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 - 장도연·장성규·장항준이 들려주는 가장 사적인 근현대사 실황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 1
SBS〈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 제작팀 지음 / 동아시아 / 2021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우리가 흔히 학교나 교과서에서 배우는 역사는 굵직굵직한 사건들의 연속이다. 역사는 남겨진 기록들을 재구성하는 일이기에 사료와 증거가 많은 현대사로 갈수록 일련의 흐름은 더욱 빈틈없이 채워지지만 그럼에도 공백은 남는다. 예컨대 한국 현대사는 중요한 변곡점인 4.19, 5.16, 5.18 등의 사건으로 설명할 수 있지만 그 사이의 간극에는, 대다수 국민들의 일상은 그 시절에 어땠을까라는 의문이 남는다. SBS에서 방영된 동명의 프로그램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는 역사책에 간촐하게, 혹은 기록되지 못한채 흘러갔던 우리들의 이야기에 숨겨진 드라마티한 이면을 재구성한다. 역사란 단절된 채 이어지는 거대한 흐름이 아니라 수많은 사건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일종의 유기체라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책에 실린 건 여러 방송분 중 일곱 가지의 이야기다. 두 번째 이야기로 실린 <공작명 KT 납치 사건>, 즉 김대중 납치 사건은 유력한 야당 후보가 일본에서 중앙정보부 요원들에게 납치된 초유의 사건이기에 교과서적인 근현대사에서도 다루는 아주 커다란 사건이지만, 그 외의 6가지 미스테리한 사건은 내게 낯선 것들이었다. <카사노바 박인수 사건>은 가부장적인 당시의 윤리관이 '정조'란 개념을 어떻게 해석하고 강화했는지를, <무등산 타잔 박흥숙 사건>은 급속한 경제 발전에서 소외된 이들의 거주지 문제를, <서진 룸살롱 사건>은 조폭들끼리의 다툼에서 살인을 하고 사형을 선고받은 사형수에 얽힌 비화를, <탈옥수 지강헌 사건>은 '유전무죄 무전유죄'로 대표되는 우리나라의 고질적인 정경유착 문제를, <1992 휴거 소동>에서는 미신이 줄 수 있는 전국적인 파급력을, 마지막 <지존파 납치 살인 사건>은 황금 만능주의 속에서 더욱 선명해진 끔찍한 괴물들의 자화상을 드러낸다.


    책에 소개된 대부분의 사건들이 끔찍한 살인사건이기에 여느 황색언론 마냥 자극적인 소재로 사람들의 이목을 끄는 게 전부인 게 아닐까란 생각을 할 수도 있지만 제작진들은 프로그램의 제작 의도를 강력사건 속에 숨겨진 당시의 '시대상'을 끄집어내어 우리가 잘 몰랐던 역사의 단면을 재조명하는 것이라 거듭 밝히고 있다. 책 역시 그 의도를 충실히 반영해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처럼 구어체로, 독자들의 호기심을 계속 유발하면서 흥미로운 이야기를 계속해준다. 최근에 TV를 보지 않아 이런 프로그램의 존재를 몰랐는데 다양한 소재를 알려주니 눈길이 간다.



*. 동아시아 서포터즈 활동으로 이 책을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았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