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유산 - 역사와 과학을 꿰는 교차 상상력
고려대학교 공과대학 기획 / 동아시아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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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간은 3차원적 존재라지만 사실 우리가 살아가는 시간대는 2차원적이다. 앞뒤로 끊임없이 이어지는 선에서 우리가 지금 발을 딛고 서있는 지점을 현재라고 한다면, 우리가 이미 지나온 궤적은 과거이고, 우리의 시선이 향하며 앞으로 걸어갈 길은 미래다. 하지만 이 선은 일방통행 도로 같아서 오로지 한 방향으로만 갈 수 있다. 뒤를 돌아볼 순 있어도 왔던 길을 다시 되돌아 갈 순 없다. 미래도 아직 가지 않은 채 보기만 하는 것과 실제로 걸어본 미래는 얼마든 다를 수가 있다. 그리하여 인간은 현재에 갇힌 존재다.


  그렇다고 우리가 이렇게 일방적인 2차원 공간에 갇혀지낼 순 없는 노릇이다. 우리가 걸어온 자취에서 남긴 흔적을 바탕으로 돌아갈 수 없는 과거를 입체적으로 상상한다. 그리고 우리가 어디로 가야할 지 방향을 결정하고 아직 경험하지 못한 모습을 그려본다. 서로 다른 두 행위에는 각각 ‘역사’와 ‘기술’이라는 도구가 필요하다. 역사를 통해 과거를 탐구하고 기술을 통해 미래를 예측한다. 물리적으로 현재에 갇힌 인간이지만 사고의 폭은 이렇게 끝없이 확장된다.


  하지만 이 말이 무조건 역사를 과거에, 기술을 미래에 써야만 한다는 것은 아니다. 우리를 둘러싼 상황은 가변적이라서 경우에 따라 두 도구를 같이 사용하거나 손을 바꿔 다른 방식으로 적용해보는 능동적인 자세가 필요하다. 이 지점에서 우리가 서있는 시간축의 개념은 무너진다. 역사학자 E. H. 카는 “역사는 과거와 현재의 끊임없는 대화”라는 말을 남겼지만 나는 여기에 미래라는 요소를 하나 더 추가해서 약간의 변주를 가하고 싶다. “현재는 과거와 미래의 끊임없는 대화”라고...


  역사는 선조들이 남긴 기록을 탐구하지만 그것만으론 사실을 완전히 규명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역사는 승자의 기록”인데다가 그 기록마저 남아있지 않은 경우가 부지기수라서다. 하지만 여기에 기술을 더한다면, 우리가 걸어온 발자취는 훨씬 풍성해진다. 마찬가지로 기술만으론 우리가 어떤 삶을 살지 정교하게 예측하는 것은 힘들다. 정확성을 높여주는 것은 역사다. 과거에 일어났던 일이 미래에 반복되지 않으리란 법은 없기에 과거를 정확히 탐구하는 것은 곧 미래를 정확히 예측하는 것과 같은 말이다. 


  역사와 기술 분야의 전문가들이 각자의 전공과 분야를 살려 과거와 미래를 씨줄과 날줄처럼 엮어 우리의 과거를, 현재를, 그리고 미래를 모두 들여다본다. 항상 ‘통섭’이라는 주제에 관심이 많은 나이고 진보는 서로 다른 분야가 경계를 허물 때에 잘 이뤄진다고 믿기에 이런 내용을 담은 책은 언제나 환영이다. 한 권의 책이지만 이 책을 통해 당신의 시각이 조금은 바뀔 수 있을거란 생각이 든다.



*. 동아시아 서포터즈 활동으로 이 책을 동아시아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았습니다. 하지만 이 서평은 전적으로 제 의견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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