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가구, 집을 갖추다 - 리빙 인문학, 나만의 작은 문명
김지수 지음 / 싱긋 / 2022년 2월
평점 :
며칠 전 난생처음으로 이케아를 방문했다. 시 외곽에 자리 잡은 이케아의 매장 규모가 엄청나다는 건 들었지만 실제로 가보니 상상 이상이었다. 세계에서 가장 커다란 가구 업체답게 창고형 매장에는 수많은 종류의 조립식 가구들이 납작하게 포장되어 층층이 쌓여있었다. 여기까진 내 생각대로였다. 그러나 매장 상층부에는 이케아에서 판매하는 온갖 가구들과 소품들로 꾸며진 방들이 있었다. 가구점에서 실물 가구를 전시하는 게 특이할 만한 건 아니지만 단순히 늘어선 가구들만 보아서는 내 집에는 물론 다른 가구들과 어울릴지, 실제 느낌은 어떨지 쉽게 가늠하기가 힘들다. 그런데 실제 방 크기에 비치된 물품들을 보면 인테리어 구상이 훨씬 더 직관적이다.
이케아의 쇼룸은 주기적으로 바뀐다는데 가장 큰 목적은 당연히 다양한 종류의 제품을 팔기 위함일 것이다. 그러나 공급만 있다고 해서 물건이 팔리지는 않는다. 수요가 있어야 한다. 일상적인 소비재와는 달리 가구는 상대적으로 고가에다가 무게도 나가고 부피도 크다. 한 번 사두면 오래 써야하기에 쉽게 바꾸기도, 같은 종류의 물건을 여러 개 사놓기도 힘들다. 공간이 한정적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예전보다 가구의 재료와 종류가 다양해지고 인터넷 쇼핑과 배송, 조립식 가구가 점점 보편화되면서 가구에 대한 괸심사가 더욱 커지고 있다.
변화를 가속화한 건 단연 코로나 바이러스다. 코로나로 인해 사람들이 집에 머무르는 시간이 길어졌다. 북유럽에서 가구와 인테리어 문화가 오래 전부터 발달한 이유는 추운 날씨와 짧은 일조시간 때문에 바깥보다 집안에서 보내는 시간이 길기 때문이다. 집에서 밥을 먹고 잠을 자고 이외에도 더욱 많은 활동을 하게 됐다. 내가 더 오래 지내는 공간을 다채롭게 꾸미기 위해서 가구에 관심이 생기는 건 그래서 자연스런 흐름이다.
나 역시 이런 흐름에서 예외가 아니다. 원래부터 바깥 활동보다는 집에 있는 걸 선호하는 나는 작년에 이사를 한 이후 부쩍 내 방을 어떻게 꾸며야 할지 생각해보는 일이 늘었다. 아직까진 부모님과 함께 살고 있기에 내가 온전히 꾸밀 수 있는 건 내 방 하나 정도지만 그래도 내가 보낼 공간에 대해 고민하는 건 즐거운 일이다. 집과 직업을 바꾸는 건 무척이나 힘들지만 새로운 가구를 구입하거나 기존의 가구 배치를 바꾸는 것만으로도 내가 보내는 시간과 삶은 쉽게 달라질 수 있다.
우리나라 국민의 대다수가 도시에 살고, 그 중 대부분은 아파트에 산다. 저마다 비슷한 구조의 환경에 살지만 인테리어나 가구는 얼마든 내 취향에 맞게 꾸밀 수 있다. 삶은 한 번 뿐이고 내 삶은 온전히 나를 위해서 살아야 할 것이 아닌가. 나를 나답게 꾸미기 위해, 나의 인생을 살기 위해 사람들이 더욱 가구에 많은 관심을 기울이는 건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자연스러움을 넘어 당연해질 것이다.
*. 교유당 서포터즈 활동으로 이 책을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