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재나 마르틴 베크 시리즈 1
마이 셰발.페르 발뢰 지음, 김명남 옮김 / 엘릭시르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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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재나(Roseanna, 1965)』, 마이 셰발 Maj Sjowall, 페르 발뢰 Per Wahloo 지음, 김명남 옮김, 엘릭시르, 2024



*. 엘릭시르 출판사에서 모집한 마르틴 베크 시리즈 정주행 멤버에 선정되어 이 책을 제공받았습니다.



  [ 마르틴 베크는 몸을 곧추세웠다. ‘경찰관에게 필요한 세 가지 중요한 덕목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자.‘ 그는 속다짐을 했다. ‘나는 끈질기고, 논리적이고, 완벽하게 냉정하다. 평정을 잃지 않으며, 어떤 사건에서든 전문가답게 행동한다. 역겹다. 끔찍하다. 야만적이다. 이런 단어들은 신문기사에나 쓰일뿐 내 머릿속에는 없다. 살인범도 인간이다. 남들보다 좀더 불운하고 좀더 부적응적인 인간일 뿐이다.' - p. 80 ]


  요 네스뵈 같은 북유럽 추리소설 작가가 국내에서도 유명해진지 꽤나 오래 지났지만, 북유럽 문학은 여전히 내게 낯선 영역이다. 네스뵈는 물론 그 전부터 탄탄하게 매니아층을 형성하고 있던 일본 추리소설도 내게 낯설기는 매한가지다. 장르를 넘어 추리물로 영역을 넓혀보자면, 어릴 때부터 함께 했던 『명탐정 코난』과 『소년탐정 김전일』 같은 일본 만화와 애니메이션 시리즈, 내 고등학교 야자 시간을 책임져주었던 셜록 홈즈 전집과 이를 영상화한 BBC 드라마 시리즈, 그리고 일본 애니메이션 〈빙과〉와 그 원작인 요네자와 호노부의 『고전부』 시리즈 정도다. 간간이 「미스테리아」 같은 미스터리 전문 잡지를 접했을 뿐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소설은 독자들이 생각, 기대하는 것보다 훨씬 담백하고 무덤덤하게 흘러간다. 예타운하라는 관광 명소에서 갑작스레 발견된 어느 여성의 시신. 확인할 수 있는 건 성폭행과 교살의 흔적이 전부다. 추리에 결정적인 영감을 주는 어떤 상황이나 특별한 계기가 등장하지 않는다. 주인공인 마르틴 베크 형사가 그저 사건 현장을 계속 뒤져보고, 주변 인물을 탐문하고 사건 해결에 도움이 될 실마리를 차곡차곡 쌓아간다. 소설이 출간된 게 지금으로부터 60년 전이니 요즘과 같은 최신 과학 기술이 수사에 도입되기 한참 전이다. 그럼에도 이렇게 무미건조한 전개 방식을 차용한 것은 사건 수사는 그만큼 지난한 과정임을, 이 과정에서 수많은 사람이 노력함을, 그리고 이런 문제가 발생하는 것은 특정 개인의 문제라기 보다는 사회 속 문제가 층층이 쌓여서 발생함을 담백하게 드러내고자 했기 때문이 아닐까 짐작해본다. 극적인 번뜩임과 카타르시스 같은 요소와는 거리가 한참 멀기에 다른 독자분들은 이에 유념하시길.



덧1) 부부가 쓴 소설이라니 그 자체로 흥미롭다. 두 사람 사이에 얼마나 많은 의견 교환이 오갔을지...


덧2) 처음에는 동명이인인 줄 알았는데, 수많은 과학 서적을 번역하신 그 김명남 번역가가 맞다. 


덧3) 박찬욱 감독은 마르틴 베크 시리즈가〈헤어질 결심〉에도 여러 요소 영향을 미쳤다고 밝혔다. 나는 영화를 처음 볼 때 해준이 마시던 카발란 위스키를 바로 알아봤는데, 재관람할 때는 마르틴 베크 시리즈가 영화 어느 컷에 등장하는지 유심히 살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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