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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 지식문화사 - 세상 모든 지식의 자리, 6000년의 시간을 걷다
윤희윤 지음 / 동아시아 / 2019년 10월
평점 :
인간은 어떻게 해서 인간이 되었나?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여러가지겠지만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이 있다. 정확히 언제부터였는지는 알 수 없지만 인간은 문자를 발명하면서부터 기존의 사고와 지식을 후대에 남길 수 있었고, 이것이 축적되면서 문명의 발전에 기여했다는 사실이다. 머릿속에 들어있던 생각을 글로 남기면 그 생각은 한 사람의 머리를 넘어 시공간을 초월해 전승이 가능해진다. 그렇게 조금씩 모인 지식은 인간이 보다 발전할 수 있는 기반이 되는 것이다.
지식과 진보의 근간은 기록으로 남아 책이라는 물건에 기록되기 시작했다. 지금은 쉬이 대량생산할 수 있는 물건 중 하나에 불과하지만 책은 과거엔 아주 만들기도 어렵고 그만큼 비싼 물건이었다. 그리고 책이 담고 있는 내용은 세상의 이치와도 가까운 것이라 권력자가 독점하고 싶은 물건이었다. 자연스레 책은 왕실이나 사원같은 특수한 공간에 마련되어 특정 부류의 사람들만 접근할 수 있는 물건으로 여겨졌다.
고대나 중세에 소수의 계층만 이용할 수 있었던 도서관이라는 공간은 시간이 흐르면서 그 성격이 바뀌기 시작한다. 중국에서 건너온 제지술과 구텐베르크의 활자 덕분에 책은 더이상 극히 일부 계급들의 전유물이 아니라 대중들에게 보급되기 시작한 것이다. 근대에 이렇게 책의 진입장벽이 낮아졌지만 도서관이 누구에게나 개방된 공공시설로 변모한 것은 현대의 일이다. 의무 교육과 지식의 보급, 공공 복지 확대, 기업의 사회 활동 등이 맞물린 결과 도서관이라는 공간은 오늘날 우리가 아는, 누구나 무료로 책을 빌릴 수 있고 지식을 쌓는 공간이 된 것이다.
10년이라는 집필 기간이 말해주듯 이 책은 6천년의 시간을 다루며 지구 곳곳의 장소를 넘나든다. 그렇기에 도서관을 주제로 시공간 여행을 떠나는 느낌도 받았지만 이 책의 진가는 도서관이라는 곳의 현재와 미래를 고찰한 책의 후반부에 드러난다. 오랫동안 문헌정보학을 연구한 저자의 식견이 십분발휘되는 이 대목에서 우리는 지속적으로 독서율이 감소하고 도서관에 머물러 있던 지식이 인터넷 공간으로 이동해버린 오늘날 도서관은 과연 어떤 공간으로 남아야하는지, 아니 어떤 공간이 되어야하는지 질문을 던진다. 사전적 정의와 구시대적 인식에서 벗어나 우리에게 필요한 도서관의 모습은 어때야 할지 그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