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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당신이 원했던 세계사를 흔든 패전사 이야기 - 유튜브 채널 패전사가 들려주는 승리 뒤에 감춰진 25가지 전쟁 세계사 ㅣ 어쩌면 당신이 원했던 시리즈
윤영범 지음 / 북스고 / 2023년 3월
평점 :
많고 많은 책 중에서 어릴 때부터 역사책을 가까이했던 건 그저 다른 책보다 더 재미있었기 때문이다. 다른 이유는 굳이 더 필요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어느 순간부터 책, 특히 역사책을 읽으면 거기에서 꼭 무언가 교훈을 찾아야 한다는 압박감에 시달리곤 했다. 사건 사이 전후 관계를 파악하고, 관련 인물과 지명을 암기하고, 오늘날엔 어떤 양상으로 재현되는지를 생각해봐도 마뜩치 않을 때가 왕왕 있다. 역사는 단순히 팩트를 나열한 게 아니다. 그래서 그 속에서 바로 정답을 찾긴 어렵다. 다만 역사를 통해서 우리는 사고할 수 있는 정보를 얻을 수 있다. 다시 말해 수동적인 받아쓰기가 아니라 능동적인 상호작용에 도움을 주는 게 역사의 제 기능일 것이다.
반면교사(反面敎師)란 말이 있다. 우리가 항상 좋은 사례에서만 가르침을 찾을 수 있는 건 아니다. 오히려 어떤 사람이나 사건의 부정적인 면에서 더 큰 깨달음을 얻을 수 있다. 전쟁에는 승패가 있는 법인데, '패전'이 세계사를 뒤흔들었다는 책 제목이 왠지 신경 쓰였다. 톨스토이의 대표작 『안나 카레니나』는 "행복한 가정은 모두 비슷한 이유로 행복하지만 불행한 가정은 저마다 다른 이유로 불행하다"는 문장으로 시작한다. 이로 미루어보면 패전에도 저마다 다른 원인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 책에서 소개하는 20세기 패전사를 골고루 살펴보면 커다란 공통점을 도출할 수 있다. 지휘관의 방심과 무능함, 무리한 계획 강행, 아군의 오판과 안일함이다.
책의 1부는 20세기 전반부를 다룬다. 제1, 2차 세계 대전이 벌어졌던 기간이다. 1차 때 갈리폴리 전투와 솜 전투, 2차 때 노르웨이 침공은 그나마 알고 있던 내용이었다. 하지만 2차 대전 태평양 전쟁에서 미국이 일본에게 받았던 치명적인 피해는 진주만 공습 말고는 거의 다 처음 접하는 내용이었다. 내가 모르는 사건은 책 2부 20세기 후반부에 더 많았다. 특히 한국전쟁에서 대전, 운산, 현리 전투는 앞으로 꼭 기억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반도 분단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사건인 한국전쟁을 너무 개괄적으로만 알고 있었다는 게 아쉬웠다. 당포함 격침 사건도 가슴에 기억해야 할 사건이고, 베트남 전쟁과 여러 특수 부대의 일화를 다룬 이야기도 흥미로운 대목이 꽤 많았다. 여태껏 전쟁사를 주로 <국방TV>와 <사피엔스 스튜디오>의 유튜브 영상으로만 접했는데, 책의 지은이 윤영범 선생님이 직접 운영하시는 <패전사>라는 새로운 채널을 알게된 게 큰 수확이었다.
*. 북스고 출판사에서 모집한 서평단 이벤트에 당첨되어 이 책을 제공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