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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한욱 교수의 소소한 세계사 - 겹겹의 인물을 통해 본 역사의 이면
조한욱 지음 / 교유서가 / 2021년 6월
평점 :
역사만큼 오래된 학문 분야도 없지만 정작 역사가 무엇인지 정의하기는 너무나도 어려운 문제다. 오늘날 우리에게 가장 잘 알려진 E. H. 카의 주장에 입각하여 역사를 "현재와 과거 사이의 끊임없는 대화"라고 규정한다면, 역사의 역할은 단순한 시간 구분이 아니라 재평가에 방점을 두어야 할 것이다. 과거와 현재, 미래를 관통하는 커다란 시계열과 그 속에 있는 무수한 사건들을 온전히 이해하는 건 불가능하다. 그래서 우리에게 익숙한 역사는 통사, 즉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우리 삶에 밀접한 연관을 미치는 요소에서 큰 변곡점을 일으켰던 사건을 위주로 이해하는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역사가 현재와 미래에 맞닿아 있다고 해도 결국 주로 다루는 것은 과거의 일이다. 한번 흘러가면 다시는 되돌릴 수 없는 시간의 흐름 속에서 쉬이 잊힌 인물들의 이름과 행적은 무수하다. 역사를 이끌어가는 건 시간이 아니라 사람이 아니던가? 그리하여 역사를 조금이라도 더 깊이, 다양하게 이해한다는 것은 곧 조명받지 못하던 인물에 집중해보는 것과 다르지 않다.
조한욱 교수는 폭넓은 역사의 이면을 소개해주기 위해 10년 동안 꾸준히 칼럼을 기고했다. 한정된 지면에 제한된 분량의 글을 써야 하니 당연히 아무 이야기를 할 순 없는 노릇이고, 해당 칼럼이 실리는 일자에 맞추어 독자들에게 새로운 사실을 전달해주고 교훈을 전달할 수 있는 내용으로 구성했다고 책의 서문에서 밝히고 있다.
새삼 놀라운 점이 참 많다. 어떻게 이렇게 긴 시간동안 꾸준히 글을 쓰셨을까 하는 점, 어릴 때부터 역사를 좋아했고 다른 분야에 비해 역사책을 더 많이 읽었지만 처음 들어보고 새로 알게된 점이 거의 대부분이라는 점, 역시 한 분야의 전문가가 자랑하는 식견에는 감탄할 수밖에 없다는 점, 그럼에도 본인 역시 자료 조사를 게을리할 수 없었다는 점을 담담하고 겸손하게 밝히신다는 점, 정해진 분량을 지키면서 내용 전달과 저자의 목적을 함께 전달한다는 점이다.
책의 순서를 따라 시간순으로 인물, 사건, 주제를 새로 배우는 것도 좋지만 뒤에 실린 색인을 참고해 내가 관심이 가는 주제별로 읽어도 좋을 것이다. 아니면 그냥 아무 페이지나 열어 읽어도 무방할 것 같다. 작년부터 일력을 매일 떼면서 인상 깊은 글귀를 필사하고 모아두는 걸 루틴으로 삼고 있는데 지금부터 <소소한 세계사>를 하루치 분량만큼 읽는 걸 루틴에 포함시켜 매일 꾸준히 접하는 텍스트를 늘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 교유당 서포터즈 활동으로 이 책을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