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게 남은 시간 - 인간이 지구를 파괴하는 시대, 인류세를 사는 사람들
최평순 지음 / 해나무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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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월이라고는 믿기 힘든 날씨다. 내가 사는 부산은 겨울에도 날씨가 따뜻한 곳이지만 그렇다고 계절을 거스르는 곳은 아니다. 이번 달만 그랬던 건 아니다. 날씨가 서늘해져야할 11월도, 선선해져야 할 10월도 여전히 여름의 문턱을 벗어나지 못한 느낌이 들 정도로 더웠다. 몇 년 전만 하더라도 12월에 모기가 있을 거라고는 상상하기 힘들었다. 그런데 오늘도 집에서 모기를 두 마리나 잡았다.



  올해 한국 겨울 날씨만 유독 이상한 것은 아니다. 호주와 캐나다 같은 곳에는 몇 달 동안 초대형 산불이 이어졌다. 중국과 일본에는 보통 여름에 비가 많이 오지만, 모든 것을 집어삼킬 정도로 폭우가 내렸다. 원래 에어컨 보급률이 높지 않은 유럽은 감당치 못할 정도로 폭염을 맞이한 반면 같은 해 겨울에는 전례를 찾기 힘든 폭설을 맞이했다. 지구 역시 한 생물이다. 생명 활동에는 여러 주기가 있는 것처럼 지구는 역사적으로 빙하기와 간빙기를 일정 주기로 겪었다. 다만 인간이라는 생물종이 등장한 이후, 특히 산업화 이후 인간 활동이 폭증하여 자연은 원래 주기를 잃고 있다. EBS 다큐멘터리 <인류세Anthropocene>를 통해 아직 이 용어가 낯선 한국에 끊임없이 환경 문제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리고 있는 최평순 PD가 같은 이름의 책과 다큐멘터리에 이어 또 한 권 책을 썼다.


  대학 새내기 때 들었던 심리학개론 수업에서 심리학 역사에 기념비처럼 남을 실험 몇 가지를 배웠다. 그 중 아직도 기억에 남는 것이 이른바 고릴라 실험으로 유명한 '선택적 주의(Selective Attention)'에 관한 것이다. 실험 참가자들은 영상을 보고 흰(또는 검은) 옷을 입은 사람들이 농구공을 패스하는 횟수를 세야 했다. 단 이 영상 도중에 고릴라 인형옷을 입은 사람이 지나갔다. 그렇지만 많은 사람이 공이 패스된 횟수를 세느라 고릴라가 지나갔는지조차  알지 못했다. 이와 같은 결과는 선택적 주의라는 특성 때문이라고 밝혀졌다. 즉, 부주의맹(inattentive blindness, 주의를 시키지 않아 발생한 자극 무시)이다. 우리는 눈에 보이는 것을 본다고 생각하지만, 실상은 우리는 보고 싶은 것만 선택적으로 골라 보는 것이다.


  기후는 단순히 변화하는 게 아니다. 지금같은 추세가 계속된다면 이 변화는 우리에게 틀림없이 위기이다. 일상 생활에서 환경에 관한 담론이 더 많아지고, 개인과 국가 차원에서 환경을 위한 조치가 더 행해지고 있다. 이는 분명 좋은 변화다. 그럼에도 아직 부족하다. 지구촌 곳곳을 살펴보더라도 이상 징후가 심해지고 있다. 보고 싶은 것만 볼 게 아니라 현실을 있는 그대로 목도할 때다. 



*. 해나무 서포터즈 활동으로 이 책을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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