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인 비트윈 : 경계 위에 선 자
토스카 리 지음, 조영학 옮김 / 허블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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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인 비트윈 : 경계 위에 선 자』 / 토스카 리 / 조영학 옮김 / 허블


첫인상이 아주 강렬하다. 표지의 일러스트가 눈을 사로잡는다. 제목의 폰트 역시 뇌리에 강하게 박힌다. 표지만 봐도 어떤 내용이 전개가 될지 대강 알 수 있다.


윈터는 엄마와 함께 신천국에서 살게 된다. 방문자의 신분이었을 때의 대우와 달리, 신천국의 현실은 여느 사이비 종교와 다르지 않았다. 윈터는 신천국 교리에 얽매여 자연스럽게 느끼는 욕망을 자신의 죄악이라고 여기며 지내게 된다. 윈터는 어떤 일을 계기로 신천국에서 쫓겨나고, 어렸을 때 알고 지내던 줄리의 집에서 살게 된다. 그런데, ‘조기치매’라고 불리는 이상한 병에 걸린 환자들이 나타나고, 이윽고 미국 전역은 혼란에 휩싸이게 된다. 상황은 갈수록 심각해지고, 윈터는 이 상황이 신천국 교리에서 이야기하는 ‘세계의 종말’이라고 여기며 힘들어한다. 줄리네 가족 역시 시카고를 떠나기로 결정한 날 밤, 신천국에 남아 있는 줄 알고 있던 언니 재클린이 윈터를 찾아오고, 윈터는 자신과 신천국, 팬데믹 상황을 둘러싼 연결고리를 알아가며 달리기 시작한다.


『라인 비트윈 : 경계 위에 선 자』를 읽으며 깨달은 바는 현재-근미래를 배경으로 한 디스토피아나 아포칼립스 장르는 내가 읽는 것을 힘들어한다는 사실이었다. 워낙 사실적으로 묘사가 되어있는 데다가 시공간적 배경이 지금과 비슷하게 느껴지기 때문에 그 상황에 더 깊게 마음을 쓰게 되기 때문인 것 같다. 거기다 주인공이 여성인 점까지 말이다. ‘내가 갑자기 그 상황에 처하게 된다면 어쩌지’와 같은 질문이 책을 읽는 내내 계속 따라붙었다.


이건 개인적인 성향이 듬뿍 담긴 감상일 뿐이고, 작품 자체만 본다면 흡입력이 대단하다. 분량이 상당함에도 불구하고 한 번 손에 들면 계속 읽게 된다. 소재가 힘들었던 나조차도 윈터가 나아가는 길이 궁금해 계속 페이지를 넘기게 되었으니까.

『라인 비트윈 : 경계 위에 선 자』는 윈터가 심리적 측면에서 어떻게 ‘신천국’의 억압에서 벗어났는가를 보여주는 윈터의 내적 성장을 이야기한다. 매그너스는 여느 사이비 종교들이 그렇듯 신천국이 진정한 천국이고, 바깥세상은 지옥이자 곧 멸망할 세계라고 주장한다. 그리고 그런 세계에서 억압당하고 있던 윈터 역시도 밖으로 나와 매그너스의 주장의 영향에서 쉽사리 빠져나오지 못한다. 그러나 윈터는 길 위의 여정에서 스스로 빠져나온다. 다시 만난 줄리가 매그너스의 말이 맞는 거냐며 불안해 하는 물음에 윈터가 건네는 말을 보면 알 수 있다.


“아뇨. 세상은 이런 식으로 안 끝나요.”


(지금부터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윈터가 달리는 길을 함께할 수 있었던 건 정말 좋았지만, 내용상 아쉬웠던 설정들이 몇 가지 있었다. 윈터가 재클린을 만나고 망설임 없이 줄리의 차에 짐을 싣고 떠나는데, 이때 ‘줄리의 가족들이 따로 탈 수 있는 여분의 차가 있었는가?’라는 의문이 들었다. 마지막에 노아의 벙커에서 줄리를 다시 만나기에 어찌저찌 줄리도 안전하게 벙커에 도착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지만 여전히 이 부분은 의문으로 남아있다. 자칫하면 윈터가 자신을 거두어준 이들의 것을 탈취한 것으로 보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다른 의문은 체이스가 살아 돌아왔다는 점이다. 물론 체이스가 이야기에서 퇴장할 때 나 역시도 굉장히 아쉬웠다. 하지만 ‘헬기가 차를 쫓는 상황이었는데 체이스가 살아남았다는 게 실질적으로 가능한가?’라는 의문이 있었다. 노아의 벙커에서 다시 만난 체이스는 어떻게 그 상황을 빠져나왔는가를 “사륜구동이 얼음은 쥐약인데 모래에선 제법 힘을 쓰더라고.”라며 간단하게 넘겼기 때문에 더 그렇다. 물론 윈터 중심의 이야기 전개이기에 짧게 서술했을 수도 있다. 체이스와 윈터가 다시 만난 건 무척 다행이다. 그러나 앞에서는 아주 막막해 보였던 일들이 후반부에 너무 쉽게 해결된 것 같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이런 의문들은 다음 편에서 해결이 될 수 있을지 궁금하다. 작가의 말에 의하면 두 편은 주요 인물은 동일하지만 서로 독립된 이야기이기 때문에 각각 읽어도 이해가 된다고 한다. 그렇다면 이런 의문들이 다음 편에서도 해결되기란 어려워 보이기도 한다.


* 서포터즈 활동의 일환으로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좋아. 베이컨을 구하면 세상도 구한다."
그가 끄덕였다. "베이컨을 위해 세상을 구하자고." - P308

"아뇨. 세상은 이런 식으로 안 끝나요." - P410

비극이 다 그렇듯, 정말로 하고 싶은 이야기는 주인공들의 진정한 용기에 관해서였다. 그런 사람들이야 말로 어둠 속에서 더욱 밝게 빛나는 법이다. - P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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