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은 왜 문화재를 돌려주지 않는가 - 문화재 약탈과 반환을 둘러싼 논쟁의 세계사
김경민 지음 / 을유문화사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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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빼았긴 물건을 돌려받는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당연한 일이다. 개인 간의 문제는 이렇게 해결하는 것이 너무도 당연한 것이지만 이것이 만약 국가 대 국가의 문제가 된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더군다나 그것이 '문화재 반환'에 관한 것이라면 이 경우엔 양상이 훨씬 복잡하고 어려워진다.

 

  2006년부터 약 1년 동안 MBC에서 방영된 <위대한 유산 74434>라는 프로그램을 혹 아시는지? 제목의 74434라는 숫자는 우리나라에서 해외로 불법적으로 약탈되거나 반출된 유물의 숫자라고 한다. 20세기 초는 서구의 제국주의라는 욕망의 물결이 전세계를 뒤덮었던 시기였고 대부분의 나라들이 식민 지배를 받으면서 크나큰 고통을 겪었다. 우리나라 역시 예외가 아니었고 1945년에 광복을 맞이하기 전까지 일제의 치하에서 많은 아픔을 겪었다. 이 시기에 우리나라의 소중한 문화 유산들이 불법적으로 약탈되거나 밀반출되는 일이 부지기수였다. 무려 7만여점이라는 유물이 불법적인 행위를 통해 우리나라를 떠나게 됐다는 사실이 참 안타깝지만 소재가 불분명한 유물들까지 고려하면 그 숫자는 더욱 클 것이다.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우리나라로 돌아와야할 약탈 문화재의 대부분이 지금 일본에 있다는 것이다.

 

  이야기는 비단 일본에만 해당되는 문제가 아니다. 일본보다 훨씬 많은 식민지를, 더욱 오랫동안 지배했던 영국과 프랑스같은 유럽의 열강들은 영국 박물관과 루브르 박물관으로 대표되는 세계적인 박물관 시설을 보유하고 있다. 논란이 되는 것은 이 거대한 시설들의 대부분은 자국의 문화재가 아니라 다른 나라에서 약탈한 그 나라의 소중한 문화 유산이란 점이다. 자국의 문화재를 반환해달라는 요청에 아랑곳하지 않고 이들은 일관되게 요청을 무시 또는 거절하거나, 심지어는 적반하장으로 문화재 관리와 보전에는 많은 비용과 노력이 드는데 이것을 우리가 대신해주고 있는 것이니 오히려 문화재를 빼았긴 원산국은 시장국에게 고마워해야 한다는 논리로 자신들의 행동을 정당화한다. 그중에서도 영국의 문화재 약탈 사례를 오랫동안 연구해 온 저자는 1부에서 전세계의 여러 사례를 통해 문화재 약탈의 역사를 살피고, 2부에서는 영국이 문화재 반환을 거부하는 이론적/법률적 근거를 꼼꼼하게 살핀다. 

 

  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UN이 설립된 이후 많은 나라들은 타국과의 협력과 교류를 증대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펴고 있다. 그렇지만 협력이 있으면 분쟁도 있기 마련이라 이런 사태를 방지하고 중재하고자 관련된 국제법 조항도 많다. 책에서 소개했던 문화재 반환 문제 사례들이 그저 국제법으로 해결될 수 있다면 사안이 이렇게 복잡하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국제법이 지닌 실질적인 한계를 고려한다면 문화재 반환 문제는 단순히 법률적인 토대 위에서만으론 풀리지 않는다. 약탈된 문화재가 원래 소유국으로 돌아와야 한다는 윤리적으로 당연한 주장, 우리의 문화재는 반드시 우리가 되찾아야 한다는 맹목적인 민족주의 감정, 다른 국가들의 동정적인 시선만으론 문화재 반환 문제가 해결되기 어려운 것이 슬픈 현실이다. 

 

  프랑스의 TGV를 모델로 해 개통된 우리나라의 고속철도 KTX는 병인양요 때 약탈되었던 외규장각 도서가 우리나라로 돌아오는 데에 큰 역할을 했다. 그러나 이것은 '영구반환'이 아닌 5년마다 '임대 갱신'이라는 형태였다. 한국인을 포함한 피약탈국민 누구나 침략에 대한 사과를 포함한 영구적인 문화재 반환을 원한다. 그러나 약탈국의 현행 국내법을 무시한다는 것은 절대 쉬운 일이 아니며, 국내의 반대파와 피약탈국의 요구 사이에서 샌드위치 신세를 감수해야 하는 약탈국 정부의 사정, 약탈국의 국민이지만 약탈된 문화재가 한국에 돌아갈 수 있도록 추진중인 지한파 인사들의 정치적 입장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저자가 이 책을 집필하기로 마음 먹은 가장 큰 이유다.

 

 빼았긴 문화재를 바로 반환받는 것은 대내외적인 여러 문제를 고려해서 현실적으로 매우 어렵다. 문화재 반환은 원산국과 시장국 사이의 문제이니만큼, 단순히 원산국의 민족주의적이고 도덕적 정당성에 기댄 주장에서 벗어나 시장국에서 펼치는 반환 거부 논리를 구체적인 예시를 통해 논리적으로 반박하려는 노력 역시 꼭 필요하다. 슬프지만 냉정히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그 나라의 문화재는 당연히 원래 있던 나라로 돌아와야 한다"는 주장만으로는 아무 것도 해결되지 않으니 말이다.

내부의 민족주의적 감정이나 외부의 동정론과 같은 기존의 도덕적 우월성에만 기대지 말고, 영국과 같은 시장국의 반환 거부 논리를 구체적 사례와 함께 논리적으로 반박하는 작업이 병행되어야만 정당한 문화재 소유권을 주장할 수 있을 것이다. - P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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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를 행복하게 하는 것들
장석주 지음 / 을유문화사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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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신은 행복하신가요?"라는 질문을 받으면 '그렇다'고 자신있게 대답하긴 여간 쉬운 일이 아니다. 


사람마다 생각하는 행복이란 감정이 다른 것은 둘째 치고 우리는 당장 행복보다는 그 반대말인 '불행'을 훨씬 쉽게 떠올리기 때문이다.


사소한 일로 가족이나 친구들과 말다툼을 한 일, 매일같이 계속되는 상사의 꾸지람과 계획대로 되지 않는 업무, 정신없는 와중에 깜빡해버린 중요한 일등... 조금만 생각해도 당장 우리를 한숨 짓게 하는 일들 정도만이 쉬이 머리 속을 스치운다.


생물학적으로 우리 인간은 이익보다는 손해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쪽으로 진화해왔다고 하니 눈에 보이지도, 잡히지도 않는 '행복'이라는 추상적인 개념보다는 당장 나를 힘들게 하는 '불행'에 더 쉽게 반응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이긴 하다.


하지만 "매일이 행복할 수는 없어도 찾아보면 행복한 일은 매일 있다."는 말처럼 우리네 삶은 우리가 미처 인지하지 못하는 사소한 행복들로 채워져 있는 법이다.


이 책의 저자는 거창한 장소나 상황에서 행복을 찾지 않는다. 자연스러운 계절의 변화를 관찰하면서, 시골에서의 강아지들을 키우면서, 집밥을 챙겨 먹으면서, 책을 읽거나 음악들 들으면서와 같은 지극히 평범한 생활을 보내는 와중 그는 일상 속에 침잠해 있던 행복이란 감정을 포착하여 글을 엮었다.


물론 모든 일이 기쁘기만 한 것은 아니다. 글쓴이는 자신을 기쁘게 했던 일과 슬프게 했던 일을 모두 잠잠하게 고백한다. 그러나 이 슬픔이 기쁨을 완전히 앗아가버린 것은 아니다.


마냥 행복하기만한 인생은 오히려 지루하다. 그림자가 짙어야 빛이 얼마나 밝은지 느낄 수 있는 것처럼 불행이 있어야 그와 반대되는 행복이 얼마나 기쁘고 소중하게 또 값진 것인지 보다 더 우리에게 와닿으니까.


같은 상황이라도 불행만 느끼지 말고 부디 행복도 함꼐 느낄 수 있기를. 그래서 행복이 얼만큼 소중한 것인지를 더 잘 느낄 수 있기를. 


행복하고 불행한 것은 내가 느끼는 정도의 차이고, 결국 모든 것은 마음 먹기에 달린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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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책 중에 ‘인간‘에 대한 고찰이 이만큼 정점에 달한 작품이 또 있을까 싶네요. 인간의 삶과 죽음, 정체성, 인간 내면의 악마성과 휴머니즘을 주제로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스릴러물입니다. 한 번 읽으면 헤어날 수 없어요~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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