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토크하다 - 팩트 뉴스를 넘어 토크 뉴스의 시대 북저널리즘 (Book Journalism) 85
엄기영 지음 / 스리체어스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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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부터 뉴스가 바뀌었다. 건조하게 사실만을 모아서 짧게 전달하는 뉴스가 훨씬 다채로워졌다. 이전까지 뉴스에서 앵커와 기자가 하는 일은 정형화되어 있었다. 어떤 사안을 앵커가 간단히 소개를 하면, 기자가 현장에 나가 그 사안을 보도하여 앵커와 주고 받는다. 방송에 송출되는 시간은 2분 남짓할 정도로 짧지만 그 전까지 기자는 오랫동안 해당 이슈를 취재했을 것이다. 전국적으로 중요하고 파장이 큰 사안을 보도하면 그 후엔 각 지역과 관련한 소식이 이어진다. 끝으로 스포츠와 기상 정보가 간략히 나가며 뉴스가 끝이 난다.

가장 많은 사람들이 시청하는 저넉 뉴스는 이 틀을 벗어나지 않는다. 그 다음날 아침 뉴스는 전날 저녁 뉴스를 적절히 재구성한 것이고, 오전과 오후에도 급한 소식을 제외하면 주요 뉴스거리는 결국 시청자들의 주목도가 가장 높은 저녁 뉴스로 몰린다.

세상의 많은 일이 일과 시간에 일어나지만 주요 뉴스가 저녁에야 보도되는 이유는 간단하다. 대다수가 하루 일과를 마무리하고 저녁에 뉴스를 시청할 여유가 생긴다. 그래서 저녁 시간대 뉴스가 가장 시청률이 높다. 또 TV로 뉴스를 보도하기까지 정보를 가공하고 영상을 편집하는 데엔 시간이 걸린다. 그러나 날이 갈수록 정보가 쉽게 가공, 유통되는 게 오늘날의 현실이다. 접하는 정보가 지나치게 늘어난 나머지 사람들은 무미건조하게 사실만을 알려주는 매체엔 더이상 흥미를 느끼지 못하게 되었다. 중요한 건 ‘어떤’ 사안을 보도하는 것을 넘어 그것을 ‘어떻게’ 가공, 편집하여 사람들에게 전달하느냐다.

이런 추세를 고려하면 시간이 지날수록 사람들이 지상파보다는 종편, OTT, 인터넷을 선호하는 정도가 뚜렷해지는 게 당연하다. 내가 궁금한 사안을 본방송 시간까지 기다리지 않고 실시간으로 바로 찾아볼 수 있다. 그리고 여기엔 단순한 정보만이 아니라 해당 사안을 바라보고 해석하는 관점이 담겨 있다. 정파성을 뚜렷하게 내세우는 종편 프로그램과 유튜버가 더욱 인기를 끄는 건 지상파 언론보다 정보를 더 정확히 보도해서가 아니다. 이건 관점의 문제다.

사용자들은 성향에 걸맞는 콘텐츠를 찾아본다. 검색 내역과 시청 기록에 근거하여 유튜브는 사용자가 더 마음에 들어할 만한 컨텐츠를 계속 추천해준다. 추천 알고리즘에 해당한 콘텐츠를 보다 보면 그 속에 갇히기 쉽다. 나와 같은 의견에 더욱 끌리는 이른바 ‘확증편향’ 현상이다. 해가 갈수록 양극화가 전세계적으로 심화되는 건 변화된 언론 매체와 상당한 연관성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TV 뉴스는 신문이나 라디오보다 더 중립성을 띠면서 인기를 얻었지만 이제는 오히려 그 특성 때문에 외면을 받는 아이러니가 일어난다. 뉴스에서 보도보다 토크가 강조되는, 저자가 표현한대로 토크 뉴스가 주목받는 현상은 이 때문이다. 하지만 토크 뉴스가 언제나 정파성만을 띠는 건 아니다. 사안을 심도있게 토론하고 시청자들에게 쉽게 전달하려면 그만큼 전문성과 지식을 겸비해야 한다. 토크 뉴스가 오히려 뉴스에서 전문성을 더욱 부각시킬 수 있다.

나 역시 최근에 주로 접하는 뉴스는 유튜브를 통해서다. 단순히 사실을 전달하는 것 말고도 내가 관심있는 소식을 알려주는지, 얼마나 쉽고 명쾌한지, 충분히 재미있는지, 그러면서도 전문성은 있는지 종합적으로 따져서 뉴스를 취사선택한다. OTT에서는 댓글을 남겨 해당 영상의 내용을 보충하거나 다른 사람들과 활발히 의견을 나눌 수 있다. 이제 더이상 뉴스는 일방향이 아니다. 전달자와 수용자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양쪽 모두가 능동적으로 참여한다. 인터넷과 스마트폰 다음에 어떤 매체가 뉴스를 전달하는 주요 플랫폼으로 등장할지는 모르겠다. 그렇지만 미래의 뉴스는 지금보다 더 사람들이 활발하고 능동적으로 함께 만들어나가는 형태가 될 거란 건 분명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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