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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을 보는 기술 - 명화의 구조를 읽는 법
아키타 마사코 지음, 이연식 옮김 / 까치 / 2020년 9월
평점 :
*. 까치글방 서포터즈 2기 활동으로 이 책을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았습니다.
평소 독서를 편식하지 않고 최대한 다양한 분야를 고루 읽으려 노력하는 편이다. 그럼에도 베스트셀러 순위를 주름 잡는 자기 계발서와 경제 경영서는 왠지 꺼려진다. "~의 기술"이라는 제목은 꽤나 그런 느낌을 준다. 다만 여기에 너무 얽매이는 것도 괜한 선입견이다. 철학자 에리히 프롬의 명저이자 대표작은 『사랑의 기술』이며, 들쭉날쭉했던 나의 언어 영역 성적을 올려준 것도 『언어의 기술』이란 수험서였다.
목표나 대상이 추상적이고 막연하면 어떻게 접근할지 초심자에겐 난해하다. 그래서 이렇게 설명하고자 하는 대상을 유형화하여 차근히 분석해주는 게 무척 도움이 된다. 아무 것도 모르고 무작정 시도해보면 반드시 시행착오가 따른다. 여기엔 얼마만큼 시간, 노력, 비용이 들지 모른다. 『그림을 보는 기술』은 이런 점에서 여타 미술 책들과 구분된다. 흔히 미술 분야 인문서는 대개 미술사나 미학을 다룬다. 시대별로 통사를 설명하며 미술이 어떤 발전 과정을 거쳤는지 서술하든지, 혹은 각 시대나 사조 별로 두드러진 화가를 생애와 대표작을 중심으로 소개하든지, 아니면 예술을 해석하는 관점을 알려주든지 하는 식이다. 그래서 미술책을 읽다 보면 역사와 예술이 어떻게 상호작용해 특정 사조로 이어지는지, 그 사조를 대표하는 화가는 누구이며 대표작은 무엇인지, 이를 해석한 미학자와 대표 저서는 무엇인지 같은 지식은 습득할 수 있다.
그렇지만 이런 지식이 곧 명화를 판단하는 기준과 일치하진 않는다. 미술사와 미학에 관한 지식이 미술 작품을 감상하는 안목을 키워주지 못할 때가 있다. 그런 면에서 구어체로 친절한 설명이 이어지는 이 책은 무척 실용적이다. 이름난 전시회와 미술관에 가서 명화를 봐도 이를 도대체 어디서부터 접근하고 해석해야 할지 막막할 때가 많은데, 이런 문제를 해결해주기 때문이다. 서문에서부터 많은 사람에게 익숙한 홈즈와 왓슨의 대화를 인용해 '보다'와 '관찰하다'라는 행위가 어떻게 다른지 일깨워준다. 여기에는 세심한 관찰이 필요하다. 예전에 심리학개론에서 배운 "보이지 않는 고릴라", 즉 선택적 주의(selective attention)라는 개념과 관련 있다. 그림을 볼 때는 특정 대상에 천착하는 게 아니라 전체 맥락을 파악하는 힘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프레임 안 전체 형태를 보고, 그림에서 초점을 인지하고, 구도를 파악하고, 균형을 찾고, 물감과 색의 특성을 이해하고, 구도와 비례를 분석하고, 통일감을 찾아보는 식으로 이어진다. 이 과정에서 갖가지 명화가 예시에 나온다. 특정 시대와 작가에 얽매이지 않고 배운 내용을 바로 적용할 수 있는 구성이 무척 친절하게 다가왔다. 최근 발매 주기가 더욱 길어져 완간까지 아주 오래 걸릴 거 같은 『난생 처음 한 번 공부하는 미술 이야기』가 연상되는 친절한 설명과 문체 덕분에 미술관에서 명화 감상이 더욱 쉽고 즐거워질 거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