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스트 Axt 2024.1.2 - no.52 악스트 Axt
악스트 편집부 지음 / 은행나무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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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은행나무 출판사에서 모집한 악스트 독자 서평단(악독단)에 선정되어 이 잡지를 제공받았습니다.  



  내가 <악스트>라는 문예지를 처음 접한 건 군 복무 중일 때였다. 외박 때 이따금씩 광화문 교보문고로 가 책과 잡지를 살펴보는 일이 즐거웠다. 책꽂이와 매대에 있던 수많은 잡지 중에 오히려 단색 표지에 휑한 텍스트가 눈에 띄었다. Axt. 외국어였지만 독문학을 전공한 내겐 꽤나 익숙한 단어였다. 독문학에서 빼놓을 수 없는 작가 카프카가 남긴 말인데, "Ein Buch muss die Axt sein für das gefrorene Meer in uns." 즉 책이란 우리 안의 얼어붙은 바다를 깨는 도끼가 되어야만 한다는 문장에서 핵심 단어인'도끼'를 제목으로 삼은 문예지였다. 감각적인 타이포그래피와 절제된 디자인이 맘에 쏙 들었다. 게다가 가격. 병장 월급이 20만원인 시절에도 한 부에 2900원은 만화책 1권보다도 저렴한 가격이었다. 군 복무를 마치고 정기구독을 시작했다. 내 책장에는 차분한 파스텔톤 색깔 표지가 인상적인 악스트가 한 권씩 채워졌다.


  인문학을 배우던 내 관심사는 독서를, 공부를 하면서 점점 사회과학 쪽으로 치우쳤다. 문학책을 읽는 횟수도 점점 줄면서 문예지에 대한 관심도 점점 줄었다. 그 사이 악스트는 표지를 바꾸고 책 구성을 달리했다. 이제는 파스텔톤이 아니라 강렬한 원색이 표지에서 눈에 띄었다. 하지만 악스트의 정체성이라고 할 수 있는, 매호 한 작가를 선정해 깊이 있는 인터뷰를 나누고 해당 작가의 멋진 사진을 그 호 표지에 커다랗게 쓰는 건 바뀌지 않았다. 


  격월간지인 악스트가 벌써 52호까지 출간되다니, 시간이 지나도 많이 지났다 싶었다. 기한이 만료된 정기구독을 재개할 생각을 어영부영하다가 벌써 읽지 못한 악스트가 많아졌다. 이번 호부터 새롭게 단장한 표지와 구성으로 찾아온 악스트는 이제 각 호 별로 선정한 주제를 다룬다. 이번 호 주제는 '갓생'이다. 처음 들었을 때 도대체 누가 이런 말을 만들었나 싶을 정도로 왠지 모를 거부감이 들었던 단어지만, 꼭 그렇게 부정적으로 바라볼 일이기만한가 싶었다. 타인과 비교하지 않더라도, 내가 느끼는 보람과 만족이 충분하면 그걸로 내 삶은 평범한 삶을 너머 '갓생'이라 부를 가치가 충분하지 않을까. 가장 최근에 읽었던 문학이 위화의 <인생>이라 그런지 더 이러저런 생각이 많아진다. 날이 갈수록 희미해졌던 문학을 향한 관심을, 특히 한국 문학과 작가를 향한 관심을 이제는 다시 좀 되살려 볼 때가 아닌가 싶다. 뜻하지 않게 과분한 기회를 얻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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