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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사계 - 헤르만 헤세 아포리즘
헤르만 헤세 지음, 김선형 옮김 / 세창출판사(세창미디어) / 2024년 5월
평점 :
*. 세창출판사에서 모집한 신간 서평단에 선정되어 이 책을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았습니다.
147년 전 오늘인 1877년 7월 2일, 헤르만 헤세가 태어났다. 당시 독일 제국 뷔르템부르크 왕국에서 태어난 그는 조국을 등지고 스위스로 망명했다. 독일은 제1, 2차 세계 대전을 일으킨 나라였고, 그는 전쟁과 나치즘을 몹시 비판했다. 그렇게 그는 스위스 몬타뇰라에서 1962년 8월 9일, 향년 85세로 눈을 감았다. 공교롭게도 여름에 태어난 헤세는 여름에 세상을 떠난 셈이다.
계절에는 시작도, 끝도 없다. 그저 봄 다음엔 여름이, 여름이 지나면 가을이, 가을 후엔 겨울이, 그리고 겨울 뒤에는 봄이 이어질 뿐이다. 시대에 따라 세상살이가 바뀌더라도 자연의 섭리와 순환은 바뀌지 않는다. 헤세는 불교를 중심으로 한 동양 철학을 받아들이고 작품 곳곳에 녹여낸 작가다. 반복하고 순환하는 자연 세계는 곧 불교의 윤회 사상을 연상시킨다. 책 표지엔 싱그럽고 푸른 나뭇잎이 무성한 나무가 있다. 녹음을 한껏 드리운 나무는 기온이 떨어지고 날이 건조해지는 가을에 색이 노래진 잎을 떨어뜨리고, 겨울에는 잎을 모두 떨어뜨리고 앙상한 나뭇가지만 남긴 채 계절을 보낸다. 날이 다시 따스해지고 햇살이 조금씩 움트는 봄이 되어서야 비로소 새싹을 틔우며 절정을 준비한다.
뻔한 말이지만 우리 삶도 이와 비슷하다. 인생이 언제나 평탄하게 흘러가지는 않는다. 때로는 시련과 고난이 있는가 하면 어느 누구보다도 더 빛날 때가 있다. 한 가지 분명한 건 어떤 식으로 높낮이가 있든 간에 결국 우리 인생이라는 거다. 봄에는 『페터 카멘친트』, 여름에는 『게르트루트』, 가을에는 『데미안』과 『싯다르타』, 그리고 겨울에는 『황야의 이리』 같은 대표 장편을 중심으로 여러 에세이와 시를 고루 담은 이 책은 헤세라는 작가를 훑어보기에 매력적인 구성이다. 주요 구절을 중심으로 한 그의 글을 따라가다 보면 헤세가 보여주는 방랑자, 구도자, 그리고 작가의 모습이 한데 어우러진다. 푸른 새싹이 싹을 한창 틔워가며 녹음이 무성해지는 이 계절에 다시금 헤세를 읽는 건 아직 오지 않은 과거와 이미 경험한 미래 속에서 나 자신을 반추하는 기분이 든다.
덧) 중간에 삽입되어 있는 그림이 무척 마음에 들었지만 충분히 실리지 않은 거 같아 아쉽다. 여백으로 남은 왼쪽 페이지가 꽤 있어 다른 그림이나 독일어 원문 병기가 더 많았으면 더욱 알찬 책이 됐을듯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