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사 서포터즈 18기 활동으로 이 책을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았습니다. 내가 알기론 서로 다른 분야 전문가가 이야기를 나누고 주고받은 걸 책으로 엮어 크게 성공한 건 뇌과학자 정재승과 미학자 진중권의 <크로스>다. 그 후로 양자물리학자 김상욱과 타이포그래퍼 유지원의 <뉴턴의 아틀리에>처럼 일부러 상대방의 전문 분야를 주제로 이야기한 책이 있는가 하면, 노년의학자 정희원과 이동철학자 전현우가 이동과 건강에 관한 주제로 편지를 주고 받은 <왜 우리는 매일 거대도시로 향하는가>라는 책도 있다. 이러한 시도는 비단 도서 출판 분야에만 국한되지 않았다. 방영되기만 하면 온갖 화제를 낳는 TV 프로그램 <알쓸신잡> 시리즈와 온갖 스핀오프도 결국 비슷한 시도라 봐도 좋을 것이다. 핵심은 다양성과 그 속에 자리한 교집합 속에서 우리가 어떤 번뜩이는 통찰력과 자유분방한 상상력을 얻을 수 있나 하는 부분일 것이다. 이 책은 첼리스트 양성원 교수와 수학자 김민형 교수의 음악을 주제로 나눈 대담을 엮었다. 언뜻 보면 음악과 수학이 무슨 관련이냐 반문할 수 있다. 두 분야는 정말로 서로 전혀 관련 없는가? 수학은 극도로 추상적이고 이성적으로 우리가 사는 세계를 설명하고자 한다. 반면 음악에는 그런 엄밀한 이성만으로 도저히 다 설명할 수 없는 우리 마음 속 감성을 자극한다. 음악과 수학 간에는 이런 차이점이 두드러진다. 하지만 여러 예술 분야 중에서도 음악이야말로 가장 ‘수학적으로 계산된’ 행위임을 곱씹어 보면 차이점이 아니라 공통점에 크게 반응하게 된다. ‘어떤 음악이 우리를 감동시키는가?’ ‘어떤 음악이 좋은 음악인가?’ 정답 없는 문제에 관해 음악가와 수학자는 서로 다른 의견을 내고, 대화를 통해 다른 사람들이 공감하고 납득할 만한 답으로 이어진다. 서로에 세계에 골몰하던 두 사람의 대화를 쭈욱 따라가다 보면 결국 “음악의 세계에는 정답이 없다는 것”라는 결론에 도달할지도 모르겠다. 세상의 진리를 탐구하는 수학자는 납득하기 힘든 결론일지도 모르겠다. 우리가 사는 세상에서 아주 많은 부분을 수학 원리로 설명할 수는 있다. 하지만 전부는 아니다. 수학이 차마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하는 곳을 음악이 해준다고 여기면, 음악과 수학은 대립적인 관계가 아니라 상호 보완적인 관계에 있다고 해야할 것이다. 내일 음악이 사라진다면 우리 삶은 여전히 이어질 거다. 다만 지금보다 훨씬 팍팍하고 삭막할 것이라곤 다신있게 말할 수는 있다. 풍요로운 영혼을 위하여!덧1. 음악과 수학의 콜라보인 저작물답게 화성학의 아버지인 바흐에 관한 이야기가 유독 많이 보인다. 내가 몰랐던 여러 작품을 알 수 있어서 좋았다.덧2. 민음사 쿤데라 전집에서도 느낀 거지만 마그리트 그림이 책 표지에 쓰이면 정말 치트키가 따로 없는 듯하다. 음악 같이 추상적인 대상을 이토록 명쾌하게 표현할 수 있는 화가가 또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