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궐의 우리 나무 - 109가지 우리 곁 나무와 친해지는 첫걸음
박상진 지음 / 눌와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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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마다 수도가 있다. 많고 많은 수도 중에서도 서울이란 도시를 특별하게 만들어 주는 요인은 궁궐이다. 서울 말고도 예전부터 쭈욱 한 나라의 수도로 자리잡은 도시는 많다. 하지만 서울처럼 당시 지어진 건축물이 도시 한가운데에 잘 보존되어 21세기 도시 광경과 조화를 이루는 사례는 흔히 찾기 힘들다. 외국인들이 서울을 방문하면 북촌 한옥마을과 더불어 고궁을 꼭 찾는다고 들었다. 단순히 옛 공간이 주는 안락함과 편안함을 넘어 과거와 현재가 어우러지는 모습을 온전히 느낄 수 있기 때문일 거다.

과거와 현재가 어우러지는 공간이 궁궐이란 건 지금의 관점이다. 당시를 살았던 우리 선조들은 건축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로 자연과 얼마만큼 어우러질 수 있는지를 꼽았다. 평민들과 양반들이 살았던 초가집과 한옥에서는 대청마루와 처마를 통해 마당과 하늘이라는 공간까지 집 안으로 끌어들이는 걸로 충분했다. 하지만 왕이 기거했던 궁궐은 이보다 훨씬 크고 넓은 공간이다. 이 안에서 자연과 합일을 추구하려면, 자연과 어우러지려면 인공적이지만 식물을 옮겨 심어야 했다.

책에는 조선의 4대 궁궐인 경복궁, 창덕궁, 창경궁, 덕수궁 속 109종이나 되는 식물들이 소개되어 있다. 서울에서 군 생활을 할 때 가끔씩 궁궐에 들러 산책을 하곤 했다. 그때 가지각색인 나무를 많이 봤던 기억이 있는데, 정작 그 나무 이름이 뭔지 기억하지 못한다. 그러던 중 <궁궐의 우리 나무>라는 책이 출간됐다는 소식을 접했다.

내 기억 속 희미한 시각적 이미지로만 남아있던 식물들의 이름을, 그 속에 얽힌 사연을 알 수 있다는 게 무척이나 흥미로웠다. 알찬 설명 외에도 책에는 삽화가 가득하다. 게다가 함께 증정받은 궁궐 나무 지도 덕분에 어느 곳에 어떤 나무가 있는지 찾아보는 수고로움을 크게 줄일 수 있었다. 궁궐에는 그저 건축물만 있는 게 아니라는 걸, 궁궐을 감싸고 있는 수많은 식물에도 다양한 이야기거리가 있단 걸 새삼스레 알게 됐다.


*. 눌와 출판사에서 모집한 신간 서평단에 선정되어 이 책을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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