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기후 온난화의 피해를 외면하는 보험사〉(p.4~5)
기후 위기는 현재 진행형으로 우리 삶에 온갖 시련을 일으키고 있다. 평균 온도가 섭씨 1, 2도 오르는 건 무척 사소해 보이지만 전 지구적 스케일로 보면 우리 삶을 송두리째 바꿀 수 있는 일이다. 보험사에겐 악재가 분명하다. 아무리 가입자에게 보험료를 많이 징수하더라도 예기치 못한 자연 재해가 커지고 있으니 보험사 지출은 더 커져만 간다. 산불, 홍수, 폭염, 폭설, 태풍과 토네이도 등 계절마다 재해도 다양하다. 예전에 IFO 수업에서 기후 위기가 부동산 가격에 미치는 영향을 다룬 기사를 읽은 적이 있다. 앞으로 더욱 가혹해지는 기후에 대비하려면 추가 단열, 방수 같은 시공이 더 필요하다. 하지만 워낙 큰 비용이 드는 일이니 정부, 임차인, 임대인 모두 어찌 할 방도가 없다. 하지만 보험료 인상으로 감당이 안되는 일이라면 보험사는 아예 계약 해지를 택한다고 한다. 말 그대로 혹시 모를 상황에서 필요한 게 '보험'인데 이마저도 점점 어려워지니 세상살이가 더욱 각박해지는 느낌이라 안타깝다.
2, Dossier 인도, 권력의 이면
- 〈서구의 착각, "인도는 중국이 아니다!"〉(p.22~25)
-〈인도가 민주주의 국가라고?〉(p.26~29)
-〈드론 공격에 연날리기로 맞서는 인도 농민들〉(p.30~32)
-〈총리와 절친되면 재벌되는 인도 기업들〉(p.33~37)
인도처럼 영토가 광활하고 온갖 민족과 종교, 언어가 함께 사용되는 나라에서는 으레 지방정부가 잘 발달한다. 하지만 2014년부터 나렌드라 모디가 총리가 되어 연방 정부를 이끌면서 인도에서는 정말 많은 것이 바뀌었다고 한다. 최근 미·중 대립을 보면 냉전 시기 미국이 한창 열을 올리던 소련 봉쇄 정책이 생각난다. 우크라이나와 전쟁 중인 러시아를 미국 편에 끌어들일 순 없는 노릇이니, 눈에 띄는 파트너는 인도다. 물리적인 체급에서 중국에 밀리지 않고, 인구를 바탕으로 성장 잠재력은 더 뛰어나며, 결정적으로 중국과 사이가 그다지 좋지 않다. 미국 입장에서는 이보다 더 좋은 상대가 없는 셈이다.
인도는 분명 세계 최대 인구를 자랑하는 대국이며, 규모 면에서도 가장 거대한 민주주의 국가다. 하지만 모디 총리 집권 시기를 보면 인도를 실질적 민주주의 국가로 보기에는 힘들다. 강력한 포퓰리즘과 힌두트와(Hindutuva)를 바탕으로 이슬람, 시크교를 비롯한 타 저종교를 강하게 압박하고 있다. 선출된 권력을 내세워 사법부를 장악하고, 특정 대기업에게 공공사업을 민영화하고 일감을 몰아주어 재벌로 성장시켜 준다. 결국 강력한 정경유착이 형성되고, 행정부는 입법부와 사법부 위에 있으니 정부 권한이 비대해진다. 펀자브 지방을 중심으로 농민 시위가 끊이질 않으나 탄탄한 모디 지지층에겐 이마저 사소한 문제가 되는 듯하다. 이런 현상을 종합적으로 보면 인도가 왜 그리 이스라엘을 지지하는지 알 것 같다. 두 나라 사이에는 종교를 중심으로 한 정부 권력 강화라는 공통점이 있다.
3. 〈마틴 스코세이지의 〈플라워 킬링 문〉, "악의 길은 너무나 넓다"〉(p.15~19)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 후보작 재개봉 덕분에 작년에 개봉한 〈오펜하이머〉와 더불어 유이하게 두 번 관람한 영화라 눈길이 갔다. 미국은 대서양 연안에서 시작해, 애팔래치아 산맥을 넘어 중서부 광활한 영토를 확보하고, 멕시코, 스페인과 벌인 전쟁에서 압도적 승리를 거두고 태평양까지 닿는 거대한 국토를 확보했다. 서부 개척 시대와 골드러쉬는 미국 역사에서 무척이나 상징적인 사건이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한 줌 먼지가 되어 버린 아메리카 원주민들에겐 누가 귀를 기울여줄까? 선조 때부터 대대로 살던 캔자스에서 밀려나 오클라호마 북동부 인디언 보호구역에 정착한 오세이지족의 일대기는 무척 기구하다. 쓸모없다고 여겨진 그 땅에서 하필 석유가 발견되면서 일이 꼬이기 시작했다. 이 때문에 일약 세계 최고 부자가 된 오세이지족은 미국인들의 온갖 방해 공작과 암살, 재산 강탈 같은 시도로 몰락한다. 백인들은 이런 범죄를 저지르는 데에 거리낌이 없었다. 그들에게 오세이지족은 사람이 아니라 '야만인'이었기 때문이다. 이른바 '백인의 의무' 뒤에 숨겨진 '인디언의 눈물' 이야기니 오스카가 스코세이지 감독을 푸대접 할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