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확실성의 시대 - 찬란하고 어두웠던 물리학의 시대 1900~1945
토비아스 휘터 지음, 배명자 옮김 / 흐름출판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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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이 가장 빛난 시기는 언제였을까? 르네상스 시기 예술로 대표되는 인문학의 성취가 과학 분야로도 발전한 16, 17세기 과학 혁명이 먼저 떠오른다. 이때부터 신학과 철학의 하위 분야인 자연철학에서 벗어나 본격적인 ‘과학’의 역사가 시작됐으니 말이다. 이 시기를 거쳐 과학 이론이 많이 정립됐다. 우리가 감각할 수 있는 거시 세계를 설명하기 위한 고전역학이 집대성된 것이다.

산업 혁명의 과실이 전 분야로 퍼졌던 19세기에 인간 문명은 유례없이 발전했다. 전례없이 빠르게 발달했던 과학 기술 덕분이었다. 그리고 20세기가 도래했다. 19세기와 20세기 사이에는 커다란 장벽이 있었다. 물질을 구성하는 최소 단위는 원자라는 상식이 뒤집혔다. 그런데 이 양자라는 존재는 도저히 상식적으로 규명할 수가 없었다. 뉴턴으로 대표되는 고전물리학은 양자 세계를 이해하고 설명하는 데엔 전혀 도움을 주지 못했다. 새로운 과학이 필요했다.

책에서 다루는 1900년부터 1945년은 양자가 지배하는 미시 세계를 탐구하고 규명하기 위해 내로라하는 과학자들이 분투를 벌였던 시기다. 이번 서평단 활동으로 증정받은 샘플북에는 여섯 꼭지가 있다. 1900년 베를린의 막스 플랑크, 1903년 파리의 마리 퀴리, 1905년 베른의 알베르트 아인슈타인, 1925년 헬골란트의 베르너 하이젠베르크, 그리고 1927년 코모와 1927년 브뤼셀이다.

정말 간단하게만 알고 있었던 플랑크, 퀴리, 아인슈타인, 그리고 하이젠베르크라는 과학자들의 이름과 업적이 스토리텔링을 통해 훨씬 입체적으로, 그리고 인간적으로 다가왔다. 그전까지 소홀하게 다뤄졌던 분야에서 세기적 발견을 하고, 몇 번이나 실험을 되풀이하고 논문을 가다듬고, 선행 연구자들의 성과를 놓치지 않는 걸 보고 존경심을 넘어 경외심까지 생겼다. 세기적 발견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계속 이어지는 이 시기는 19세기 미술에서 인상주의 화가들, 문학에서 러시아 작가들이 재능을 만개했던 것과 겹쳐 보였다.

그리고 백미는 브뤼셀에서 과학자들이 모여 양자에 대해 논하는 부분이었다. 노벨상 수상자들과 그에 비견될만한 업적을 이룩한 이들이 1927년 브뤼셀에서 한자리에 모였다. 다만 아이러니한 건 아인슈타인이다. 상대성이론을 발표하여 뉴턴이 이룩한 고전물리학을 끝내고 새로운 지평을 열었지만 정작 그런 인물조차 양자물리학이 새로운 단계로 도약하는 걸 탐탁치 않게 여긴 게 아이러니하다. 아인슈타인 같은 힉자도 양자역학이란 실체에 완전히 도달하지 못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고등학생 때 수학을 배우며 가장 힘들었던 부분은 무한대 개념을 처음 익히는 수열의 극한에 관해서였다. 한없이 가까워지지만 결코 그 값에는 도달하지 못하는 걸 좀처럼 이해할 수 없었다. 직관에 반대됐다. 엄밀한 증명은 고등학교 범위를 넘어서기에 그냥 그렇다고 간주하고 넘어가야 했다. 문득 이때 일을 떠올리는 건 양자물리학이라는 진리에 도달하는 과정이 점근선과 다르지 않을까란 생각이 들어서였다. 인간이 양자로 이뤄진 세계를 완벽히 해석할 때가 언제가 될진 모르겠다. 그러나 그 과정이 의미 없는 행위의 연속이라고는 결코 생각하진 않는다. 과학의 달 4월의 끝자락에 이런 책을 읽을 수 있어서 여운이 많이 남는다. 내일 일어날 일도 불확실한 내 인생에서 부디 노력하는 과정만큼은 등한시되지 않기를.


*. 흐름출판 가제본 서평단 이벤트에 당첨되어 샘플북을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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