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틀그라운드 - 끝나지 않는 전쟁, 자유세계를 위한 싸움
H. R. 맥매스터 지음, 우진하 옮김 / 교유서가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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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정학은 국가 세력 간 상호작용인 국제 정치, 경제, 안보 등의 요인을 지리적 분포와 연관지어 설명한다. 제2차 세계 대전 이후 냉전을 거쳐 세계 초강대국의 지위를 굳건히 하고 있는 미국이 전세계적으로 취하는 수많은 대외 정책들은 지정학에 바탕을 두고 있다. 시중에는 이미 지정학을 근거로 세계의 주요 분쟁을 설명하고 있는 책은 많으니 여기에서는 거두절미하고 다른 책들과 차별화되는 이 책만의 특징을 나름대로 정리해보려 한다.


  첫째, 저자 H. R. 맥매스터는 군인 아버지의 영향을 받아 웨스트포인트를 졸업한 정통 군인이다. 민간에 의한 군 통제를 몹시 중요시 여기는 미국에서는(내가 알기론 보통 예편한 지 3년은 지난 군 출신 인사들에게 이런 직책을 맡긴다) 콜린 파월 이후 30년 만에 국가안보보좌관으로 임명된 점이 특기할 만하다. 그는 오래 전부터 군사역사학을 연구한 학자이기도 하기에 자신을 역사학자로 소개하지만, 평생을 보낸 군의 영향력에서 자유로울 순 없다. 책의 목차를 봐도 한 사람의 역사학자기 전에 한 사람의 미국인, 한 사람의 미국 군인으로서의 시각이 두드러진다. 미국의 최대 라이벌 국가인 러시아와 중국에 관한 장이 맨 앞에 있고 분량도 많다(그렇다고 다른 장에 비해 두드러질 정도는 절대 아니다). 원서는 20년, 한국어 번역본은 올해 초에 발간되었는데 한국어 번역본 발간을 축하하는 서문에서는 중국에 관한 서술과 우려가 크게 눈에 띈다.


  둘째, 이 책은 미국의 핵심 이해 관계가 걸려있는 지역에 관한 서술에 집중한다. 앞서 언급한 러시아와 중국은 미국과 패권 경쟁을 하는 국가이고, 책은 이어서 남아시아, 중동, 이란, 북한을 다룬다. 국내에는 상대적으로 덜 알려져 있지만 남아시아의 인도와 파키스탄의 분쟁은 워낙 첨예해 언제든 전쟁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있다. 파키스탄은 인도와 국경 분쟁을 겪고 있는 중국과 우호 관계이며 중국의 일대일로 정책에 깊이 연관된 국가이다. 미국은 중국 포위망의 핵심으로 남아시아에서는 인도를 꼽아 우호 관계를 더욱 긴밀히 다지고 있다. 다음 장인 중동과 이란이 분리되어 있는 것에 주목해보자. 같은 중동이라도 아리비아와 페르시아는 언어, 종교, 역사가 상이하고 마찰도 잦았다. 중동의 복잡한 내정과 종파 분쟁도 미국에겐 골칫거리지만, 이란의 핵을 억제하는 건 중동은 물론 미국의 안보와 직결되는 최우선 사항이기에 별도의 장으로 서술되어 있다.


  셋째, 맥매스터는 북한과의 협력을 전례없이 타진하고자 했던 트럼프 행정부의 최측근 인사였다. 그리고 13개월만에 '트위터 해임'을 겪고 일선에서 물러났다. 베트남 전쟁에서 미국의 오판을 <직무유기(Dereliction of Duty)>라는 논문에서 정면으로 다루며 크게 비판한 그는 대북 강경 정책을 주도했다. 그리고 후임자 존 볼턴은 맥매스터보다 훨씬 급진적인 초강경파라는 게 아이러니하다. 아무튼 책의 후반부인 북한에 관한 장은 맥매스터의 회고록적인 성격이 두드러진다. 마지막 장인 '경기장'에서는 북극과 우주와 같은 미지의 공간에서 중요한 변수인 기후변화(책의 표기를 따름)와 에너지 등의 요소를 강조한다.


  러시아-중국-남아시아-중동-이란-북한-경기장으로 이어지는 책의 목차를 따르면 미국 군인 출신 역사학자 맥매스터의 개인적 견해를 넘어 미국이란 나라의 이해 관계를 그대로 훑을 수 있다. 올해 초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 발발한 전쟁을 보면 러시아를 책의 맨 앞에서 설명한 그의 통찰력이 엿보인다. 그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넘어 그 전에 있었던 미군의 아프가니스탄을 전부 겪고 이 책을 냈으면 과연 어떤 서술이 추가로 들어갔을지 몹시 궁금해진다. 여담이지만 이 책은 7부 13장의 내용으로 이뤄져 있다. 주지하다시피 서구 기독교 문화권에서 7은 행운, 13은 불운의 상징이다. 평소 모 아니면 도 식의 극단적인 설명은 싫어하지만, 7과 13이란 두 숫자로 이진법을 놓는다면 미국 위기는 과연 무엇으로 표현할 수 있을지 사뭇 궁금해진다.



*. 교유당 서포터즈 활동으로 이 책을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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