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를 위한다는 착각 - 종말론적 환경주의는 어떻게 지구를 망치는가
마이클 셸런버거 지음, 노정태 옮김 / 부키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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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날 우리는 여러 문제에 직면해있다. 전쟁, 난민, 전염병 등의 문제는 어느 한 나라의 힘만으로 해결할 수 있는 것이 아닌데 이러한 문제들 중 가장 우리가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은 환경이다. 환경은 전지구적인 문제이기에 국경과 인종을 떠나 모든 사람, 아니 생물들에게 영향을 미치고 임계점을 넘어서면 인간의 힘으로는 도저히 되돌릴 수 없기 때문이다. 지구상의 수많은 국가들이 정기적으로 모여 환경보호에 관한 결의를 다지고 , 지속가능한 개발 sustainable development의 중요성이 점차 부각되고, 전세계적으로 활동하는 환경단체의 영향력이 커지는 것은 환경 문제가 얼마나 중요해졌는지 보여주는 증거들이다. 이러한 활동의 근거가 되는 것은 인간의 무분별한 개발이 곧 환경과 우리 자신을 파멸시킬 것이라는 어두운 미래 전망이다. 모두가 꿈꾸는 밝은 미래를 위해서는 이대로는 안되며 자연과 환경을 위해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자연을 보호하자며 우리의 지난 날의 활동을 되돌아보는 것은 바람직하다. 하지만 문제는 환경을 위한다면서 하는 행동이 근거없는 불안함과 거짓에 기반을 둔 것이라면? 오랫동안 기후, 환경, 사회 정의 운동가로 활동안 저자는 이대로는 모든 것이 파멸할 것이라는 잘못된 지식을 퍼뜨리는 이른바 ‘종말론적 환경주의자’들이 그럴듯한 사실을 내세워 진실을 호도하는 것을 참을 수 없었다. 번역본 기준 본문 570여쪽에 참고문헌 80여쪽에 달하는 이 두꺼운 책에는 우리에게 줄곧 상식으로 알려져 있었던 환경에 관한 사실이 진실과는 거리가 있다고 알려준다. 



    가령 지구의 평균 온도 상승을 억제하려면 탄소 배출량을 현재의 절반 가까이 줄여야 하는 것은 사실이나 기후변화보고서에는 환경 종말론의 주장과는 달리 그 시점을 넘기면 지구가 멸망한다는 언급은 없다. 또한 고래나 바다거북 남획이 줄어든 것은 그 동물들의 몸에서 채취하던 재료를 대신할 플라스틱 같은 물질의 개발 덕분이며, 신재생에너지는 에너지 효율과 발전 단가같은 문제 떄문에 작금의 에너지 발전을 완전히 대체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을 일깨워준다. 그리고 가장 큰 문제는 선진국들이 개도국들에게 강조하는 소위 ‘환경 사다리 걷아차기’이다. 산업혁명과 식민지배로 유례없는 부를 축적한 선진국들은 개도국들에게 환경 보호란 명목으로 화력과 수력같은 효율높은 발전 대신 고비용 저효율의 신재생 에너지를 강요하면서 이권을 챙기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아마존 산림 개발인데, 가난과 기아에서 벗어나기 위한 현지 주민들의 목소리는 외면받은 채 지구의 허파인 아마존을 개발하는 데에 온갖 제약을 건다는 것이다. 그러나 아마존이 인간에게 산소를 공급하는 양은 극히 제한적이라는 사실은 빼놓고 말이다.



    이 책의 완독 전에 읽은 것이 환경에 관한 책이었고 이 책에 나오는 주장들은 그동안 내가, 아니 대다수의 사람들이 알던 것과는 다른 주장을 하기에 사실 책을 덮고는 뒤통수가 얼얼해진 기분이었다. 하지만 과유불급의 원리는 환경에도 예외가 아닌 듯하다. 이처럼 중요한 문제일수록 거기에 얽힌 문제를 꼼꼼하고 종합적으로 살펴 보아야 하는데 이 책은 기존의 통념을 반박하는 데에 큰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인간의 활동을 죄악시하는 다른 환경책과는 달리 이 책은 지구의 미래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 대신 문제를 객관적으로 파악하고자 하는 단초가 되어줄 것이다. 논쟁이 될만한 내용이 많이 있기에 많은 사람들이 읽어 함께 의견을 공유해보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 부키 출판사의 서평단 이벤트에 당첨되어 이 책을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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