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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설의 수문장
권문현 지음 / 싱긋 / 2021년 2월
평점 :
“사람이 한결같아야 한다”는 말을 많이들 하지만 사실 그건 정말 어려운 일이다. 한순간에도 뒤바뀌는 것이 사람 마음이란 거 아닌가. 한결같다는 게 말은 쉬워도 그걸 실천하는 건 다른 차원의 문제다. 그런 의미에서 저자는 무척이나 존경스러운 분이다.
권문현 씨는 서울에 있는 웨스틴조선호텔에 입사하면서 호텔 업계에 처음 발을 디뎠다. 화려한 호텔의 분위기와 이미지에 이끌려 입사하는 사람이 많지만 육체 노동과 서비스직이 주를 이루는 업계 특성상 퇴사율이 낮진 않다고 한다. 그런데 한 직장에서 근무를 시작해 무려 36년이나 있다가 정년퇴직을 한 저자의 이력은 단순히 36년이란 숫자 이상으로 더 크게 다가왔다.
40년 가까이 육체노동과 감정노동을, 그것도 때로는 주말과 야간에도 근무해야 했던 저자의 고충을 내가 차마 알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자신의 지난 날을 되돌아보며 쓴 단상들을 엮은 이 책에는 호텔 업계에 오랫동안 종사한 저자의 자부심과 더불어 직업에 대한 애정, 그리고 포부가 그대로 드러난다. 더운 날에 더운 곳에, 추운 날엔 추운 곳에서 일하며 고객들의 불만을 정면으로 마주하고, 고객들의 일정부터 차량 번호판, 차문을 여닫는 타이밍까지 워낙 신경을 써야 할 일이 많았지만 그럼에도 자신은 이 일을 사랑할 수 밖에없다고 담담히 고백한 대목은 정말이지 존경스럽다.
36년 간 지각 한 번 없이 늘 반갑고 정중하게 고객들을 마주하던 ‘전설의 수문장’은 정년퇴직 후에도 다시 콘래드 서울호텔 지배인으로 8년째 근무중이라 한다. 마치 동물의 회귀본능이랄까. 호텔 업계도 그가 젊은 시절에 일했던 당시와는 많은 것이 달라졌지만 여전히 권문현 씨는 새로움을 온몸으로 마주할 거다. 한결같이 호텔에서...
*. 해당 게시물은 교유당 서포터즈 2기 활동으로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그러나 서평은 전적으로 제 의견임을 밝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