여전히 제정되지 않았다. 해당 법에 대한 정부의 태도는 아직도 '충분한 사회적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아 어렵습니다.'인 것이 너무나도 답답하다.

'정상가족 이데올로기'는 우리 사회가 나아가는 것을 계속 가로막고 있는 것 같다. 위와 같은 법안 제정이 계속해서 미루어지는 것도 그렇고, 저출산(나는 '저출생'이라는 단어를 사용하지만 작가가 서두에 밝힌 이 단어를 사용한 이유가 이해가 되어 이 글에서는 이 단어를 사용하려고 한다.) 문제 해결을 위해 자꾸 가족의 해체에 집중하며 과거로 회귀하고자 하는 가족 정책을 바라보면 한숨만 나온다. 부모와 아이로 이루어진 가족만을 '정상가족'이라고 여기며 미혼모들이 아이를 낳는 '비정상적'이라고 여기고 차별하는 사회. 결혼을 한 관계에서도 아이를 낳으면 여성의 경력이 단절되는 것이 빈번한 사회. 아이를 양육하는 모든 과정과 비용을 가족에게 전가하는 사회. 이런 사회에서 누가 아이를 낳으려고 하겠는가. 지금의 한국 사회에서는 아이를 낳고 싶은 여성도 아이를 낳으려는 마음을 접기 일쑤다.

대선 이후 인수위에서 여성가족부를 폐지하고 인구가족부, 미래가족부 등 새로운 부서를 신설해 여성가족부의 역할을 이관하고 확대하는 방안을 꾀하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소식을 들을 때마다 앞으로의 5년이 너무 걱정스럽고 막막하다. 또한 대통령 당선인이 선거운동 당시 내세웠던 여성 정책이 오로지 '출산 장려'에만 몰려있던 것도 굉장히 우려스럽다. 성평등 사회에서 멀어지는 것 뿐만 아니라, 이렇게 성인지 감수성이 떨어지는 대통령 당선인과 그가 구성할 차기 정부가 과연 '정상가족'의 문제점을 인지할 수 있을까? 갈 길이 한참 남았어도, 속도가 느리지만 계속 앞으로 나아가고는 있다고 생각해왔는데 앞으로 들어설 새 정부가 앞서서 '정상가족 이데올로기'의 고착화를 꾀하지는 않을까 걱정이다. '정상가족'의 범주에 속하지 않는 이들이 지금보다 더 소외를 느끼고 차별을 당할까 걱정스럽다. 사회가 좋은 방향으로 나아가길 바라는 사람으로서 끊임없이 노력할 것이지만 정부가 나와 같은 사람들의 주장과 노력을 무시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랄 뿐이다.

*서포터즈 활동의 일환으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았습니다.


나는 언제든 너의 몸에 손댈 수 있다는 가르침, 과거 여성에 대한 폭력도 같은 메시지를 깔고 있었다. 체벌을 비롯하여 친밀한 관계에 있는 타인에 대한 반복적 폭력은 모두 같은 메시지를 보낸다. 나는 언제든 당신을 통제할 수 있다는 권위주의적 메시지, 당신이 존재할 권리를 결정하는 사람은 당신이 아니라 때리는 사람인 나라는 주장, 그렇게 힘으로 상대를 침묵시키고 상대의 목소리를 부정하고 때리는 사람의 목소리를 상대 안에 심으려 하는 시도다. - P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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