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몽드 디플로마티크 Le Monde Diplomatique 2024.6 2024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브누아 브레빌 외 지음 / 르몽드디플로마티크(잡지)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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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기후 온난화의 피해를 외면하는 보험사〉(p.4~5)


  기후 위기는 현재 진행형으로 우리 삶에 온갖 시련을 일으키고 있다. 평균 온도가 섭씨 1, 2도 오르는 건 무척 사소해 보이지만 전 지구적 스케일로 보면 우리 삶을 송두리째 바꿀 수 있는 일이다. 보험사에겐 악재가 분명하다. 아무리 가입자에게 보험료를 많이 징수하더라도 예기치 못한 자연 재해가 커지고 있으니 보험사 지출은 더 커져만 간다. 산불, 홍수, 폭염, 폭설, 태풍과 토네이도 등 계절마다 재해도 다양하다. 예전에 IFO 수업에서 기후 위기가 부동산 가격에 미치는 영향을 다룬 기사를 읽은 적이 있다. 앞으로 더욱 가혹해지는 기후에 대비하려면 추가 단열, 방수 같은 시공이 더 필요하다. 하지만 워낙 큰 비용이 드는 일이니 정부, 임차인, 임대인 모두 어찌 할 방도가 없다. 하지만 보험료 인상으로 감당이 안되는 일이라면 보험사는 아예 계약 해지를 택한다고 한다. 말 그대로 혹시 모를 상황에서 필요한 게 '보험'인데 이마저도 점점 어려워지니 세상살이가 더욱 각박해지는 느낌이라 안타깝다.



2, Dossier 인도, 권력의 이면

- 〈서구의 착각, "인도는 중국이 아니다!"〉(p.22~25)

-〈인도가 민주주의 국가라고?〉(p.26~29)

-〈드론 공격에 연날리기로 맞서는 인도 농민들〉(p.30~32)

-〈총리와 절친되면 재벌되는 인도 기업들〉(p.33~37)

  인도처럼 영토가 광활하고 온갖 민족과 종교, 언어가 함께 사용되는 나라에서는 으레 지방정부가 잘 발달한다. 하지만 2014년부터 나렌드라 모디가 총리가 되어 연방 정부를 이끌면서 인도에서는 정말 많은 것이 바뀌었다고 한다. 최근 미·중 대립을 보면 냉전 시기 미국이 한창 열을 올리던 소련 봉쇄 정책이 생각난다. 우크라이나와 전쟁 중인 러시아를 미국 편에 끌어들일 순 없는 노릇이니, 눈에 띄는 파트너는 인도다. 물리적인 체급에서 중국에 밀리지 않고, 인구를 바탕으로 성장 잠재력은 더 뛰어나며, 결정적으로 중국과 사이가 그다지 좋지 않다. 미국 입장에서는 이보다 더 좋은 상대가 없는 셈이다.

  인도는 분명 세계 최대 인구를 자랑하는 대국이며, 규모 면에서도 가장 거대한 민주주의 국가다. 하지만 모디 총리 집권 시기를 보면 인도를 실질적 민주주의 국가로 보기에는 힘들다. 강력한 포퓰리즘과 힌두트와(Hindutuva)를 바탕으로 이슬람, 시크교를 비롯한 타 저종교를 강하게 압박하고 있다. 선출된 권력을 내세워 사법부를 장악하고, 특정 대기업에게 공공사업을 민영화하고 일감을 몰아주어 재벌로 성장시켜 준다. 결국 강력한 정경유착이 형성되고, 행정부는 입법부와 사법부 위에 있으니 정부 권한이 비대해진다. 펀자브 지방을 중심으로 농민 시위가 끊이질 않으나 탄탄한 모디 지지층에겐 이마저 사소한 문제가 되는 듯하다. 이런 현상을 종합적으로 보면 인도가 왜 그리 이스라엘을 지지하는지 알 것 같다. 두 나라 사이에는 종교를 중심으로 한 정부 권력 강화라는 공통점이 있다.



3. 〈마틴 스코세이지의 〈플라워 킬링 문〉, "악의 길은 너무나 넓다"〉(p.15~19)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 후보작 재개봉 덕분에 작년에 개봉한 〈오펜하이머〉와 더불어 유이하게 두 번 관람한 영화라 눈길이 갔다. 미국은 대서양 연안에서 시작해, 애팔래치아 산맥을 넘어 중서부 광활한 영토를 확보하고, 멕시코, 스페인과 벌인 전쟁에서 압도적 승리를 거두고 태평양까지 닿는 거대한 국토를 확보했다. 서부 개척 시대와 골드러쉬는 미국 역사에서 무척이나 상징적인 사건이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한 줌 먼지가 되어 버린 아메리카 원주민들에겐 누가 귀를 기울여줄까? 선조 때부터 대대로 살던 캔자스에서 밀려나 오클라호마 북동부 인디언 보호구역에 정착한 오세이지족의 일대기는 무척 기구하다. 쓸모없다고 여겨진 그 땅에서 하필 석유가 발견되면서 일이 꼬이기 시작했다. 이 때문에 일약 세계 최고 부자가 된 오세이지족은 미국인들의 온갖 방해 공작과 암살, 재산 강탈 같은 시도로 몰락한다. 백인들은 이런 범죄를 저지르는 데에 거리낌이 없었다. 그들에게 오세이지족은 사람이 아니라 '야만인'이었기 때문이다. 이른바 '백인의 의무' 뒤에 숨겨진 '인디언의 눈물' 이야기니 오스카가 스코세이지 감독을 푸대접 할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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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오주의 - 전 세계를 휩쓴 역사
줄리아 로벨 지음, 심규호 옮김 / 유월서가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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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산당이 어떻게 국민당을 상대로 승리하고 중국을 통일했는지에 주안점을 두고 읽어봐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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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안과 겉 + 결혼·여름 - 전2권
알베르 카뮈 지음, 김화영 옮김 / 책세상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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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 세트와 느낌이 전혀 달라진 표지는 아쉽지만 그래도 카뮈는 카뮈일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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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인터넷 밈의 계보학
김경수 지음 / 필로소픽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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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갖 신조어와 유행이 어떻게 밈이 되어 소비되는지 잘 정리돼있을 거 같아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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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극단적 소수가 다수를 지배하는가 - 우리의 민주주의가 한계에 도달한 이유
스티븐 레비츠키.대니얼 지블랫 지음, 박세연 옮김 / 어크로스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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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크로스 출판사에서 모집한 신간 서평단 600P 클럽 시즌 2로 선정되어 이 책을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았습니다.



[소수는 때로 정치 싸움에서 다수를 좌절하게 만들거나 일시적으로 승리를 거둘 수 있다. 이러한 일은 민주주의 정치에서 일반적인 협상을 통해 일어날 수 있다. 그러나 정치적 소수가 ‘계속해서’ 거대 다수를 이기거나 정책을 강요하는 것, 나아가 그 시스템을 이용해서 자신의 우위를 굳건하게 만드는 것은 전혀 다른 일이다. 이런 일이 일어날 때, 그곳은 민주주의가 아니라 소수가 지배하는 세상이다. - p.247_ 〈6장 소수의 독재〉 중에서]



  2016년 11월에 있었던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기어이 공화당 후보 도널트 트럼프가 당선되고야 말았다. 전세계 대다수 언론과 정치학자는 민주당 후보 힐러리 클린턴이 새 대통령이 될 거라 예측했지만 보기 좋게 빗나가고 말았다. 미국 대선이 있기 1달 전에 군 전역을 한 내게도 꽤나 충격적인 일이었다. 당시 나와 함께 복무하던 미군들은 군 시설 곳곳에 있는 지휘계통 게시판(Chain of Command) 맨 위에 걸리는 국군 통수권자 사진이 이제 트럼프 대통령이 되는 거 아니냐며 농담 삼아 말하곤 했다. 그런데 그것이 정말로, 실제로 일어날 거라고는 생각하고 싶지 않았을 것이다. 미군처럼 유색 인종 비중이 큰 집단에서 후보 시절부터 공공연히 온갖 차별과 혐오 발언을 내세우는 이가 달갑진 않았을 테니 말이다. 


  아무튼 일어날 일은 일어나고야 말았다. 트럼프는 한때 유행을 넘어 세계 각지에서 일어나고 있는 현상을 대표하는 인물이자 상징이 되었다. 파급력은 생각보다 훨씬 더 컸다. 두 저자는 전작 『어떻게 민주주의는 무너지는가(How Democracies Die, 2018)』를 통해 민주주의가 붕괴하는 패턴을 도출해낸 바 있다. 저자들의 관찰과 주장에 따르면 민주주의라는 제도가 무너지는 데엔 여러 신호가 있다. 서로 적대하는 정당, 양극화된 정치, 파괴되는 규범, 선출된 독재자라는 네 가지 틀로 규정할 수 있는 사례가 전세계에서 어떻게 나타났는지, 그리고 민주주의를 어떻게 위협하는지 상세히 설명한다. 트럼프는 후보 때부터 민주주의에 큰 위협이 되리란 전문가 예측이 많았지만 이 책이 처음 출간된 집권 중반에는 엄연한 사실이었다. 그래서 8장 〈트럼프의 민주주의 파괴〉와 9장 〈민주주의 구하기〉로 책을 마무리했을 것이다.


  하지만 더욱 충격적인 일이 생겼다. 2021년 1월, 재선에 실패한 트럼프가 임기를 마무리하고 대선 경쟁자였던 후임자 바이든에게 평화롭게 권력을 이양하기는커녕, 지지자들이 국회의사당을 습격하도록 획책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전례없는 일이었다. 미국 정치계에서는 어쩌면 9·11 테러 만큼이나 충격적인 일이었을 것이다. 두 저자가 전작에서 우려하던 바는 트럼프 집권 내내 곪아있다가 임기 막바지에 결국 현실이 되었다. 이번 신간은 아마 그 사건의 산물로 봐도 무방할 거다, 


  "왜 견고했던 민주주의가 무너졌는가?" / "극단주의 세력이 힘을 얻는 이유는 무엇인가?" / "왜 극단적인 소수가 상식적인 다수를 지배하는가?"


  민주주의라는 제도를 실현하는 데엔 여러 방안이 있지만, 그 중 가장 대표적인 건 역시 '다수결 원칙'이다. 하지만 다수가 선택했다고 항상 옳은 건 아니며, 그럴 수도 없다. 그렇기에 소수 의견도 존중받아야 하며, 때로는 다수 의사를 제약할 필요도 있다. 앞서 언급했듯 많은 언론과 전문가가 트럼프가 당선될 거라고 예측하지 못했던 건 선거인단을 통해 대통령을 선출하는 미국 특유의 간접선거제도 때문이다. 유권자 지지를 앞서더라도 미국 대통령은 결국 선거인단의 표를 하나라도 더 많는 후보자가 승리한다. 공교롭게도 2000년 대선에서도 같은 일이 있었다. 공화당의 부시와 트럼프는 민주당의 고어와 힐러리에게 유권자 지지는 덜 받았지만 더 많은 선거인단을 확보한 덕택에 대통령이 될 수 있었다.  


  어느 선거 제도든 대표성과 비례성을 동시에 확보하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미국 대선은 민의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승자독식형 선거인단 제도 때문에 더욱 극단적인 결과를 이끌어내기 쉽다. 뿐만 아니라 미국은 역사적으로 게리맨더링으로 무척이나 이상한 선거구를 획정하고, 인종차별이 만연했던 남부 주에서는 온갖 방법으로 유색 인종이 유권자로 등록하는 걸 막는 등 이 나라가 정말 민주주의의 본고장이 맞는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옛 제도를 고집해왔다. 한국의 통념에 비해 미국은 정말 생각보다 보수적인 국가다. 총기 사고로 목숨을 잃는 이들이 끊이질 않음에도 총기를 소유하고 휴대할 수정헌법을 근거로 개헌 논의조차 제대로 이뤄지고 있지 않다. 선거 제도도 마찬가지다. 미국이 연방제 국가로 제대로 기능하기 위해서 확립하고 유지해야 했던 삼권분립, 견제와 균형 같은 원칙들은 시대가 지나면서 적절히 손봐야 했지만 전통이라는 미명 하에 그러지 못했다. 미국이라는 나라는 제도 수정에서 골든타임을 놓친 셈이다.


  인종차별과 홀로코스트로 악명 높은 나치가 다름 아닌 미국을 본보기로 삼아 온갖 차별법을 제정했다는 건 공공연한 비밀이다. 원래 의도와는 달리 더 많은 유권자 의사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채, 무늬만 다수결인 제도를 통해서 티파티, 네오콘, 트럼피즘 같은 소수 집단이 나라를 대표하는 마냥 정권을 좌지우지했던 사례가 '현재완료진행형'으로 일어나고 있으니 미국 정치학자인 두 저자가 크게 우려할 만하다. 이런 요소들 때문에 '실질적' 민주주의로 이어지지 못하고 '형식적' 민주주의에 갇혀있는 셈이다. 


  민주주의자가 지켜야 할 세 가지 원칙, 즉 선거 결과에 승복할 것. 권력 쟁취를 위해 폭력을 사용하지 말 것. 극단주의 세력과 동맹을 맺지 말 것을 기준으로 민주주의자를 두 분류로 구분한 저자들의 주장은 무척 명쾌하다. “충직한 민주주의자”(loyal democrat)와 “표면적으로 충직한 민주주의자”(semi-loyal democrat)가 구분되는 지점이 여기에 있다. 애석하게도 바이든을 제치고 내년부터 두 번째 임기를 시작할 트럼프에게는 전부 해당하지 않는 사항이다. 그나마 최근 트럼프가 미국 헌정 사상 최초로 유죄 판결을 받은 전 대통령이라는 불명예를 않았으니 좀 더 두고 볼 일이긴 하다. 슈퍼 선거의 해라는 2024년, 이 책 덕분에 오늘날 세계 표준으로 자리 잡은 민주주의라는 제도와 그 근간을 이루는 여러 원칙을 고찰해볼 수 있었다. 민주주의는 고정되고 불변하는 진리가 아니라는 걸 잊어선 안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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