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잊은 어떤 화가들 - 근대 미술사가 지운 여성 예술가와 그림을 만나는 시간
마르틴 라카 지음, 김지현 옮김 / 페리버튼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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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미술사에서 제대로 다뤄주지 않았던 여성 예술가를 다뤄준 것만으로 참 눈길이 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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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의 소설 시누헤 이야기 - 국내 최초 고대 이집트어 원전 완역본
유성환 옮김 / 휴머니스트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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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오래된 소설이지만 원초적인 재미를 느낄 수 있을지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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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소방차 마르틴 베크 시리즈 5
마이 셰발.페르 발뢰 지음, 김명남 옮김 / 엘릭시르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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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엘릭시르 출판사에서 모집한 마르틴 베크 시리즈 정주행 멤버로 선정되어 이 책을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았습니다.


[˝이 화재 건은 영 마음에 안들어.˝ 마르틴 베크가 말했다. 꼭 혼잣말 같았다.

˝대체 무슨 소릴 중얼거리는 거야?˝ 숨을 고른 뒤 콜베리가 말했다. ˝그게 마음에 들고 말고 할 일인가? 네 명이 불에 타서 죽고 키 이 미터짜리 바보가 메달을 받은 걸로는 충분하지가 않아?˝ - p.137]


  You Only Live Once, 즉 YOLO란 말이 한창 유행할 때 이에 따른 반발로 You Only "Die" Once란 표현을 어디에선가 접한 적이 있다. 사람은 한 번 죽으면 끝이지만 어떤 사람은 두 번 죽기도 한다. 


  스톡홀름 경찰은 어느 차량 절도범을 감시 중이다. 거대 마약 조직을 잡을 실마리를 쫓다가 이 절도범이 조직과 연관되어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그러다가 그 집이 갑자기 폭발하는 사건이 발생한다. 이를 본 경찰은 화재 신고를 하고, 인명도 구조하려고 한다. 그러나 정작 화재 진압과 인명 구조에 필수적인 역할을 해야 할 소방차가 어찌 된 이유인지 나타나지 않는다. 결국 그 집은 전소하고 절도범도 사망한다. 시신 부검을 하니 결과가 충격적이다. 화재가 일어나기 전 절도범은 이미 가스 중독으로 사망한 상태였다. 자살이었다. 절도범이 누워있던 침대 매트리스에는 아주 정교한 기폭 장치가 있었다.


  의문은 세 가지. 하나, 절도범은 왜 자살했나? 둘, 이미 자살한 절도범은 왜 살해당했으며 누구의 소행인가? 셋, 소방차는 왜 끝내 나타나지 않았나? 세 가지 의문을 마르틴 베크는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아주 꼼꼼하게 파고든다. 하지만 이번 권에서는 주인공 베크나 콜베리보다 스카케, 군발드, 멜란데리 같은 동료 경찰의 비중과 역할이 더 커진 듯하다. 형사 단 한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에는 한계가 있는 법이다. 그 사람이 아무리 유능하더라도 말이다. 인간은 무슨 일을 하더라도 결국 다른 사람과 협력할 수밖에 없는데 경찰 조직 내에서 이뤄지는 협동심이 유독 부각된 이번 편이었다. 


[˝뭐하나?˝ 콜베리가 멜란데르에게 물었다.
˝생각중이겠지.˝ 마르틴 베크가 대신 대답했다.
˝그건 나도 알아. 무슨 생각을 하느냐는 거지.˝
˝경찰의 치명적인 실수 중 하나에 관해서.˝ 멜란데르가 말했다.
˝아, 그래, 어떤 실수?˝
˝상상력 부족.”
˝그게 자네가 할 말인가?˝
˝그래, 나한테도 그런 결함이 있지.˝ 멜란데르는 차분히 받았다. ˝현재의 문제는 이 사건이 상상력 부족의 완벽한 사례가 아닐까 하는 거야. 수사 활동의 편협함이라고 말할 수도 있겠지.˝ - p.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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펼친 면의 대화 - 지금, 한국의 북디자이너
전가경 외 지음 / 아트북스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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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물성마저, 책 그 자체를 사랑하게 해주는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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쳇 베이커 - 그대 다시는 고향에 가지 못하리 현대 예술의 거장
제임스 개빈 지음, 김현준 옮김 / 을유문화사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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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을유문화사에서 모집한 신간 서평단에 선정되어 이 책을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았습니다.


  4월 30일, 세계 재즈의 날이다. 4월의 마지막 날에 쳇 베이커(Chesney Henry Baker, 1929~1988)가 남긴 음악을 들으며 이 글을 쓴다. T. S. 엘리엇은 〈황무지〉 첫 행에서 "4월은 가장 잔인한 달"이라며 운을 뗀다. 엘리엇은 왜 4월을 잔인한 달이라 일축했는지 정확히 알 수 없는 노릇이다. 다만 쳇 베이커가 살다 간 인생은 잔인했노라고 말할 순 있겠다.


  그는 미국 오클라호마에서 태어났다. 삶을 마감한 곳은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이었다. 59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난 그는 석연치 않은 죽음을 맞았다. 투숙 중이던 호텔 바깥에서 피칠갑이 된 채 발견됐다. 정확한 사인은 끝내 밝혀지지 못했지만 그는 마약 중독자였다. 정신이 온전치 못한 상태에서 실족사했거나 자살했을 수도 있다. 생의 마지막 순간인 말년만 순탄치 못했던 게 아니다. 쳇 베이커라는 예술가가 살아온 궤적 자체가 마치 악보 속 고음과 저음처럼 너무도 들쑥날쑥했다. 어릴 때부터 사랑보다는 폭력을 더 받았고, 주변에서 인기가 많았던 것도 아니다. 음악에 관한 재능은 확실했지만 그 엄청난 재능을 삼키고도 남을 정도로 마약 중독에 시달렸다.


  사실 베이커 외에도 마약에 찌들어 살았던 예술가는 많다. 꼭 예술가가 아니더라도 히피 세대를 중심으로 한 한탕 문화, 마약 중독, 자유로운 삶 같은 사회 분위기는 당시 미국을 대표하는 이미지다. 그런데 쳇 베이커란 인물은 도를 넘은 수준이었다. 대마초부터 헤로인, 코카인, 팔피움, LSD, 코데인, 모르핀까지. 손을 안 대본 약물이 없었다. 본인부터 지독한 마약 중독자였지만 같이 밴드를 했던 음악가들, 결혼과 이혼을 반복했던 아내들 역시 마약에 빠지긴 마찬가지였다. 조국에서 안정적으로 자리 잡지 못한 그는 1959년 유럽으로 건너갔다. 그 와중에 마약에 상습적으로 손을 대다가 유럽에서 추방당했다. 공연비를 항상 현금으로 받은 그는 그 돈을 마약 구매에 탕진하거나, 밴드원들에게 줄 돈을 착복하기도 했다. 그렇게1964년 미국으로 억지 귀국한 그는 다시 정처 없이 떠돌이 생활을 이어갔다. 이에 염증을 느끼다가 1975년 다시 유럽으로 건너가 활동했다.


  책의 부제목처럼 그는 조국에서 그리 환영받지 못했다. 마일스 데이비스처럼 음악사에 큰 족적을 남긴 이와 너무도 대비되는 사생활, 고점과 저점이 너무도 뚜렷한 앨범 실적과 연주 실황, 지독한 마약 중독에다가 끔찍하기 짝이 없었던 사생활. 쳇 베이커는 예술을 꿈꾸는 이들에게, 아니 그저 사람들에게 반면교사로 남기 좋은 인물이다. 하지만 그의 사생활이 온갖 문제로 점철되었다고 해서 그가 남긴 음악적 성취를 평가절하 하기는 힘들다. 나 역시 이 글을 쓰는 와중에도 쳇 베이커가 분 트럼펫 연주를, 그가 녹음한 보컬을 듣고 있다. 오늘날 힙합처럼 흑인의 전유물이었던 재즈라는 음악 장르에서 두각을 나타냈던 몇 안되는 백인 음악가이기도 하다. 


  죽어서야 고향에 돌아가 사후에 조금씩 조국에서 재평가를 받기 시작했으니, "그대 다시는 고향에 돌아가지 못하리"라고 할 만하다. 문득 작년에 보았던 영화 〈류이치 사카모토: 오퍼스〉를 마무리하는 문구가 떠오른다. "Ars longa, vita brevis. 예술은 길고, 인생은 짧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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