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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관찰자를 위한 그림책
개빈 프레터피니 지음, 윌리엄 그릴 그림, 김성훈 옮김 / 김영사 / 2024년 8월
평점 :
*. 김영사 서포터즈 18기 활동으로 이 책을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았습니다.
얼마 전 무척 인상적으로 보았던 빔 벤더스 감독의 영화 〈퍼펙트 데이즈〉에서 여러 번 등장하는 장면이 생각났다. 주인공 히라야마는 매일 반복되는 일상에서도 생기를 잃지 않는 인물이다. 지루함, 따분함, 권태감이 아니라 똑같은 일과에서 안정감과 감사함을 느낀다. 그가 하는 루틴 중 하나는 아직 해도 제대로 뜨지 않아 하늘도 어두운 출근 시간, 현관문을 나서자마자 고개를 살짝 들어 하늘을 쳐다보고 빙긋 미소를 짓는 거다. 화장실 청소를 업으로 하고, 집에서는 책을 읽느라 고개를 숙일 일이 많은 그가 목을 펴는 일은 드물다. 그렇기에 이 장면이 더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그가 반복하는 이 동작은 엔딩에서 설명하는 코모레비, 즉 나뭇잎 사이로 비치는 햇살과 연결된다. 좀처럼 고개를 젖히고 하늘을 쳐다보지 않는 현대인들에게 유독 시사하는 바가 더 큰 거 같다.
2005년 구름감상협회를 설립하여 '구름 한 점 없는 파란 하늘' 추종자와 맞서고 있는 개빈 프레너 피니. 전작인 『날마다 구름 한 점』과 『구름 관찰자를 위한 가이드』를 하루에 한 쪽씩 읽었기에 이번 신간이 더 반가웠다. 21세기 고전이 되어버린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도 얼마 전부터 출간되기 시작한 그래픽 노블 덕분에 진입 장벽이 더 낮아졌는데, 이번 시도도 그만큼 효과가 있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전작에 실린 다양한 구름 사진 못지 않게 윌리엄 그릴이 그린 구름 그림은 무척 따스하고 포근하다. 나를 감싸고 있는 거대한 하늘이란 공간과 이를 장식하는 구름이라는 요소를 감성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더군다나 구름이 형성되는 과학 원리와 이를 다양하게 구분하는 방법도 배울 수 있는 것도 또 다른 재미다.
"사랑하면 알게 되고 알게 되면 보이나니, 그때 보이는 것은 전과 같지 않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