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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누구의 이야기인가 - 미투 운동에서 기후위기까지
리베카 솔닛 지음, 노지양 옮김 / 창비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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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발 그만해. 이러다 다 죽어'. <오징어 게임>에 나오는 이 말은 페미니즘(넓게는 진보운동 전반)을 대하는 기득권 남성집단의 반대 논리로 쓰인다. 통합의 시대에 불필요한 소요를 일으킨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진정한 페미니즘은 여성을 남성 위에 두려는 의도가 아니다. 불합리한 서열구분과 불평등한 자원배분을 올바르게 하자는 외침이다. 여성의 이야기를 찾는 것, 그것에 응당한 자리를 마련해주는 일은 '모두를 죽이는 행동'이 아니라 '각자가 인간답게 잘 살기 위한' 필요라 할 것이다.

진정한 페미니즘은 성별이 개개인 정체성의 절대치라 주장하기보다 성별때문에 개개인의 정체성이 차별받아서는 안된다는 생각이다. 이러한 관점을 이해하려 할 때 '리베카 솔닛'은 그 첫번째 검색어가 될 인물이다. 신작 <이것은 누구의 이야기인가>을 통해 '다시금' 명확하지만 희미한 것으로 치부된 남성성의 가식과 위해를 철저히 해부한다. '나는 아니다', '지금은 아니다'라는 편한 변명을 실제의 맥락으로 반박한다.

그녀가 책을 통해 말하는 '지도자가 아니라 촉매제가, 종결자가 아니라 연결자가, 강요가 아니라 포용이, 영웅이 아니라 공동체가 되는일'을 적극적으로 지지한다. 사소한 변화들이 세상을 재편할 수 있고, 정치적 올바름은 기득권의 의지가 아닌 다수의 바람으로 이루어진다 믿는다.

여성(더불어 인종과 계급)의 이름을 찾아주는 일, 그 지분에 대한 정당한 스포트라이트를 돌려주는 일, 관습을 관습으로 치부하지 않는 일, <이것은 누구의 이야기인가> 책을 읽는 일과 함께 꾸준히 행하기를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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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흑역사 -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고 똑같은 실수를 반복한다
톰 필립스 지음, 홍한결 옮김 / 윌북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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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세기 북유럽의 장수였던 ‘천하장사 시구르드’는 적장 ‘뻐드렁니 마엘 브릭테’의 목을 베어 말안장에 매달고 의기양양하게 귀환했다. / 그러나 마엘 브릭테의 뻐드렁니가 말 타고 달리던 시구르드의 다리를 계속 긁었고, 그 상처의 감염으로 시구르드는 며칠 만에 죽고 만다. 12쪽, <인간의 흑역사> (톰 필립스, 2019)

어처구니가 없다. 시쳇말로 '뻘짓'이 아닐 수 없다. 북유럽 영웅담에 나오는 이야기니 실화일 가능성이 높다. 뭐 9세기 먼 옛날이니까 그럴수 있다고?

- 스웨덴의 천재 화학자 '칼 빌헬름 셀레'는 산소, 바륨, 염소 등 많은 원소를 발견했는데, 새로 발견한 원소마다 맛을 보았다. 결국, 납, 불산, 비소 중독으로 1786년 죽었다. (247쪽 참조)

- 19세기 영국 정부는 인도 델리에서 유해 동물 방제 운동의 일환으로 죽은 코브라를 가져오면 포상금을 주었다. 결론은? 코브라를 직접 길러 포상금을 타가는 작자가 생겼고, 정부가 알아체자 그냥 방생하여 델리는 살아있는 코브라 천국이 되었다. (127쪽 참조)

- 1938년, 네빌 체임벌린 영국 총리는 아돌프 히틀러와 협정을 맺고 이렇게 말했다. '평화의 시대가 왔습니다. 집에 가서 발 뻗고 주무십시요.' 1939년, 세계는 전쟁에 돌입했다. (258쪽 참조)

최근까지도 인류의 '헛짓' 파노라마는 끝없이 이어진다. 인간 역사 한복판이 '뻘짓' 퍼레이드로 채워진다. 유머러스한 필치의 책, <인간의 흑역사>가 '유머러스하게만' 느껴지지 않는 이유다. 한숨과 안타까움이 겹친다. 단순한 생각과 무모한 의지로, 인간은 환경과 자연을 망쳐놓고, 그릇된 지도자를 따르고, 전쟁을 저지르며, 약탈을 일삼고, 그릇된 사상과 엄한 기술을 맹신했다. 도대체 우리는 왜 이럴까?

우리 머리는 교향곡을 작곡하고 도시를 계획하고 상대성이론을 생각해내지만, 가게에서 포테이토칩 하나를 살 때도 무슨 종류를 살지 족히 5분은 고민해야 겨우 결정할 수 있다. (중략) 진화라는 과정은 영리함과 거리가 멀다. 멍청할 뿐 아니라 아주 고집스럽게 멍청하다. 진화의 입장에서 중요한 것은 우리가 이래저래 죽을 수 있는 수천 가지 시나리오를 피하고 유전자가 다음 세대로 잘 넘어갈 때까지만 죽지 않고 사는 것, 그것뿐이다. 그렇게만 되면 성공이다. 25쪽

멍청한 짓을 반복하는 것은 별 생각 없이 손쉽게 판단을 내리기 때문이다. 이 편법을 전문용어로 ‘휴리스틱heuristic’이라고 한다. 사전정보가 부족할 때 제일 처음 얻은 정보를 따르는 '기준점 휴리스틱'과 모든 정보를 고루 분석하지 않고, 극적이고 기억에 남는 사실을 '편애'하는 '가용성 휴리스틱'으로 구분할 수 있다. 쉽게 말하면 사안을 '케바케'로 신중히 따지지 않고, 관성과 본능에 따라 해결하려 드니 바보짓은 반복된다.

우선 패턴 찾기 능력의 문제를 알아보자. 문제는 우리 뇌가 패턴 찾기를 워낙 좋아해 여기저기 모든 곳에서, 패턴이 실제로 있든 없든 패턴을 찾아낸다는 것이다. 가령 밤하늘의 별을 보며 “와, 저기 여우가 낙타를 쫓아간다” 하는 정도면 문제될 게 없다. 하지만 ‘범죄는 대부분 특정 인종이 저지른다’고 인식해버린다면…. 그렇다, 심각한 문제다. 27쪽

'게으르게 낙관하고, 내로남불을 합리로 삼을 때, '확증편향'과 '공유지의 비극'은 이어졌고, 지울 수 없는 인간의 흑역사가 남겨졌다. 자신의 몰락 정도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 영국 사냥터를 재현하고자 영국산 토끼 24마리를 오스트레일리아로 들어온 토머스 오스틴은 1920년대 온 나라의 초목을 싹쓸이한 100억 마리의 토끼 군단을 이끌어냈다. 식민지 쟁탈전에 뒤늦게 참여한 '벨기에 국왕 레오폴드 2세'는 '문명화'라는 자선 명목으로 콩고 원주민 1,000만 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인류에 대한 희망을 버리자는 것이 아니다. 잘못된 흑역사를 통해 지혜와 분별력을 키우자는 것이다. '흑역사를 흑역사로' 남기는 것이, 그것의 재현을 막는 것이 현재 우리 인류의 소임이다. 재밌고 신선한 책이 분명하지만 2020년 이후의 흑역사 시즌 2를 보고 싶지 않다. '누군가 나보다 이걸 더 가치 있게 생각하는 호구가 금방 나타날 거라고 믿고(263쪽)' 암호화폐가 뭔지도 모른채, 비트코인 광풍에 참여했던 '호구들'의 바보짓이 가장 마지막 인간의 흑역사가 되길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기타 발췌

그렇게 별 생각 없이 손쉽게 판단을 내리기 위한 요령 내지 편법을 조금 어려운 말로 ‘휴리스틱heuristic’이라고 한다. 이 휴리스틱이 없으면 우리는 생존할 수가 없다. 남들과 소통할 수도, 경험을 통해 배울 수도 없다. 알고 있는 원리 몇 개를 놓고 어떤 행동을 할지 일일이 추론해 결정할 수는 없지 않은가. ‘아침이면 해가 뜬다’는 상식을 깨닫기 위해 머릿속으로 대규모 무작위 대조 실험이라도 벌여야 한다고 생각해보자. 인간의 머리가 그렇게 되어 있다면 인간은 도저히 발전이 불가능했을 것이다. 해가 몇 번 뜨는 걸 보고 나면 그냥 “아, 아침엔 해가 뜨는 구나”하고 깨다는 편이 훨씬 실익이 크다. 26쪽

‘더닝 크루거 효과’라고 하는 유명한 인지 편향 현상이 있는데, 이 책을 대표하는 이론으로 삼아도 될 듯하다. 이는 심리학자 데이비드 더닝과 저스틴 크루거가 ‘무능에 대한 무지 Unskilled and Unware of it’라는 논문에서 제안한 효과로, 우리가 살면서 익히 알던 현상을 입증한 것이다. 즉, 어떤 일을 잘하는 사람은 자신의 능력을 엄청나게 과소평가하는 경향이 있고, 잘 못하는 사람은 자신의 능력을 엄청나게 과대평가하는 것이다. 34쪽

식민주의는 나빴다. 그것도 아주, 아주, 많이 / 얼마나 나빴길래 그러느냐고? 이렇게 말해보면 어떨까. 20세기에 유럽 식민주의에 희생된 사망자 수만 대략 5,000만 명으로 추정하는 사람도 있다. 히틀러, 스탈린, 마오쩌둥이 죽인 사람 수의 합과 비슷한 수준이다. 16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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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회하기 전에 이번에는 반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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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국의 글쓰기 - 남과 다른 글은 어떻게 쓰는가
강원국 지음 / 메디치미디어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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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작 <대통령의 글쓰기>를 감명 깊게 읽었다. (네이버 오늘의 책에 글을 올림) 대통령 연설비서관이라는 특별한 직업, 연설문과 관련된 김대중, 노무현 두 대통령과의 일화가 흥미로웠다. 비슷한 느낌을 받은 독자가 많았던지 책은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지난 탄핵정국에선 ‘최순실’ 연설문과 대조되어 여러 번 회자되었다. ‘글쓰기’보다 ‘대통령’으로 더 관심을 받았다 하겠다. 두 대통령의 아우라가 워낙 커서이기도 할 터.

신작 <강원국의 글쓰기>는 온전한 ‘강원국’으로 낸 책이다. <대통령의 글쓰기> 이후 글쓰기 전문가로 변모한 내공을 담았다. 노하우를 공유하여 글쓰기의 재미와 의미를 찾게 해주려는 노고가 잘 녹아있다. 글쓰기의 대중화, 일상화를 바라는 진정성도 엿볼 수 있다. 무엇보다 글쓰기를 바로 시작할 용기를 준다는 데에 의의가 있다.

글쓰기 관련 책 대다수를 섭렵했다는 저자의 언급대로 주제가 다양하고 상세하다. 흥미로운 항목부터 가볍게 읽기 무난하다. 글쓰기가 막힐 때 실마리를 찾는데 도움이 될 만하다. 다만 내용이 다소 반복되고 구성이 산만해 보이는 부분은 아쉽게 느껴진다.

실제 이야기를 적자라는 내용이 인상 깊다. 거대담론이 아닌 진짜 경험담이 사람을 움직인다. 그런 글을 읽고, 쓰고 싶은 마음 간절하다.

사람들은 거대 담론에 마음이 움직이지 않는다. 주변 얘기에 움직인다. 이론 말고 실제, 의도 말고 실행, 원칙 말고 실천 내용을 써야 하는 이유다. 거창한 것이나 관념적인 것보다 구체적이고 생생한 것, 주변에서 일어나는 것을 쓰자. 교육 문제에 관할 글을 쓰려면 ‘내 아이들’을 떠올리고 거기서 답을 찾아보자. 이런 내용이 모호하지 않고 손에 잡힌다. 223쪽

같은 맥락으로 구체적인 한사람을 독자로 생각하고 글을 쓰자는 부분도 마음에 담을 만하다. 일본 영화감독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영화관과 일맥상통한다.

 

나는 독자에게 의지해서 쓴다. 독자 머리에 들어가 독자와 대화하며 쓴다. 가장 먼저 하는 일은 독자를 정하는 것이다. 구체적인 한 사람이면 된다. 내가 잘 아는 사람으로 주변에서 찾는다. 다음으로 하는 일은 내가 그 사람이 되는 것이다. 나를 내려놓고 내가 그 안으로 들어간다. 288


누군가 한 사람을 떠올리며 만들어라.” 방송국 신입 사원 시절, 선배에게 이런 말을 들었습니다. “시청자라는 모호한 대상을 지향해 방송을 만들면 결국 누구에게도 가닿지 않는다.” (중략) 영화 <진짜로 일어날지도 몰라 기적>은, 지금 세 살인 딸이 열 살이 되었을 때 보여주고 싶다고 생각하며 만들었습니다. 세계는 풍요롭고, 일상은 있는 그대로 아름다우며, 생명은 그 자체로 ‘기적’인 거야. 그렇게 딸에게 말을 걸 듯 만들었습니다. 29쪽 <걷는 듯 천천히> (문학동네, 2015.8, 고레에다 히로카즈 저)

글쓰기를 아주 좋아하거나 아주 싫어하는 독자 모두에게 가치 있을 책이다. 글쓰기를 시작하며 함께 읽으면 더 활용도가 높을 것이다. 자기 이름의 글쓰기 책을 바라는 독자라면 꼼꼼히 읽어 볼 필요가 있다. 다시 꼼꼼히 읽어볼 참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강원국의글쓰기, #독서, #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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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리를 건너다
요시다 슈이치 지음, 이영미 옮김 / 은행나무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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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회 일본 아카데미 13개 부문을 수상한 영화 <분노>는 요시다 슈이치의 동명소설을 영화화 했다. <퍼레이드>, <악인>, <요노스케 이야기> 등도 영화화되어 일본 문학계의 대표 작가 중 한명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일본 문학 특유의 아기자기함을 갖추면서도 인간심리의 복잡한 양상과 윤리적 문제를 거시적으로 다루어 국내에서도 인지도가 높은 편이다. 도쿄 근교 세 커플이 겪는 불안과 갈등의 선택이 미래의 사회상을 바꿀 수 있다는 내용의 신간 <다리를 건너다> (은행나무, 2017)도 비슷한 맥락을 이어간다. , 여름, 가을, 겨울(챕터 제목이 계절로 되어있음)이 순환의 관계를 이루듯, 개인의 용인과 침묵의 선택이 향후 미래사회를 결정하다는 주제의식이 묵직하다. 전조(前兆)와 인과의 짜임도 촘촘하고 기발하여, 이야기로서의 재미도 크다.

현실 사건과 소설 이야기를 접목시키는 대목이 흥미롭다. 한국의 세월호 참사와 도쿄 도의회 성희롱 야유사건, 홍콩의 우산혁명 소요와 팔레스타인 소녀 말랄라의 노벨평화상 수상이 소설 속 인물 간 개인적 불륜, 부정의 에피소드에 병행된다. 사회 이슈에 관심을 기울이는 대체로 의로운 인물들이 미술계 거목의 입김에 침묵하고 남편의 뇌물 수수를 용인하고 연인의 외도를 끔찍한 방식으로 응징한다. 사회 불의에는 민감하지만 개인 불의에는 관대한 부조리한 정의 잣대를 소설은 꼬집고 있다. 주부 야스코가 남편의 비리는 외면한 채, 시사지가 역할을 하지 못한다고 비난하는 행동, 홍콩의 민주화운동에 열광하는 다큐멘터리 PD 겐이치로가 연인의 사랑에 병적으로 집착하는 모습이 그러하다. 고등학생들의 이른 성생활을 비판하면서 자신의 불륜은 자연스럽게 여기는 아키라의 태도도 그렇다.

그때 바꿨으면 좋았을 거라고 누구나 생각한다. 그런데 지금 바꾸려 하지는 않는다.” (491)는 소설 속 대사는 몰염치와 불감에 빠진 사람들에게 경종의 메시지를 던진다. 소설 말미 그려지는 디스토피아 미래 사회는 누구도 의도하지 않았지만 누구나 책임이 있는 암울한 결말이다. AI(인조인간)의 개발 폐해와 연결하여 더욱 부조리하고 무감각한 세계를 그려낸다.

 

소설은 나비효과의 책임을 나비에게 물을 수 없음을 말하고 있다. 우리 모두는 나비가 아닌 자유 의지를 지닌 인간임을 깨닫게 한다. 이로서 미래의 경고는 희망으로 다시 그려진다. 힘든 여건에서도 불의에 온몸으로 저항하는 인물을 찾아내면서 과거 우리의 행동에 각성을 촉구한다. 옳은 것은 언제나 옳고, 바꿀 것은 지금 바꿔야 한다는 메시지가 다시 돌아온 현실 속에서 새로운 미래를 만들어 낸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신작 <기사단장 죽이기>에 묻혔지만 못지않은 재미와 의미를 주는 작품이다. 세포에서 정자와 난자를 추출하여 배양한 인조인간 사인이야기에서 판타지적인 흥미도 찾을 수 있다. 세상은 여전히 불공평하고, 부조리한 일들로 가득하지만 그것에 어떻게 반응할지는 우리의 선택이다. 변명하고 연연하기보다 과감히 다리를 건너려는 용기가 필요하다. 함께 꼭 잡을 손과 거부할 손을 정확히 구분해야 한다. 우리의 미래는 그것에 달려있다.

 

발췌

 

사람이 없는 넓은 공간에는 독특한 분위기가 있다. 휑하다기보다는 시간 비슷한 것이 그곳에 있는 느낌이다. 다양한 시간들이 허둥지둥 비를 피해 뛰어든 듯한, 조용한데도 부산스러운 분위기라고 표현하면 좋을까. 67

 

인간이란 존재는 자기가 잘못됐다고 알아챈 순간, 그걸 바로 인정하고 사과하기보다는 어떻게 하면 자기가 잘못되지 않은 게 될까, 어떻게 하면 자기가 옳은 게 될까를 먼저 생각하는 경향이 있지 않나?” 104

 

해를 거듭해가면 주위에 죽음이 늘어간다. 죽음이 적은 동안은 불의의 죽임이고, 그것이 많아지면 뜻밖의 일이 아니게 되는 것이다. / ‘불의의 반대말은 무엇일까, 한 사람의 죽음은 불의지만, 만 명의 불의의 죽음은 없다고 친다면, 불의의 반대말은 계획적이나 당연한이라는 말이 되는 걸까. 123

 

맞은편 방에 묵었던 남자들의 알몸은 경찰의 개입을 받고, 전에 그런 남자들 같은 사람은 다 죽어버려야 한다고 했던 히로키는 표현의 자유로 보호받다니, 이 얼마나 허술하기 짝이 없는 일인가 199

 

아이들은 우리 시청자들을 위해 살아가는 게 아니라, 자신들을 위해 살아가는 거라는 너무나 당연한 이치를 깨닫는다. 282

 

어느 쪽이든 가볍다. 너무나 가벼워서 구역질이 났다. 535

 

자신을 믿지 않으면 안 되느니라. 아무리 자기 마음을 속이려 해도 아닌 것은 아닌 거니까.” 543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제 솔직한 생각을 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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