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 스토리 한국사 - 시공간을 초월한 33번의 역사 여행
이기환 지음 / 김영사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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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영사 서포터즈 18기 활동으로 이 책을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았습니다.



  '역사(歷史)'라는 한자어는 어떤 글자로 이루어져 있나?  ‘역(歷)’은 ‘거쳐 오다’, ‘지나다’라는 의미다. ‘사(史)’는 口와 人이 합쳐진 글자로, 사람이 책을 받쳐 들고 있는 형상이다. 뜻풀이를 계속해서 역(歷)이란 세월, 세대, 왕조 등이 순서를 따라 계속되어  '과거에 있었던 사실'이나 '인간이 과거에 행한 것'을 뜻한다. 사(史)란 활쏘기에서 옆에서 적중한 수를 계산, 기록하는 사람을 가리키는 말인데, '기록을 관장하는 사람' 또는 '기록한다'는 의미로 쓰였다. 즉 지나온 사실[歷]과 그에 대한 기록[史]이다. 


  넓은 의미로 역사는 "과거에 발생한 사건[사실로서의 역사]"을 말하기도 하며, 좁은 의미로 "과거의 수많은 사건 중에 의미 있는 것을 선별하여 체계적으로 서술한 것[기록으로서의 역사]"을 의미한다. 영어 단어 History는 그리스어 Historia에서 유래한 말인데 이야기, 지식의 탐구라는 의미를 갖고 있다. 남성격 소유형용사 his와 이야기 story가 결합해 history가 됐다는 민간 어원은 엄밀히 말해 틀렸지만, 역사가 곧 이야기라는 본질은 유효하다는 생각이 든다.


  한국형 주입식 교육의 폐해가 가장 크게 작용하는 과목 중 하나가 아마 역사가 아닐까 싶다. 통사로 나열된 지루한 이야기가 두꺼운 교과서에 실려 있으니 좀처럼 흥미를 붙이기 쉽지 않다. 암기할 내용은 왜 그리도 많은지. 하지만 역사에 재미를 붙이려면 이야기 모음이라는 걸 잊지 않도록, 즉 재미난 이야기를 담고 있으면 될 일이다. 2011년부터 《경향신문》에 '이기환의 흔적의 역사'를 연재 중인 필자는 400편이 넘는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이 책은 그 중 일부를 주제별로 묶은 것이다. 역사와 유물 간 연결 고리를 찾거나, 과학부터 외교까지 분야별로 중요한 사건들을 알려주거나, 서로 다른 신분이 남긴 흥미로운 기록들을 소개해주거나, 예나 지금이나 사람 사는 건 매한가지라는 걸 일깨워주기도 한다 연재글 한 편을 쓰기 위해 조선왕조실록을 비롯한 디지털 아카이브 자료와 관련 단행본과 논문, 그리고 최신 고고학 발견을 고루 인용하는 덕분에 내용도 더욱 풍성하고 근거도 충분하다. 교과서에 실린 오래된 서술을 뛰어넘는 재미난 글이 여럿 실려 있다. 이런 류의 글을 갈망하는 분들에게 좋은 해갈이 되어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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