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이탈리아, 미술과 걷다 - 어슬렁어슬렁 누비고 다닌 미술 여행기
류동현 지음 / 교유서가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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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은 우연일지 몰라도 반복은 필연이다. 저자가 이탈리아를 처음 여행하게 된 것은 배낭여행이라는 계획 속의 일부, 그러니까 어느 정도는 우연이었지만 이탈리아라는 낯선 공간이 그리는 풍경과 분위기에 매료된 나머지 이후로도 기회가 될 때마다 계절을 막론하고 이탈리아 전역을 여행했다고 한다. 찾으면 찾을수록, 보면 볼수록 더 궁금해지고 더 매력적인 곳이었기 때문이다.

나 역시 이탈리아를 여행할 기회가 있었다. 독일에 교환학생으로 머물 때였는데 학기 중에 2주나 되는 부활절 방학이 생겼다. 우중충한 독일 날씨에서 잠시라도 벗어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기에 목적지로 강렬한 태양이 이글거리는 남유럽의 어딘가를 택하려고 마음 먹었다. 하지만 고민 끝에 내가 선택한 곳은 이탈리아 반도가 아니라 이베리아 반도였다. 겉핥기로 미술사와 미학을 조금 읽어본 게 전부인 내가 이탈리아에 즐비하게 남아있는 예술작품들을 온전히 이해할 수나 있을지 걱정스럽기도 했고, 한국에서 흔히 가는 한두 달 짜리 유럽 패키지 여행에는 이탈리아가 꼭 포함되지만 스페인과 포르투갈은 유럽 서쪽 끝에 있기에 상대적으로 사람들이 덜 가는 곳을 가보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그래서 이 책은 나에게 간접경험 역할을 충실히 해주었다. 내가 아직 가보지 못한 이탈리아란 공간의 내밀한 속살을 유감없이 보여주기 때문이다. 베네치아, 밀라노, 피렌체, 로마, 나폴리, 시칠리아를 비롯한 근방의 도시들과 거기에 있는 예술 작품들에 얽힌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저자가 몇 번이나 이탈리아를 찾으면서 곳곳을 여행한 이유를 어렴풋이 알 수 있을 것만 같다.

오늘날 우리가 알고 있는 통일된 이탈리아라는 나라는 비교적 최근에 만들어졌기에 이탈리아는 유럽의 여느 나라보다 지방색이 강하다. 책에선 한 도시가 중심이 되는 장마다 서로 다른 색감을 부여했고 몇 장에 걸친 설명이 끝나면 그 뒤에는 명화와 건축물, 풍경 등의 도판이 충실하게 실려있어 앞의 내용을 보충해준다. 편안히 이야기를 들려주는 책의 내용도 내용이지만 편집에도 눈길이 갔다.

이탈리아는 하나의 나라지만 그 내면에는 수많은 도시들이 있고, 역사, 문화, 예술, 자연은 교차하면서 가지각색의 이야기들을 만들어낸다. 지금은 비록 머릿 속에서 이탈리아를 그리지만 그곳의 거리를 거닐며 직접 체감할 날을 고대해본다.

“여행이란 그런 것이다. 서로 다른 풍경 속에서도 하나의 이야기가 나오고 하나의 풍경 속에서도 수많은 이야기가 나온다.” _「프롤로그」에서


*. 교유당 서포터즈 활동으로 이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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