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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버스 사피엔스 - 또 하나의 현실, 두 개의 삶, 디지털 대항해시대의 인류
김대식 지음 / 동아시아 / 2022년 1월
평점 :
지금 가장 뜨거운 감자인 메타버스에 대해 이야기하는 책. 분량이 길지 않은 만큼 메타버스에 대해 자세히 설명한다기 보다는 메타버스로 나아가는 길에 대해 설명하는 느낌이 강하다. 본문 글씨 크기도 크고, 여백과 줄간격도 시원시원해서 술술 잘 읽힌다. 표지는 까만 공간에 흰 격자와 점을 배경으로 하는데, 그 위에 동그란 두 창 너머로 도시가 보인다. 흔히 생각하는 사이버 공간을 새로운 공간으로 바라보면 펼쳐지는 또다른 세계를 잘 표현한 것 같다. 장이 넘어가는 부분의 내지도 굉장히 감각적이다. 메타버스가 지금 '핫'한 주제이니만큼 디자인도 세련되고 개성있게 보일 수 있도록 신경을 많이 쓴 것 같다.
메타버스를 향한 기술의 발전에 대해 설명하는 부분은 괜찮았다. 복잡해보이는 전문용어들을 저자가 알기 쉽게 풀어서 설명하기 때문이다. 또한 중세를 휩쓴 흑사병과 제1차 세계대전 당시 유행했던 스페인 독감이라는 팬데믹을 전후로 세계가 큰 변화를 마주한 것처럼, 코로나 팬데믹 이후의 세상은 거대한 변화를 겪을 것이라는 저자의 말에는 동의한다. 역사를 되돌아보면 알 수 있으니까. 그러나 마지막 장을 읽고 나서는 많은 생각이 들었다. 마지막 장에서 저자는 메타버스가 인류의 새로운 역사를 열 것이라고 말한다. 그 결과가 낙관적인 미래일지, 비관적인 미래일지는 모른다고 말한다.
나는 이 책을 다 읽은 후에도 여전히 메타버스에 대해 회의적인 입장이다. 결과의 낙관성이나 비관성을 떠나서 메타버스가 현실을 대체하며 인류의 새로운 지평을 열 것이라는 주장 자체에 회의적이다. 저자는 기술이 더 발전하면 메타버스에 접속하기 위한 큰 기기들이 더 이상 필요없는 세상이 올 것이라고 말한다. 그렇지만 우리가 메타버스 속을 정말 현실처럼 감각하려면 VR기기 같은 연결매체는 필수적으로 필요하지 않나. 이는 결국 메타버스 속 나의 아바타가 존재하더라도 아날로그 현실 속의 나 역시도 존재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메타버스 속에서 먹는 음식이 아날로그 현실 속 몸에 직접적으로 영양분을 공급하지는 못한다. 아날로그 현실 속에 신체가 존재하는 한 메타버스는 현실을 완전히 대체할 수 없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정체화와 관련된 문제점도 존재한다. 메타버스 속 '나'가 '나'라고 정체화 하는 것은 가능할 수 있다. 우리는 지금도 현실에서 SNS로 보여지는 모습의 '나'를 '나'로 정체화하기도 하고, 어떤 집단 속에 속한 자신을 '나'라고 정체화하기도 한다. 그러나 앞서 예시를 든 것처럼 모든 일들이 메타버스 속에서 진행될 수는 없기 때문에 이는 오히려 메타버스 속 '나'와 아날로그 현실 속 '나' 사이의 괴리감만 증폭시키는 결과를 가져오지는 않을까? 지금도 게임 속의 자신과 현실의 자신을 구분하지 못하거나, 게임 속 자신을 진짜 자신이라고 생각하는 경우를 보면 충분히 발생 가능하다고 본다.
이렇듯 메타버스에는 분명한 한계가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아날로그 현실과 병립할 수는 있어도 메타버스가 이 현실을 완전히 대체할 수는 없다. 역사 유적 연구가 메타버스 속에서 온전히 진행될 수는 없지 않은가. 코로나 팬데믹이 불러온 디지털 기술 발전의 가속화와 메타버스라는 새로운 활동 공간의 탄생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메타버스와 같은 기술 발전을 우리 현실을 뒤바꿔놓을 기술이라며 과도하게 띄워주는 현 세태는 굉장히 못마땅하다.
* 서포터즈 활동의 일환으로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