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토록 매혹적인 아랍이라니 - 올드 사나에서 바그다드까지 18년 5개국 6570일의 사막 일기
손원호 지음 / 부키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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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심사가 많아 이 분야 저 분야 기웃기웃거리면서 기나 긴 학부생 시절 160학점이 조금 넘는 수업을 들었는데, 그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이슬람과유럽의문명교류>라는 어느 교양수업이었다. 이 수업을 4학년 2학기가 아니라 조금이라도 빨리 들었다면 어땠을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배운 것도 느낀 것도 많은 수업이었다. 내가 들었던 수업 중 가장 꼼꼼하고 열정 넘치는 교수님 밑에서 역사, 문화, 과학, 예술 등 다양한 분야의 새로운 지식을 알 수 있어서기도 했지만 나의 선입견을 깨트려 이슬람 문화를 서구의 시선이 아닌 그들의 시선으로 이해하도록 도움을 주었기 때문이다.

덜컥 지원한 이집트 정부초청 장학생에 선발되어 6개월을 현지에서 보내고 그후 18년이란 긴 시간을 다른 아랍 국가들에서 보낸 저자가 들려주는 건 ‘아랍’이라는 거대한 집합이 아니라 그 집합의 원소들인 5개의 개별 국가 이집트, 예맨, 이라크, 사우디, 아랍에미리트라는 저마다 다른 진면모다.

유럽은 지역별로, 나라별로 구분되는 특징을 곧잘 이야기하면서 동남아, 아프리카, 남미, 그리고 중동 같은 넓은 지역을 하나로 뭉뚱그려 흔히 언급하는 까닭은 우리가 그만큼 그곳에 대해 아는 것이 많지않은 이유일 것이다. 특히 언론에서 자주 보도가 되고 우리에게 익숙한 아랍권의 모습은 그저 석유라는 자원을 바탕으로 상상도 못할 부를 축적하면서도 ‘아랍의 봄’으로 대표되는 민주화 운동에 실패해 다시 군부 독재로 회귀하거나 지독한 내전에 휘말리고, 아니면 계속 절대왕정과 같은 이슬람이라는 종교의 지배를 받는 곳이다. 긍정적인 이미지는 좀처럼 연상하기가 힘들다.

지나치게 억압적인 일부 이슬람 국가들의 여성 인권 문제는 아무리 문화상대주의적인 틀로 보아도 이해하기가 어렵지만, 본문에서 ‘크로노스’와 ‘카이로스’적인 차이로 설명한 아랍권의 판이한 시간 관념에 대한 설명은 전에 읽었던 마빈 해리스의 <문화의수수께끼>를 연상시켰다. 앞서 말했듯 상이한 문화권의 관습과 행동을 이방인인 내가 전부 이해할 수는 없는 노릇이나 아무리 보수적인 곳에서도 변화의 조짐은 보이고 이를 받아들이려는 타자들의 시선과 태도도 분명 넓어져야 상호 이해와 존중에 더욱 가까워진다. 나는 이걸 이 책을, 매혹적인 아랍을 통해서 깨달았다.


*. 부키출판사의 서평단 이벤트에 당첨되어 이 책을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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