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끔찍한 남자 마르틴 베크 시리즈 7
마이 셰발.페르 발뢰 지음, 김명남 옮김 / 엘릭시르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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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lixir_mystery 엘릭시르 출판사에서 모집한 마르틴 베크 시리즈 정주행 멤버로 선정되어 이 책을 제공받았습니다.



[만약 당신이 정말로 경찰에 붙잡히고 싶다면 가장 확실한 방법은 경찰관을 죽이는 것이다.이것은 대부분의 나라에서 통하는 진실이고, 스웨덴에서는 특히 더 그랬다. 스웨덴 범죄 역사에는 해결되지 않은 살인 사건이 무수히 많지만 경찰관이 살해된 사건 중에는 미해결 사건이 한 건도 없었다.] - p.88


[경찰의 일은 현실주의, 정해진 절차, 집요함, 체계에 바탕을 두고 이뤄진다. 물론 까다로운 사건이 우연히 해결되는 경우가 많긴 하지만, 우연이란 융통성 있는 개념이고 요행이나 운과는 다르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범죄 수사의 성패는 우연의 망을 가급적 촘촘히 짜내는 데 달려 있다. 번득이는 육감보다는 경험과 성실함이 더 많이 기여한다. 명석한 두뇌보다는 좋은 기억력과 건전한 상식이 더 귀한 자질이다.] - p.61



  뉘만은 전직 경찰서장이었다. 어느 날 그는 입원 중인 병실에서 잔혹하게 살해당했다. 정부를 향한 불만 표출인지, 아니면 극도로 강한 원한과 분노를 표출한 건지는 아직 모를 일이다. 다만 피해자가 고위 경찰로서 권위적이고 폭력적인 방법을 강행해 이래저래 미움을 많이 샀다는 건 분명하다. 부하 직원들뿐만 아니라 일반 시민들도 뉘만 때문에 많이 피해를 입었다. 하지만 법은 뉘만으로 피해를 당한 사람이 아니라 그런 부패한 경찰을 비호했다. 뭔가 잘못됐다. 하지만 살인은 살인이다. 용납할 수 없는 중범죄 아닌가. 애초에 경찰의 위신과 명예를 걸고 수사하는 마르틴 베크는 아니지만, 그럼에도 이번 사건 같은 경우엔 수사를 하면서도 마음 한 켠이 찜찜해지는 구석이 많다.  

  서문에서 '잭 리처' 시리즈로 유명한 영국 추리소설가 리 차일드는 이렇게 말한다. "이 시리즈가 사회적 현실을 범죄소설화하는 데 성공했다고 말해야 하는 것은 아닐까?" 스웨덴 문화에 핵심에는 군사주의가 자리 잡고 있다는 걸 외국인들은, 이방인들은 망각하기 쉽다. 아니 모른다고 해야 더 알맞을 것이다. 특히 북유럽식 복지가 무척이나 이상적으로 그려지는 우리나라에서는. 경찰도 주로 군 출신 인력으로 구성되었고, 1960년대 국영화된 자치 경찰은 철저히 이권 수호에만 급급하는 준 군사 조직으로 변모해버렸다는 비판이다. 그렇기에 경찰인 마르틴 베크가 전 경찰서장이었던 뉘만이 살해당한 사건을 조사하면서, 그가 살해당해도 마땅한 악인이라는 걸 알면서도, 사회 질서를 위해 묵묵히 수사 진행을 계속해야할 상황은 무척 아이러니하다. '끔찍한 남자'는 처참하게 살해당한 뉘만의 시체를 말하면서도, 그가 저질렀던 온갖 위악을 말하면서도, 이 모든 상황을 감내한 채 경찰 수사관으로 일을 해야하는 베크의 처지면서도, 이 부조리를 겪지 않을 수 없는 대다수 스웨덴 국민을 가르키는 제목이란 생각이 들었다. 

[지난 십 년 동안, 스톡홀름 도심은 대대적이고 폭력적인 변화를 겪었다. 원래 있던 동네는 모조리 철거되고 그 자리에 새 동네가 지어졌다. 도시 구조 자체도 바뀌었다. 도로가 확장되었고 고속도로가 놓였다. 그런 활동을 부추긴 것은 사람들이 어울려서 살기 좋은 환경을 만들겠다는 꿈이 아니라 귀한 땅을 한 뼘도 남기지 않고 최대한 착취하겠다는 욕망이었다. 도심에서는 기존 건물의 구십 퍼센트를 허물고 기존 도로망을 깡그리 지운 것만으로도 모자라 지형 자체에도 폭력적인 변화가 가해졌다.] - p.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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