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의 여행자들 오늘의 젊은 작가 3
윤고은 지음 / 민음사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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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음사TV에서 아란 차장님(이제는 부장님(!))의 앞부분 소개를 듣고 흥미가 생겨 빌려 읽게 된 책이다. 여행지의 비밀을 파헤치는 이야기인 줄 알고 흥미가 생겼는데, 막상 읽어보니 비밀을 파헤친다기보다는 자신도 그 비밀의 일부가 되다가 파국을 맞이하는 섬뜩한 이야기였다. 요새 계속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책을 찾고 있었는데 자꾸 집어 드는 책들이 예상과 빗나가는 경우가 생겨서 조금 힘들다. 이젠 진짜 재미있는 책을 읽고 말 거다.

요나에겐 서울도 '재난'이나 다름없었을 것이다. 정글에서 요나가 맞닥뜨린 '재난'의 크기가 더 컸기 때문에 먼 곳에서 발생한 재난은 그저 상품으로 보일 따름이었다. 그러나 요나가 기차의 잘못된 칸에 들어선 순간, 요나가 겪는 '재난'에 실제 재난이 덧씌워지기 시작한다. 그 순간 요나에게 아직 도래하지 않은 인위적인 재난은 서울에서 지켜본 여느 재난과 다르지 않았다. 그러나 럭과의 만남을 통해 요나는 점점 자신의 '재난'과 무이의 재난이 분리되어 있지 않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이 사실을 깨달은 요나는 결국 서늘한 자본주의 그 자체라고 할 수 있는 파울(폴)에게 스러진다. 그러나 파울이 불러일으키고자 한 인위적인 재난은 자연의 재난 앞에 무릎 꿇는다. 자연의 재난은 인위적인 재난과 달리 모든 것을 평등하게 집어삼킨다.

『밤의 여행자들』은 자본주의의 무자비함을 섬뜩하게 그려낸 소설이라고 할 수 있다. 소설의 초반부에서는 "너무 가까운 건 무섭거든요. 내가 매일 덮는 이불이나 매일 쓰는 그릇과는 어느 정도 거리가 있어야 더 객관적으로 보이지 않나요?"라는 요나의 말을 통해 재난이 휩쓸었던 지역으로 여행을 떠나는 사람들의 심리를 꼬집는다. 이때까지만 해도 나 역시 이러한 '재난 여행'을 비판하는 소설인가 했다. 하지만 이 소설은 더 깊숙한 곳까지 꼬집는다. '재난 여행'이라는 상품의 본질을 파고든다. '자본주의' 자체의 섬뜩함을 우리 앞에 끌어다 놓는 것이다. 자본주의를 맹신하는 자들은 시장 질서 속에서 자신의 이익을 위해 결코 해서는 안되는 일까지 수행해버리고 만다. 소설에서는 결국 자연이라는 거대한, 불가항력의 존재가 그들을 쓸어버림으로써 심판한다. 그런데, 이것을 자연의 심판이라고 할 수 있을까? 소설 속 쓰레기 섬의 침공은 결국 인간이 만들어낸 공산품들로 이루어진 쓰레기 섬이 다시 인간들을 공격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자본주의의 결과가 자본주의의 수행을 막아선 것이다. 자본주의는 결국 공멸이라는 결과를 불러올 것이라는 이야기일까? 어느 쪽으로 보나 자본주의에 입각해 금융소득을 우월하게 생각하는 흐름이 거센 지금 상황에 무척이나 두려움을 느끼게 하는 소설이다. 소설 속에서 쓰레기 섬이 무이를 덮쳤을 때 파울의 관계자들 뿐만 아니라 단지 조그만 이익 추구를 위해 그 흐름에 탑승했던 악어들까지도 모두 휩쓸려 버렸다. 우리에게 자본주의가 불러온 거대한 해일이 몰려올 때, 소시민들이 그 피해를 입지 않을 것이라는 보장이 없을 것이다. 오히려 파울의 본체는 거의 타격을 입지 않고 무이는 다시 유명한 재난 여행지가 되면서 파울은 이득을 얻게 되는 것처럼, 우리 사회 역시 그렇게 되지는 않을까 두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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