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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루타르코스 영웅전 1 ㅣ 플루타르코스 영웅전 1
플루타르코스 지음, 신복룡 옮김 / 을유문화사 / 2021년 9월
평점 :
1. 작가 플루타르코스에 대하여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 "로마는 하루 아침에 이뤄지지 않았다"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르라" 언어는 시대상과 당시를 살았던 사람들의 생각이 그대로 반영된 거울이다. 시간이 흐르면서 우리가 사용하는 말은 바뀌지만 옛사람들의 지혜를 반영한 속담은 좀처럼 바뀌지 않는다. 비단 언어만이 아니다. 중세 이후 많은 나라들이 왕실과 국가의 상징으로 '독수리'란 동물을 내세웠던 까닭은 저마다 로마의 후예라는 정통성을 내세우며 권위를 드높이기 위함이었으며, 서로마 제국은 비록 5세기 말에 멸망했지만 로마라는 이름은 동로마 제국과 신성 로마 제국(비록 볼테르는 신성 로마 제국을 "신성하지도 않고, 로마와도 연관이 없으며, 제국도 아니다"라며 조소했지만)까지 명맥을 유지했다. 지중해를 감쌌던 광대한 영토를 자랑한 로마는 오늘날 유럽의 뿌리 그 자체인 셈이다.
로마의 광대한 영토 안에는 그만큼 다양한 민족과 문화가 공존했지만 로마는 국가의 근간이 되는 체계를 여기저기에 흩뿌렸다. 이것이 그리스와 로마의 가장 큰 차이점이다. 로마는 그리스에 바탕을 두고 성장했다. 그리스 신화의 신들을 섬긴 것도, 아이네이아스라는 트로이 태생의 영웅을 자신들의 선조로 여긴 것도 로마는 그리스의 적통이라는 표현일 것이다. 그러나 그리스는 아테나이와 스파르타로 대표되는 수많은 도시 국가들의 집합이었다. 그리스의 세력권은 펠로폰네소스 반도 안에서도 도시 국가 저마다 이합집산을 이뤘으며 소아시아나 시칠리아 섬 등지를 제외하면 세력이 크게 확장되지도 못했다.
여기서 플루타르코스가 등장한다. 그는 그리스 태생이었지만 당시 그리스는 로마의 지배를 받고 있던 로마의 영토였다. 그가 생애를 보냈던 시기는 팍스 로마나(Pax Romana), 즉 로마의 최전성기였다. 이러한 시대적 배경 속에서 플루타르코스는 그리스와 로마의 전통을 연결해냈다. 우리는 흔히 '그리스 로마 신화'라는 표현을 사용하며 그리스와 로마를 동일시하는 경향이 있다. 물론 두 나라는 공통점이 많고 로마에게 그리스는 좋은 본보기였다. 하지만 같은 점만큼 다른 점도 적지 않았다. 플루타르코스가 집필한 <영웅전>은 이를 이어주는 이음새라 볼 수 있다.
2. 책과 판본에 대하여
<플루타르코스 영웅전>으로 잘 알려진 이 책의 원제는 '비교 열전'이다. 인물의 일대기를 읽어보면 그 사람의 생애와 업적, 성취를 소상히 알 수 있다. 그러나 그 인물이 남긴 행적과 발언이 책을 읽는 이들에게 어떤 인상을 줄지 속단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사람마다 가치관이 다르기 때문이다. 그러나 '비교'라는 수단을 통한다면 이야기가 조금 달라진다. 두 인물에 얽힌 일화를 비교해보면 공통점과 차이점이, 그리고 이들이 우리에게 시사하는 교훈이 보다 선명해진다. 지금 내가 공부하고 있는 정치학의 하위분야 중 가장 넓은 분야를 다루는 것은 비교정치이다. 어떤 나라의 정치적 체제와 특징은 다른 나라와 비교해 보았을 때 더 명확해진다. 플루타르코스가 사용한 비교라는 수단은 이처럼 효과적이다.
1권의 목차는 다음과 같다. 테세우스-로물루스, 리쿠르고스-누마, 솔론-푸블리콜라, 테미스토클레스-카밀루스, 아리스티데스- 대 카토의 다섯 쌍이 등장하며 각각의 비교쌍 사이엔 플루타르코스가 작성한 비교가 이어진다. 수많은 인물들이 등장하는 것은 사마천이 혼신의 힘을 다해 집필한 중국의 고전 <사기>, 그중에서도 <열전>이 연상된다. 그러나 앞에서 거듭 말했듯 플루타르코스는 그리스와 로마의 인물을 비교한다.
워낙 오래된 책이라 원전의 내용이 무사하진 못했다. 플루타르코스의 기록 중 일부는 유실되어 지금은 전해지지 않는다. 남아있는 부분만 하더라도 방대한 양인데다가 원전이 완전히 전해지지 않기에 지금껏 우리나라에 출판된 <영웅전>은 진작에 절판됐거나, 아니면 일부만을 역자가 선별해 번역한 전집이 아닌 선집 형태였다. 이번에 을유문화사에서 출간한 <영웅전>은 내용이 모두 실린 전집이다. 플루타르코스가 작성한 부분은 아쉽게도 전해지지 않기에 후대에 뒤 아이양이라는 프랑스인이 집필한 부분을 더했다. 기존 국내에 출간된 판본에서는 좀처럼 찾기 힘든 내용이다. 원 저자가 직접 작성하진 않았지만 <영웅전>의 내용에 해박한 인물이 공을 들여 작성한 내용인데다가 이야기가 전하는 교훈을 생각하면 싣지 않을 수가 없었다고 한다. 번역 판본은 페린의 하버드대학 판본이다. 이 책의 인물들이 전통적인 평전의 순서가 아니라 연대기순으로 실린 이유이기도 하다.
3. 영웅전 내용 일부 소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